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하우스 '북, 최악 가운데서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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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국제적 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최신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데이비드 크레이머) 프리덤하우스의 최신 보고서는 경종을 울리는 내용입니다. 보고서에 명시된 여러 독재주의는 세계 각처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을 위한 기존의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리덤하우스의 데이비드 크레이머 회장이 얼마 전 전 세계 195개 국가와 14개 자치지역의 2013년 자유와 민주주의 상황을 분석한 연례 보고서 '세계의 자유 2014'를 발표하면서 강조한 말입니다.

프리덤하우스는 2013년 한 해를 기준으로 대상국의 선거 과정과 정치적 다원주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 결사의 자유, 법치 상황 등을 평가해 정치적 권리와 시민자유 두 부문에 1∼7등급을 부여했습니다. 이어 두 부문의 평균치를 가지고 대상국과 지역을 자유, 부분적 자유, 부자유로 분류했습니다. 대상이 된 국가 가운데 자유국은 88개국, 부분적 자유국은 59개국, 부자유국은 48개국이었습니다.

북한은 부자유국 가운데서도 정치적 권리와 시민 자유가 모두 7등급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최악 가운데서도 최악'으로 분류됐습니다. 보고서 관련 좌담회에 나온 미국 언론인 에반 오스노스 씨의 말입니다. 오스노스 씨는 미국의 유명 주간지 '더 뉴요커'의 중국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습니다.

(에반 오스노스) 장성택 처형 후 북한의 정치적 상황이 개선된 것은 없습니다. 2000년 대 중반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 북한이 중국의 경제개혁으로 인한 성공을 본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도 북한 주민의 생활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스노스 씨는 외부세계가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의 등장으로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했었지만, 북한 주민의 자유는 여전히 억압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은 암담하다는 겁니다.

(에반 오스노스) 북한 지도자는 여전히 이상하고 가늠하기 어려운 행동을 합니다. 중국마저도 이해하기 힘든 북한 지도부에 대해 당황해 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티베트, 서사하라 등 12개 국가·지역은 유사한 사례였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저자인 프리덤하우스의 아치 푸딩턴 씨는 인권탄압국의 공통성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치 푸딩턴) 독재국가의 지도자들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이기적이고 거드름을 부립니다. 게다가 억압적 국가들 사이에는 느슨한 형태의 동맹관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통 우방국인 중국과 관련해,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는 "부패와 싸우고 법치를 강화하겠다는 공식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공산당 새 지도부는 전임자들보다 오히려 더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자유국'으로 분류됐습니다. 정치적 권리 부문이 최고 등급인 1등급에서 2등급으로 작년보다 한 계단 하락했고, 시민 자유 부문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2등급이 부여됐습니다.

프리덤하우스는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국가로 이집트를 꼽고 "민주적 정부기관들이 군사 쿠데타 이후 전면적으로 뒷걸음질 쳤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외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터키,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등에서 민주적 권리가 심각하게 후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처럼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정치적 권리와 시민 자유가 전체적으로 후퇴했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40개가 넘는 국가에서 자유가 신장됐다며 희망을 표했습니다.

프리덤하우스의 크레이머 회장의 말입니다. (데이비드 크레이머) 자유가 확대되기보다 축소되는 현상은 8년 연속으로 나타났지만, 지난 한해만 놓고 봤을 때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지난 2011년 혁명을 겪은 튀니지는 시민 자유가 확대됐고, 파키스탄에서는 성공적인 선거와 질서 있는 권력교체가 일어났습니다. 말리를 포함해 아프리카 여러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 법원이 저명 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쉬즈융 씨에게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베이징의 제1중급인민법원은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기 위해 군중을 모은 혐의"가 인정돼 쉬 씨에게 최근 징역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쉬즈융 씨는 2012년부터 '신공민 운동'의 중심인물로 활동하다 지난해 공공질서 교란 죄로 체포됐습니다. 신공민운동은 교육 평등과 공직자들의 부패를 주장하며 가두시위와 토론회 등을 주도해온 조직입니다. 쉬즈융 씨는 함께 붙잡혀 선고공판을 앞둔 10명 가운데 처음으로 선고를 받았습니다. 공공질서 교란 죄는 최대 5년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로 쉬 씨의 재판은 이후 다른 운동가들에게도 중형이 선고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중국의 고위층에 대한 반부패 운동은 시진핑 국가주석도 역점을 두는 부분이지만 중국 당국은 국민의 조직적 시위가 공산당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기관들은 중국 정부의 인권운동가 체포를 비난해왔으며 쉬 씨의 선고 공판 직후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발표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습니다.

--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우려한 국제 언론인들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언론자유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는 최근 러시아 당국의 방해와 보복을 두려워한 자기 검열로 러시아 언론인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위원회는 올림픽 경기장을 짓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올림픽 준비에 따른 환경오염과 지역 주민들의 강제 이전이 러시아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인보호위원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러시아가 자행하는 언론 침해를 규탄할 것과 언론 자유의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 올림픽을 주최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언론인보호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법을 폐지할 것, 언론 검열을 중단할 것, 소치 올림픽에 대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취재를 허락할 것 등을 러시아에 요구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