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인권, 인권] 반세기만에 치르는 버마의 4월 총선 유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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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반세기만에 치르는 역사적인 버마의 4월 총선 유세 현장을 들여다봅니다.

(버마 선거유세장 현장음)

4월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버마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최근 자신의 출마 예정지를 대상으로 첫 유세에 나섰습니다.

가택연금을 포함한 숱한 역경을 뚫은 자유의 전사인 수치 여사를 보기 위해 양곤의 빈곤층 밀집지역인 카우무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마치 인기 많은 대중가수를 맞는 듯한 열기를 보였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주요 외신의 여러 동영상을 보면, 수십 대의 호송차량과 수백 대의 오토바이에 둘러싸인 채 수치 여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수많은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면서 수치 여사의 안녕을 기원했습니다. 지지자 중 일부는 수치 여사가 2살 때 암살당했던 아버지이자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초상화를 들고 연호했습니다.

이날 유세를 지켜본 한 유권자는 "수치 여사가 이 곳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전율을 느꼈다"며 "마치 먼 여행을 떠났던 어머니가 예고 없이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권자

: 어머니 수치 여사 만수무강하세요!

수치 여사도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국민들 위해, 당신들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수치 여사는 연설에서 "국민들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며 "민주주의민족동맹은 마술 같은 힘은 없지만 이 투쟁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가지고 총력을 기울인 공동의 노력으로 우리의 바람을 얻어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치 여사는 이어서 "민중들과 함께 하는 그 길은 험난하겠지만 우리가 향하는 목적지는 평화와 안정, 국가발전에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치 여사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아웅산 수치

: 민중의 힘이 온 나라에 가득할 때에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은 모두 48명을 뽑는 이번 보궐선거 지역 모두에 후보를 낼 예정입니다. 수치 여사는 지난 1989년부터 가택연금을 당한 상태에서 이듬해 총선을 민주주의민족동맹의 승리로 이끌었으나 군부의 거부로 집권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곤, 2010년 11월 연금이 최종 해제되기 전까지 21년 중 약 15년간 가택연금 생활을 했습니다. 이후 20년 만인 2010년 실시된 총선에서도 군부가 수치 여사를 비롯한 민주주의민족동맹 주요 지도자들의 참여를 제한하면서 민주주의민족동맹의 전면적인 선거 거부 운동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오는 4월 선거는 버마 민주화의 중요한 시험대라고 안팎에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들어선 테인 세인 버마 정권이 정치범 석방, 소수민족 반군과의 휴전, 언론자유 확대 등 개혁조치를 이끌었으나 정치적 긴장은 아직 높습니다. 수치 여사의 첫 제도 정치권 진출이 유력한 이번 선거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어도, 의석수가 적은 탓에 여당과의 협조 하에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버마 정부 입장에서는 여당 의원을 많이 배출하는 것보다 국제사회에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진다는 인상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선거의 공정성이 서방의 대 버마 경제제재를 푸는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버마는 얼마 전 미국으로부터 희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은 버마의 그간 개혁·개방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버마에 대한 제재를 일부 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버마는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 구제금융기관으로부터 재정·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힐러리 장관은 지난해 12월 미국 국무장관으로 56년 만에 버마를 방문했을 당시 수치 여사를 만나 수치 여사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전 세계는 버마의 4월 선거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 중 하나였던 버마에 이미 도도한 자유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과연 이 물결이 북한에도 흘러 들어갈 지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세계적인 ‘인권 판사’ 발타사르 가르손 씨에 대해 스페인 대법원이 11년간 자격정지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가르손 지지자들은 “수치스러운 판결”이라고 비판했고 국제단체도 이에 가세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르손 씨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보편적 관할권’을 내세워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기소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던 인물입니다. 스페인 대법원은 “가르손 씨가 자의적으로 교도소 내 수감자와 변호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도록 지시했다”며 가르손 씨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화 녹음 사건은 스페인 정부 발주 계약과 관련된 것으로, 집권 국민당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가르손 씨는 그러나 “법을 존중하면서 테러리즘과 마약 밀거래, 반인도주의 범죄, 부패와 싸워 왔다”며 무죄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사도 가르손 판사가 무죄라고 선언했습니다. 가르손 지지자들은 “스페인은 가르손 같은 판사가 더 필요하다”며 판결에 불만을 표시했고, 국제법률가위원회는 “판사의 활동을 범죄로 단죄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행위”라고 거들었습니다. 가르손 씨 측은 판사 자격정지 결정이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시대에 자행된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 판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가르손 씨는 2008년 10월 내전 당시 프랑코 정권의 조직적 민간인 학살과 피살 민간인들의 암매장 추정 장소 19곳에 대해 발굴해, 조사하라고 명령했습니다.

-- 미국의 애플사 납품 업체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난 여론과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 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컴퓨터 기능까지 가능한 똑똑한 전화기인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주요 제품은 중국 청두에 있는 팍스콘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근로자들은 주간 60시간이 넘는 장시간 근로, 군대 같은 작업장 문화, 열악한 식사, 일상생활에 대한 엄격한 통제 속에 생활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립니다. 미국 언론이 비참한 노동환경을 잇달아 폭로하면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운동이 번지고 있습니다. 미국 내 온라인 전문 청원사이트 '체인지닷 오그' 와 소비자, 노동자, 주주 권익운동사이트인 '섬오브어스'는 이미 25만 명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두 단체 회원들은 전 세계 5-6개 애플 매장을 방문해 청원서를 전달했습니다. 이들은 애플 제품을 좋아하지만 근로자들을 해치는 제품을 더 이상 윤리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애플이 납품업체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