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최신 보고서 '북한 해외노동자 현황과 인권실태'를 들여다봅니다.
(림일) 도착 다음날부터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점심시간 한 시간 제외하고, 12시간씩 일했고, 3일에 한 번씩 연장 작업을 하면서도 휴식은 제대로 없었습니다.
탈북자 림일 씨가 지난 달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북한 해외 근로자의 실태를 고발하는 장면입니다. 림일 씨는 1996년 쿠웨이트 주재 '조선광복건설회사'에서 노동자로 파견돼 일하던 중 탈출해 1997년 3월 한국에 갔습니다.
이처럼 직접 업무를 담당했거나 관계했던 20명의 탈북자를 면담한 뒤, 북한 당국이 해외에 파견한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생생하게 폭로한 보고서가 최근 서울에서 발간됐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이승주 연구원이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이승주) 저희가 최근 조사한 북한 해외노동자 파견 현황은 2013년 1월 국회외교통일위원회 자료 기준으로, 전 세계 16개 국가에 4만 6천여 명이 파견돼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파견국은 러시아로 약 2만여 명이 파견돼 나가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국이 1만9천여 명, 쿠웨이트에 5천여 명,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폴란드 등지에 500여명 단위의 북한 해외노동자가 파견돼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외에 파견됐던 탈북자들은 앞서 림일 씨가 증언한 것처럼, 식사 시간을 빼고 하루 평균 12∼16시간씩 한 달 내내 노동하고, 한 달에 고작 하루 휴식하고, 월급 90%는 착취당하는 비참한 '노예 노동'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승주 연구원의 말입니다.
(이승주)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의 인권침해는 해외 파견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전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열악한 부분은 임금 착취입니다. 해외 노동자가 벌어들인 수익의 7:3의 비율로 벌어들인 수익의 30%만을 본인의 것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 30%에서도 또 10-20% 수준의 식비를 공제하고, 나아가 나머지 비율 중의 일부를 관리자들이 착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인들의 근로조건이나 임금의 규모를 알지 못하고 간 상태에서 첫 월급으로 임금액을 알게 되고, 그 금액마저도 안정적으로 지급받지 못하는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현실이 매우 열악합니다.
북한은 정권이 수립된 1948년부터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인력을 송출했으며 1970년대에는 아프리카에, 1990년대에는 중동지역에 인력을 송출했습니다. 이들의 봉급은 월 100∼150달러 수준입니다. 1990년 이후 큰 변동이 없다고 합니다. 근로자들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월 10달러 정도입니다. 취업 업체가 북한 측 지배인에게 급여를 지급하면 보관하다 근로자에게 배급하는 방식입니다. 특별한 설명 없이 자발적인 상납 형식으로 약 90%가 북한 당국으로 넘어갑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매년 12억~23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현지 저임금 근로자들도 기피하는 위험하고 힘든 일을 주로 맡습니다. 혹한기에 러시아 시베리아의 벌목장, 쿠웨이트, 카타르 사막지대의 건설 공사장, 아프리카의 농장 등이 주요 무대입니다. 북한 근로자들은 해외에 나가면 막연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해외 파견을 자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노동시간이나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제대로 안내 받지 못한 채 일선에 배치된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게다가 조직이 사생활을 철저히 감시해 외부와 접촉할 수도 없습니다. 일을 하다 다치면 바로 본국으로 송환됩니다. 치료 받는 동안 식비와 치료비 등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망자가 발생하면 15∼20구의 시신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 북한으로 한꺼번에 보냅니다. 경우에 따라 시신이 북한에 도착하는데 1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승주 연구원은 국제사회가 해외 북한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체코가 지난 2007년 자국 내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착취와 관련해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들의 철수방안을 마련한 점을 좋은 예로 들었습니다.
(이승주) 체코와 더불어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도 인권문제에 대한 개선조치가 없자, 자국에 있던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고 더 이상 그들의 인력송출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 근로자들에게 다른 나라에서 파견된 노동자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최소한의 조치를 이룬다면 이들이 근로하는데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를 개선하려는 조치가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것이 궁극적으로 북한인권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이 홍콩 민주화 운동 지도자의 증언을 청취하려는 캐나다 하원 외교위원회에 증언 일정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캐내다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뤄자오위 주캐나다 중국대사 명의의 서한을 통해 하원 외교위원회가 홍콩 민주화 시위 지도자 마틴 리 씨를 청문회에 초청해, 증언을 청취하려는 데에 강력한 유감과 반대를 표시하고 이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마틴 리 씨는 지난해 말 2개월간 계속된 홍콩 시위 사태 직후 당국에 체포됐던 지도자급 인사입니다. 서한은 "민감한 홍콩 상황을 감안할 때 캐나다 측이 그런 청문회를 개최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홍콩 내부 문제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외부 세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거나 중국-캐나다 관계에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스웨덴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거액의 무기 수출을 포함한 군사협력 협약을 전격 중단했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최근 논란거리가 된 사우디와의 안보협약을 더는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온라인 뉴스매체 <로컬>이 전했습니다. 5년 협약의 갱신을 요구해온 스웨덴 기업인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사우디도 군사협력 협약 중단에 항의하는 뜻으로 스웨덴 주재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지난 9일 아랍연맹이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의 사우디 인권 비판을 구실로 발스트룀 외무장관의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 개막식 연설을 취소해버린 뒤 나왔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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