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인권, 인권] 유엔의 북한인권진상조사위원회 설립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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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구체화되고 있는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진상조사위원회 설립 움직임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요즘 북한의 인권 유린 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유엔 COI, 즉 조사위원회가 한국이나 미국의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장명화: 국제사회에서는 지난 10년간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를 무시한 데에 조치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때마침, 2월말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 22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립니다. 여러 유엔 회원국은 이번 기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조사하는 COI의 신설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도 최근 성명을 내고, 유엔에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독립적으로 조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양윤정: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면 뭐가 달라집니까?

장명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가 여러 독립적인 국제 전문가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뤄지게 됩니다. 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상당한 예산과 직원 수십 명을 지원하게 됩니다. 국제사회는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수도 있습니다.

양윤정: 유엔에는 이미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있는데, 조사위원회가 둘 이유가 있습니까?

장명화: 무엇보다도 특별보고관 한명만으로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 실태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이 2004년 이후 정규적으로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고는 있지만, 상황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이보다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일단 유엔에 추가적 자원과 견고한 정치적 뒷받침이 있는 조사위원회가 설치되면, 북한의 인권침해사례, 피해자의 상태, 책임 소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알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조사위원회는 북한이 자행한 수천 건의 인권유린 사례를 문서화함으로써 앞으로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책임 추궁의 수단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양윤정: 이번 회기에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가 설치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장명화: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는 47개국의 이사국이 있는데요, 이들이 각 회기마다 채택될 결의안을 결정합니다. 오는 2월부터 3월까지 열리는 회기 중에 매년 북한 인권 결의안을 주도해 온 유럽연합과 일본이 이번 결의안에 '북한 조사위원회' 신설 조항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시프톤 아시아인권담담 국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존 시프톤) 일본이 조사위원회 설치에 동의하면, 다수 이사국의 찬성으로 결의안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이런 전망이 가능한 것은 지난 몇 년간 유엔 인권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이사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과반수의 표가 필요한데요, 올해 이사국이 될 47개국 가운데 28개국은 2010년부터 대북 결의안에 일관되게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기권을 하거나 유동적인 투표 경향을 보였습니다. 일관되게 반대한 나라는 베네수엘라뿐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전통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지지했던 쿠바, 러시아, 중국이 이사국이 아니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윤정: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영향력이 큰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인권이사회 이사국에서 제외됐습니까?

장명화: 유엔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은 규정상 임기가 3년이고 두 차례 이상 연속할 수 없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6년 연속 이사국을 유지했기 때문에 올해 할 수 없습니다.

양윤정: 네. 그렇군요. 유엔인권이사회의 사무총장 역할을 하는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사무소 대표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필레이 대표는 지난 14일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매우 강력한 성명을 발표해, 상당한 주목을 끌었습니다. 필레이 대표는 특별 성명에서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으로 북한 인권 상황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했지만 김정은 체제하에서 1년이 지난 지금 북한 인권 상황은 전혀 변함이 없다"며 "북한에서 자행되어 온 심각한 범죄에 대한 본격적인 국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필레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유엔의 '강제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으로부터 가족이 북한의 수용소에 구금돼 있다고 판정받은 북한 출신의 강철환, 신동혁 씨를 면담해, 북한의 실상을 청취하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유엔 내에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좋은 열매를 맺기를 기대해봅니다. 장명화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