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유엔인권이사회 제19차 회의 가운데 북한 관련 부분을 전해드립니다.
다루스만
: 북한을 도망쳐 나와 망명을 찾는 주민들의 안전과 보호문제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그리고 각국이 망명자들에 대한 보호를 제공할 의무와 함께 비송환 원칙을 준수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은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실에서 20분 가까이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요약 발표하면서, 그 끝머리에 강제송환 금지원칙의 준수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얼마 전 미국 의회가 개최한 긴급청문회에서 크리스토퍼 스미스 의원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에 유엔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함 주문은 결국 불발이 된 셈입니다. 스미스 의원은 구체적으로 유엔이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명하며 탈북자 강제 송환이 명백한 국제조약 위반임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었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또 1985년 서독에서 북한으로 입국했다가 억류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숙자씨 모녀 문제도 거론했습니다. 신 씨의 남편인 오길남 박사는 1986년 북한을 탈출했으나 신 씨와 두 딸은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루스만
: 이 사건이 여러 해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하며, 오길남 박사의 가족들을 즉각 자유롭게 해줄 것을 북한 당국에 요청합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북한 식량난과 관련해, “만성적인 식량 부족 사태는 북한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문제가 되고 있다”며 "식량 부족은 특히 어린이와 여성, 고령자들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이어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를 일일이 거론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할 것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박상기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 대사는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의 발언에 지지를 표명하며 탈북자 강제 송환 금지 권고를 주변국들이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서세평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 대사는 “특별보고관의 보고는 적대 세력에 의해 조작된 근거 없고 비이성적인 추정으로 가득 찬 정치적 책략”이라고 비난하며, “특별보고관과 같은 적대적인 제도가 인권이사회에서 제거되지 않는 한 대화와 타협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한편, 인권이사회 회의장에서는 탈북자 북송 저지 운동을 위해 제네바를 방문한 한국 국회대표단이 발언을 마치고 퇴장하는 서세평 북한 대사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습니다. 한국의 여당인 새누리당의 안형환 의원의 말입니다.
안형환
: 북한 주민들 잡아가면 안 됩니다. 잡아가면 안 됩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서 대사는 입을 꾹 다문 채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국회대표단은 막아서는 북한 외교관들과 입씨름을 벌였습니다. 그러자 유엔 경비들은 한국 국회의원 2명을 30여 분간 격리시켰는데요, 이 과정에서 안형환 의원과 새누리당의 이은재 의원은 각각 손목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국 언론은 전했습니다.
안형환
: 북한 측 대사관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여성인 이은재 의원의 발을 차고 팔을 비틀었습니다. 연약한 여자에게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충돌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일본 대표단의 발언이 중단되는 등 각국 대표단 500여 명이 참석한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가 잠시 중단됐습니다.
두 의원이 강제 격리된 뒤 새누리당의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야당인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박 의원은 앞서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을 요구하며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열흘 이상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한 인물입니다. 김 전 의장과 박 의원은 “여성 국회의원에 폭력을 행사한 북한 대표단은 사과해야 하며, 유엔은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에 유감 표시가 있어야 한다”며 충돌의 책임을 북쪽에게 돌렸고, 이에 맞서 북한대표단은 “한국 국회의원들의 행동은 매우 비문명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시리아 유혈사태 중재에 나섰지만 시리아 정권과 반정부 세력 모두로부터 외면을 당했습니다. 서방이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대화 해법을 고집하자 시리아 야권은 불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유엔과 아랍연맹의 특사 자격으로 최근 시리아를 찾은 아난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만나 반정부 세력과의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아난은 시리아 유혈사태의 해결을 위해 아사드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정전과 정치적 대화, 구호 기구의 주민 접촉 허용 등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아사드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시리아 야권에서는 아난의 중재에 대해 국제사회의 무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습니다. 반체제 단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의 부르한 갈리운 의장은 아난의 대화 제안에 대해 “지난 1년간 정부군 유혈진압으로 최소 7500명이 사망한 시리아에서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허술한 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군사개입을 일찌감치 배제한 채 “시리아 위기는 정치적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아난의 발언에 대해서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시리아 야권 내에서는 서방의 ‘입발림 소리’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시리아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면서도 군사개입과 무기지원 같은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은 시리아 무력분쟁이 자칫 종파 간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 때문에 리비아식 개입을 꺼리고 있습니다.
-- 필리핀의 사형제 폐지를 이끌어냈던 인권 운동가가 태국 정부에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태국 인권단체 초청으로 태국을 방문한 아퀴리노 피멘틀 전직 필리핀 상원의원은 "사형제도는 구시대의 산물"이라면서 "태국은 비인간적인 사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피멘틀 전 상원의원은 지난 2006년 필리핀 정부가 사형제도를 폐지할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인권 운동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피멘틀 전 의원은 태국 상원의 인권위원회 위원 등과 만나 "사형제도는 `눈에는 눈'이라는 개념의 중세 시대식 보복 제도"라면서 "범죄자들에게 재생의 기회를 주지 않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멘틀 전 의원은 “사형제가 존속하는 한 무고한 사람이 잘못된 판결로 목숨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형제도가 범죄 예방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태국 상원 인권위원회 위원들은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형제가 필요하다며 피멘틀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