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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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공개된 미국 국무부의 인권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청취자들을 위해 국무부가 펴낸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장명화: 네. 미국 국무부는 1977년부터 매년 '국가별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2013년 200여 개국과 영토의 인권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를 상대로 외교, 경제, 전략 정책을 수립할 때 근거 자료로 사용됩니다.

양윤정: 북한의 인권 상황은 어떻게 평가됐습니까?

장명화: 보고서는 한마디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개탄스럽다"면서 "탈북자들은 사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처형을 비롯해 실종, 임의적 감금, 정치범 체포, 고문 등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개탄스럽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평가는 2009년 '열악하다'를 시작으로 해마다 '개탄스럽다', '암울하다', '극도로 열악하다' 등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양윤정: 보고서의 북한 편을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장명화: 네. 보고서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총평에서 "북한은 60년 이상 김 씨 일가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독재국가"라면서 "김정은이 2012년 7월 17일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았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가장 최근에 실시된 2009년 3월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면서 "주민들에게는 정부를 교체할 권리가 없으며, 정부는 주민들의 모든 삶의 영역을 확고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 운동도 보장하지 않으며 생명을 위협하는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일부 송환된 탈북자와 그 가족들이 중형에 처해지고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에서는 여성 인신매매가 이뤄진다는 보고도 있다"면서 "그러나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관리에 대한 당국의 처벌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윤정: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보고서 발표를 하루 앞두고 미국의 케이블 뉴스방송인 MSNBC와 한 회견에서 북한을 '악'이라고 규정하는 강경 발언을 내놓았는데요, 다음날 보고서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또 언급했습니까?

장명화: 네. 케리 장관은 오늘날 국제사회에 심각한 안보문제를 일으키는 국가들이 자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짓밟는 국가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면서 시리아에 앞서 북한을 가장 먼저 그 구체적 사례로 들었습니다. 케리 장관의 말입니다.

(존 케리) 북한에서 유엔 조사위원회가 최근 엄청난 고문과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명확하고 설득력강한 증거를 찾아냈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을 즉결 처형하거나 대공화기를 발사해 죽입니다. 특히 122㎜ 대공화기는 글자 그대로 인간을 말살하기 위한 무기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걸 보도록 강요까지 합니다. 이는 추잡하고 완전한 협박이며 억압 형태입니다.

양윤정: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 가운데서는 북한과 함께 어떤 국가들이 '문제 국가'로 지목됐습니까?

장명화: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입니다. 보고서는 유권자들의 권리를 박탈한 캄보디아 선거와 전쟁범 단죄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스리랑카의 검열을 비판했습니다. 또 미얀마가 라카인주의 불교도와 무슬림 간 폭력 행위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권보고서는 그러면서도 미얀마의 정치범 석방을 포함해 아시아 인권 상황이 다소 진전됐다고 밝혔습니다. 미얀마와 관련한 케리 장관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존 케리) 미얀마는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어 왔지만, 서서히 독재체제에서 벗어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좀 더 생산적으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얀마처럼 다른 길을 택해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국민들, 지역들의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중국 인권상황에 대해서 기본적인 자유가 제약을 받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계속 인권운동가 활동을 제지하고 티베트인과 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양윤정: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가 나왔습니까?

장명화: 전반적으로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로 평가했습니다. 한국의 주요 인권문제로 양심적 군 복무 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짧게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양심적 군 복무 거부자란 병역 의무가 부과된 시민이 폭력에 반대하는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 또는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한국의 대표적 진보 성향 계간지 '창작과 비평' 2014년 봄 호가 북한 인권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글을 실었습니다. 한국 내 진보진영은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서보혁 HK연구교수는 '진보진영은 북한 인권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권이 진보의 의제인 점을 감안할 때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막론하고 남한 진보진영이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서 교수는 또 "객관적 사실로서 북한에 인권침해 현상이 있고, 인권의 실상이 평균 이하의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면서 "북한 인권 상황이 대단히 열악하고 거기에 북한체제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은 진보진영의 정체성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 남부 아프리카의 국가 보츠와나가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이유로 북한과의 국교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보츠와나 외무부는 최근 "보츠와나 정부는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정부와 협력할 수 없다. 지금부터 북한과의 모든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밝혔습니다. 외무부 측은 "얼마 전 발표된 유엔의 북한 인권보고서가 국교 단절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북한 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국민의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단과 콩고,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국가의 인권 탄압 문제로 서방 국가가 이들과의 국교를 단절한 사례는 있었지만, 아프리카 국가가 같은 이유로 특정 국가와의 국교를 단절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권을 문제로 북한과 단교를 선언한 사례도 보츠와나가 처음입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