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캐슬톤에서 열린 인권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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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22일 버지니아 캐슬톤에서 열린 인권 음악회를 들여다봅니다.

버지니아 캐슬톤에서 열린 인권 음악회 "A Time to Break Silence" 포스터. (Photo courtesy of chateauville.org)
버지니아 캐슬톤에서 열린 인권 음악회 "A Time to Break Silence" 포스터. (Photo courtesy of chateauville.org) (Photo courtesy of chateauville.org)

(심용석)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한인 성악가 심용석 씨가 지난 22일 밤 버지니아 주 캐슬톤에서 '침묵을 깨야할 시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음악회에서 부른 한국 가곡 '비목'의 한 대목입니다. 이 노래는 한국 전쟁 때 작곡자가 전투가 치열했던 철원 부근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숱하게 널려 있는 시체들과 이름 없는 비목을 보았던 기억이 되살아나 만든 곡입니다. 테너 심용석 씨는 적막에의 두려움과 전쟁의 비참함, 그 때문에 더욱 간절한 향수의 선율을 미국인 관객들에게 선사했습니다.

이날 테너 심용석 씨를 포함해 다국적 음악인으로 구성된 '솔트 오페라 앙상블'은 미국 샤토빌 재단이 주관한 음악회에 초청돼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양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샤토빌 재단은 세계적인 지휘자로 지난 2008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평양에서 공연했던 로린 마젤이 캐슬톤에 설립한 민간단체입니다.

음악회의 사회를 맡은 로린 마젤의 아들 오손 마젤 씨는 관객들에게 북한 인권의 실상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북한 인권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오손 마젤 씨는 지난 2012년 뉴욕의 중국 영사관에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금지하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직접 전달하고, 지난해에는 탈북자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를 캐슬톤 음악축제에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오손 마젤) 예술을 통해 사람을 감동케 해 인권 유린을 당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2012년에 북한 인권 관련 행사를 열었는데, 이 때 두 명의 탈북자가 북한 인권의 실상을 전했습니다. 마침 캐슬턴 음악축제 관계자들이 몇 명 참석해, 앞으로 음악과 인권을 엮은 행사를 마련하자고 제안하면서 이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음악회에는 특히 탈북여성 조은혜 씨가 강제북송과 재탈북을 되풀이했던 가족의 수난사를 영어로 전해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조 씨는 현재 어머니, 언니와 함께 워싱턴 근교에서 살고 있습니다.

(조은혜) 저는 여러분이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길 부탁드립니다. 다행히 저희 가족은 마침내 자유를 찾아, 이 곳 미국에 정착해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북한 주민이 여전히 북한의 독재 아래 신음하고 있음을 더불어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조 씨는 이어 한국의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소개했습니다. 이 곡은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리면서 통일 주제가로 떠올랐습니다. 또 1985년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 예술단 교환 공연에서도 불렸는데, 이 때 북한의 전 관중이 일어나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운 금강산) 누구의 주제련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이제야 자유만민 옷깃 여미며 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수수만년....

심 씨와 함께 '그리운 금강산'을 유창한 한국어로 부른 소프라노 수전 휠러 씨는 음악회가 끝난 뒤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나 북한 인권의 참상을 처음 접한 뒤, 이런 일이 과연 21세기 현대 문명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지 의아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전 휠러) 저는 북한의 인권 실상이 의외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랐습니다. 독일 나치 히틀러나 구소련 스탈린 때와 흡사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이 문제를 그다지 논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노래를 통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찾고 싶습니다.

버지니아 주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한인 에스더 김 씨는 평소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아 미국 학생에게 종종 관련 소식을 전해준다면서, 이번 음악회를 비롯한 국제적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북한의 인권이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에스더 김)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우리 한인이 북한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미국인이 이처럼 깊은 관심을 갖고 이런 음악회를 열어준 데 대해 감사하고요. 북한이 유엔 가입국 193개 가운데 가장 악독하고 인권유린국인데 우리 한인이 좀 더 힘을 합쳐 북한 인권을 위해서 더욱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날 음악회에는 나치 시대의 홀로코스트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아동들이 쓴 시에 유대계 미국인 작곡가 로리 라이트만이 쓴 곡이 연주되고, 수단의 참혹한 인권 실상에 관한 증언도 포함됐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공산국가인 베트남이 최근 북한의 인권문제를 비롯해 북한 관련 현안에 대해 나름의 목소리를 내는 등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일간지 뚜오이쩨 등에 따르면 베트남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을 강조했습니다. 응웬 쭝 타잉 제네바 주재 베트남 대사는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회의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북한과의 건설적인 대화와 진지한 협력을 통해 북한의 인권개선과 다른 한반도 제반 현안의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미얀마가 50년 만에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미디어법'을 제정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이달 초 의회에서 통과된 미디어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얀마 언론은 더 이상 국가의 통제와 검열을 받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됐습니다. 또 미얀마 언론인들은 국가 기밀을 제외하고 모든 정보를 정부에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