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인권, 인권] 내전으로 접어드는 시리아의 유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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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내전으로 접어드는 시리아의 유혈사태를 짚어봅니다.

(시라아 시가전 현장음)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모습입니다. 총격과 포격 소리가 계속되고, 건물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홈스와 다라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시리아 정부군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정부군 탈영병들이 반군인 자유 시리아군에 대거 합류하자, 위협을 느낀 정부군이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리아 전역으로 시가전이 확산되면서 최근 일주일동안 적어도 5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고한 어린이도 사망했습니다.

시리아인

: 저는 아들에게 50 시리아 파운드를 줬고 아들은 빵을 사러 갔다 그만 죽었습니다.

내전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캐나다는 시리아 주재 외교관들을 전격 철수시켰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은 정권 붕괴가 시간문제라고 평가했습니다. 캐빈 러드 호주 외무장관의 말입니다.

캐빈 러드

: 아사드 대통령은 반드시 물러나야 합니다.

정권 몰락의 징후는 정부군과 반정부군 사이의 교전뿐만 아닙니다. 최근에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부인이 다마스쿠스 공항을 통해 해외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했습니다. 이집트 일간지 '알 마스리 알 욤'에 따르면, 대통령 부인 아스마 알 아사드 씨가 자신의 아이들과 어머니, 사촌 등과 함께 관용차량을 이용해 다마스쿠스 공항으로 향하던 중 탈영병들에게 발각됐습니다. 발각 당시 대통령 경호부대와 반정부군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고 결국 탈출에 실패한 대통령 부인은 다시 대통령궁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바빠졌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 대통령에게 국민의 열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반기문

: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아사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주길 다시 한 번 바랍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탄압을 중단하고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제재 결의안 논의에 나섰습니다. 안보리의 시리아에 제재 결의안에 대해 아랍연맹과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강력한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아사드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제재 등 다른 조치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의장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차원의 제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현 시리아 정부와 체결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결의안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르킨 주 유엔 러시아대사의 말입니다.

추르킨

: 아사드 정권 퇴진 여부는 안보리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예상대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4일 실시된 결의안 표결은 이 두 나라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무산됐습니다. 안보리 표결이 부결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이에 대해 즉각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독재자들을 지원하는 표결에 역겨움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내고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시리아와 중동 국민들, 또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난 뒤 ”시리아 땅의 비극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의안 채택 불발이후 시리아 사태는 더욱 급박하게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저항 격화와 진압 강화라는 악순환 속에 민간인의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스페인 대법원은 프랑코 독재시대의 반인도주의 범죄를 단죄하려다 극우단체의 고발로 법정에 서게 된 ‘인권 판사’ 발타사르 가르손 씨의 공소기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최근 7명의 스페인 대법관이 “극우단체의 우려는 집단적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공소기각을 정당화할 만큼의 충분한 자료가 없다”고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스페인 검찰과 가르손 씨의 변호인은 극우단체 쪽의 소 제기를 받아준 판사가 해당 단체의 소송을 도왔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다며 그동안 공소기각을 요구해왔습니다. 2008년 10월 가르손 수사판사는 스페인 내전과 뒤이은 프란시스코 프랑코 정권 때 살해된 11만4000명에 대한 수사 개시를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에 대해 스페인 보수 정치세력은 즉각 반발했고, 두 극우단체가 직권남용 혐의로 가르손 씨를 고발했습니다. 가르손 씨는 얼마 전 법정에 나와 “면책법은 정치 범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지, 반인도주의 범죄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다”며 “엄밀한 의미에서 반인도주의 범죄는 면책법을 참고할 필요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국제적인 인권단체와 지지자들도 가르손 씨가 ‘괘씸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쿠바 방문 중 인권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제적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호세프 대통령이 쿠바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의 비정부기구인 'NGO 아메리카스'의 조제 미겔 비반코 씨는 “브라질에서도 인권이 침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쿠바와는 매우 다르다”면서 “쿠바에서는 기본적인 자유가 모두 부정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NGO 코넥타스'는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이 쿠바 독재체제의 희생자들과 연대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비정부기구인 '고문은 그만'의 세실리아 코임브라 회장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피해자인 호세프 대통령이 쿠바의 인권상황을 무시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의 군사독재 시절 반 정부 조직에서 활동하다 1970년 체포돼 3년간 수감 생활을 하며 고문을 당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쿠바 수도 아바나를 방문한 호세프 대통령은 미국이 관타나모 수용소를 유지하는 사실을 들어 "여러 국가가 인권과 관련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쿠바 인권상황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한편,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질베르토 카르발료 브라질 대통령실장은 "호세프 대통령이 쿠바 공식방문 중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적절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