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열린 국제 인권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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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 인권회의를 들여다봅니다.

(림일) 도착 다음날부터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점심시간 한 시간 제외하고, 12시간씩 일했고, 3일에 한 번씩 연장 작업을 하면서도 휴식은 제대로 없었습니다.

탈북자 림일 씨가 최근 '제7차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실태를 고발하는 장면입니다. 이 회의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워치'를 포함한 20여개 국제인권단체들이 매년 공동 주최하고 있습니다.

1996년 쿠웨이트에 파견된 림 씨는 "철조망이 쳐진 수용소 같은 현장에서 노예처럼 쉬지 않고 일했다"며 "두 달에 1번 쉬는 날에도 생활총화 같은 이념 교육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더 큰 어려움은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도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림 씨는 당초 월급으로 북한에서 상상하기 힘든 120달러를 약속받았습니다.

(림일) 처음에 월급을 왜 안주냐고 물어봤을 때, "고용회사에서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서 못준다 그랬다"가 두 달, 세달 지나서도 안줘서 물어보면 "당에서 주라는 지시가 없어서 못준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원들의 이런 해명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림 씨가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회사에서 지급된 월급은 북한 정부가 모두 가져갔던 겁니다.

림 씨의 이런 증언은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소가 얼마 전 발표한 보고서 내용과도 일치합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국제 규제를 우회하는데 해외노동자 임금이 도움을 준다"면서 "금융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은 송금되지 않고 북한 당국이 현금으로 가져간다. 귀국 노동자들이 현금을 운송하는 운반책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도 최근 탈북자들과 한 면담을 실으면서 "북한의 해외노동자들은 하루 최소 12시간 이상을 일하며 쉬는 날은 일 년에 며칠에 불과하다. 임금은 약속된 액수의 10%를 받거나 아예 못 받기도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림 씨는 북한 당국이 이런 현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이 직접 겪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전략센터 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2012년 현재, 40개국에 6만~6만5000명의 해외인력을 파견하고 있으며 연간 1억5000만-2억3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앞서, 탈북 대학생 박연미 씨는 제네바 정상회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강연 동영상에서 "지난 70년간 김 씨 독재정권이 북한 주민들을 억압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에서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기아와 고문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은 노동당원의 특권을 이용해 중국 상품을 밀수하던 아버지 덕에 상대적으로 넉넉한 생활을 했지만, 부친이 결국 밀수죄로 2002년 체포돼 노동수용소로 보내지면서 갑자기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2007년 고향인 혜산에서 얼어붙은 압록강을 넘어 어머니, 언니와 함께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중국에서의 탈북자 생활도 참혹하기는 북한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박 씨는 말했습니다.

가장 큰 고통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중국 인신매매단에 잡힌 것이었습니다. 박 씨는 13세 나이에 인신매매범들에게 욕보일 위기에 처했는데, 어머니가 대신 희생했다고 아픈 가족사를 털어 놓기도 했습니다. 박 씨가 영어로 밝힌 말입니다.

(박연미)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간 여성의 80%가 이렇게 인신매매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의 10대, 혹은 20대의 탈북 여성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 인신매매단에 의해 200달러의 푼돈에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한편,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탈북자들이 증언한 것은 올해로 6번째입니다. 지난해에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경비대원 출신의 탈북자 안명철 씨가 참석했고, 이보다 앞서,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와 정광일 씨, 강철환 씨, 그리고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주일 씨가 증언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프랑스 기자 2명이 최근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몽골족 반체제 인사를 취재하려다가 중국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지의 브리스 페드롤레티 기자는 최근 사진 기자와 함께 몽골족 반체제 인사 하다 씨를 취재하기 위해 네이멍구에 갔다가 하다 씨의 자택 주변에서 중국 보안요원에 의해 파출소로 연행된 뒤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4시간 만에 풀려난 뒤 네이멍구 후허하오터 시 공항에서 베이징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사복 경찰관들의 감시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하다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당국이 국외 인사나 친구의 방문을 금지하고 있어 자유가 상당히 제한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다 씨는 네이멍구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다 당국에 체포돼 국가분열 등 죄목으로 20년 가까이 복역한 후 작년 12월 초에 석방됐지만, 이후로도 중국 보안 요원의 24시간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하다 씨가 석방되자 많은 국내외 몽골족 출신들이 후원금을 보냈지만, 중국 공안당국은 국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계좌들을 동결했습니다.

-- 대학 연극에서 왕실을 풍자한 태국인 20대 2명이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프랑스의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방콕 라차다 형사법원은 최근 "연극에서 맡았던 배역이 왕실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고 형을 유예할 아무런 이유도 찾지 못했다"며 남자 대학생인 파티와트 사라이옘 씨, 여성 활동가인 포른팁 만콩 씨에게 징역 2년6개월 형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8월 방콕 탐마삿 대학에서 상연한 연극 '늑대 신부'에 출연했습니다. 늑대 신부는 군부 정권에 의해 탄압당한 지난 1973년 10월 학생혁명의 40주년을 기해 제작된 연극으로 가상의 왕국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는 작품입니다. 이들은 이후 지난해 8월 왕실 모독죄로 기소를 당했습니다. 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왕실 모독죄를 적용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은 자국 내에서 신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인권단체 국제인권연맹은 태국 군부가 지난해 5월 쿠데타를 일으킨 후 현재까지 왕실모독 혐의로 40여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7명에게는 3~15년의 징역형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