한국 북한인권법 처리 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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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한국의 북한인권법의 처리 향배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지난해 연내 처리를 추진했던 한국의 '북한인권법', 조만간 통과되는 겁니까?

장명화: 글쎄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여당과 야당이 각각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을 지난해 11월 상정했습니다. 직후 법안소위에서 본격적인 심의에 나섰지만 여야 이견으로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북한인권법의 향배는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특히 최근 여당과 야당이 북한의 인권침해 기록 보전과 실제적인 민생 지원 가운데 어느 것을 우선시할지에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는 가운데 소위 '패스트 트랙'처리 방안마저 사실상 제동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양윤정: 요즘 한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던데, '패스트 트랙'이 뭡니까?

장명화: '패스트 트랙'이란 '신속 처리 안건'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요,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해진 기간, 즉 9개월 내에 '신속 처리 안건'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려면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중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전체 재적 23명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이 14명이어서 야당 동의 없이도 신속 처리 안건 지정이 가능합니다. 단독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셈입니다. 만약 2월에 '패스트 트랙' 절차가 시작되면 외교통일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가 결론을 내리지 못해도 오는 11월 말이나 12월에는 본회의 표결이 가능합니다.

양윤정: 북한인권법의 패스트 트랙은 앞서 여당 지도부 일각에서 제기했는데, 야당에서 반대했나요?

장명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실 여야가 모두 반대했습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의 반대로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외교통일위원장인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뿐만 아니라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윤정: 그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인권법을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해도 외교통일위원회에서 6개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3개월, 이후 본회의에 가면 통상적으로 2개월 정도해서 모두 330일 정도 소요된다"며 "실제 19대 국회 마지막에 처리될 수 있을까 말까한 정도"라고 패스트 트랙 처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이달 중순에 이완구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북한인권법을 패스트 트랙에 태우자"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유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한 셈입니다. 유 의원은 이어 "위원장으로서 자괴감이 들지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사정"이라며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든지 여야 지도부가 별도로 합의할 수 있는 체재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양윤정: 야당의 반대 이유는 뭡니까?

장명화: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심재권 의원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 일각에서 북한인권법에 대해 패스트 트랙 운운하고 있다"며 "이는 수적 우위를 통해 새누리당이 북한인권법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발했습니다. 심재권 의원은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자유권, 생존권 등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게 목표임을 감안할 때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여야 합의에 의한 합리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윤정: 야당 측이 '여야 합의에 의한 합리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는데, 여당 측도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정 협의체' 그러니까 '여당, 야당, 정부 간 협의체'를 언급한 점이 눈에 띄네요.

장명화: 여야정 협의체가 언급되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남북 관계에 현안으로 떠오른 '대북 전단 살포'때문입니다. 한국 언론은 이를 두고 민간단체가 띄우는 대북 전단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구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경기도 파주시에서 10만장가량의 대북전단을 살포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해 11월 예고한 대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문지리에서 대북전단 10만장을 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나아가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 DVD 알판을 북한에 살포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박상학 대표는 "1월과 2월은 시베리아 대륙성 고기압이 내려오는 계절이라서 3월 중순부터 전단을 띄우기가 수월하다"며 "인터뷰 영화 DVD와 USB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보내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USB는 저장장치를 말합니다. 박 대표는 이어 "정부의 공문 요청이 있어야 DVD 살포 중단을 고려해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언론은 외교통일위원회가 여야정 협의체를 거론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최근 미얀마의 영향력 있는 승려가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에 대해 모욕적 발언을 한 데 대해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을 이같이 대우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제이드 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미얀마의 정치 종교 지도자들은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을 공격한 것을 포함해 어떤 형태로든 증오심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한목소리로 비난해 달라"면서 "미얀마의 정치 종교 사회 지도자들은 이양희 특별보고관을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대신 이양희 특별보고관이 우려하는 부분을 바로잡아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국제적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중국의 테러 방지법 초안이 "인권 남용의 면허증과 다를 바 없다"며 개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지난해 말 공개된 법령 초안에 따라 설립될 반테러기관은 적절한 보호 절차를 따르지 않고서도 어떤 단체나 조직, 그 구성원을 테러범이라고 지정할 힘을 갖게 됩니다. 법령 초안은 테러리즘을 '국가 권력을 전복하고, 인종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려는 생각, 말 또는 행동' 일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담당인 소피 리차드슨 국장은 법령 초안을 국제 기준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요구하며 "현 법령은 인권 남용을 범해도 된다는 면허증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리차드슨 국장은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는 다양한 권리를 존중해야 하고, 새 감시 기구를 설립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 법안은 또한 모든 전기통신업체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테러 관련 내용의 확산을 막는 데 정부를 도우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공공 영역에서 안면식별 장치의 설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는 이에 대해 "개인적·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