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유엔 산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의 보고서 관련 최신 연설을 들여다봅니다.
(마이클 커비) 보고서는 3월 17일이나 18일에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될 것입니다. 저희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바로 직전에 시리아인권 조사위원회가 의제 순서상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있습니다. 늦어도 18일까지는 이사회가 저희 보고서를 보게 될 겁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의 말입니다. 커비 위원장은 최근 호주의 명문 시드니대학교의 대학생, 대학원생들과 호주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조사위원회의 활동 현황을 한 시간 15분에 걸쳐 설명했습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를 통해 설립된 한시적 기구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위반과 탄압 상황을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조사해, 다음 달 제 2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최종 서면보고서를 제출해야합니다.
커비 위원장은 보고서가 아직 공식적으로 제출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북한 내 9가지 인권 유린의 유형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9가지 유형은 북한 주민의 식량권과 정치범 수용소, 고문과 비인간적 처우, 임의적 구금, 성분 차별, 표현과 이동의 자유, 생존권, 납북자 등 강제실종에 관한 문제 등입니다.
커비 위원장은 특히 식량권의 위반과 관련해 북한 영유아들이 심각한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마이클 커비) 북한에서는 지금까지도 상당히 많은 수의 영아와 아동이 발육부진 상태입니다. 유엔의 최신 통계를 보면 북한에서 태어난 영아의 28-29%가 발육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이 중요한 시기의 발육부진은 평생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커비 위원장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설명하는 데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 당국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 씨의 모친 사키에 씨의 증언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며 납치피해자 가족의 심정에 이해를 나타냈습니다. 당시 13살이었던 메구미 씨가 아직 살아있다면 올해로 49살이 됩니다. 모친 사키에 씨는 올해 77살입니다.
(마이클 커비) 제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메구미 양의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만일 북한의 최고지도자에게 직접 말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냐고요.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이 살아서 건강하길 바랄 겁니다. 제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저희는 메구미가 보고 싶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이게 다입니다. 메구미는 살아 있습니까? 메구미는 건강하나요? 메구미는 행복한가요?
커비 위원장은 연설 중간 중간에 미국과 한국, 일본 등에서 진행된 공청회 증언 외에 인공위성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위원회에 제출된 다른 자료 등 북한의 인권 실태에 관한 수많은 자료들을 수집했음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이는 조사위원회 활동의 성패 여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현장 방문과 당사국의 협조가 결여됐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같은 한계는 조사위원회의 탓은 아닙니다. 북한 정부는 조사위원회의 설립 결정, 구성, 출범, 공청회 개최 등 그동안의 활동 전반에 초지일관 거부해왔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인권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지난해 5월 공문을 통해 조사위원회와의 협력을 전적으로 거부했습니다. 그럼에도 조사위원회는 지난 6월 북한대표부와 회담을 요청하고, 7월 초에는 방북 허용을 통한 현장 방문 등 위원회 활동에 협조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7월 중순에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런 요구를 재확인했고,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 공청회에 북한 측 대표를 초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커비 위원장은 이처럼 북한이 조사에 협력하지 않은 상황이 꼭 치명적인 것만은 아님을 소위 '테레진 수용소'의 사례를 들어 길게 설명했습니다. 나치 독일은 지난 1941년 유대인 학대 정책에 대한 세계 비난이 들끓자 체코의 테레진 강제 수용소를 대대적으로 미화하고는 1944년과 45년에 국제적십자 대표단을 초청해 직접 시찰하도록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표단은 테레진 수용소에 있는 유대인들이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제적십자 대표단은 그렇게 강제수용소를 떠났고, 수용소 안에 갇힌 유대인들은 고통과 굶주림 속에 죽어갔습니다.
오랫동안 판사를 지낸 경험을 근거로 커비 위원장은 탈북자나 피해자 가족들 증언의 신용성은 상당히 객관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이번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한 가장 정확하고 최신 정보를 담은 보고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 반체제 인권운동가의 아버지가 검찰 건물에서 떨어져 숨진 사건을 놓고 경찰의 구타로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홍콩의 유력일간지인 명보에 따르면 산둥성의 인권운동가 쉐밍카이 씨의 아버지 쉐푸순 씨가 지난달 말 산둥성 취푸시 검찰원 건물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당국은 쉐푸순 씨의 사인을 자살로 규정했지만 쉐밍카이 씨는 아버지가 검찰원에서 구타당해 숨졌다는 전화를 어머니가 받았다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쉐밍카이 씨는 자신의 부모가 지난달 23일 당국에 납치돼 연금 조치됐으며 이후 경찰에서 구타를 당하다 취푸시 검찰원으로 도망쳤지만, 그곳에서도 다시 경찰의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아프간 여성을 위한 여성들' 소속 마니자 나데리 씨는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과 한 회견에서 "간단한 법 조항 하나가 아프간 여성들에겐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문제의 조항은 '피의자 가족은 형사소추 과정에서 증인이 될 수 없으며 어떤 진술을 해서도 안 된다'는 '증언 금지' 조항으로,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 의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이 조항대로라면 남편에게 학대를 당한 아내는 물론 이를 목격한 가족 누구도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아프간은 대가족이 밀폐된 외딴 가옥에 모여 살기 때문에 피해자나 가족의 증언이 없으면 폭력 남편을 처벌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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