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통과된 북한 인권 결의안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이번 북한 인권 결의안의 골자는 무엇인가요?
장명화: 북한 인권 상황과 인권침해 가능성 등에 대해 1년간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하는 조사위원회 창설의 규정입니다.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맡아왔던 북한 인권문제를 포괄적으로 조사하는 유엔 차원의 공식기구가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만장일치로 통과된 결의안은 북한에서 자행되는 고문과 강제노역 등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양윤정: 조사위원회의 인력구성이나 조사대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조사위원회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포함해 모두 3명으로 구성됩니다. 앞으로 인권이사회 사무국은 조사위원회 활동에 필요한 실무인력 지원, 편의 제공, 예산 배정의 조치를 하게 되는데요, 조사위원회는 2개월여의 실무 준비를 거쳐 6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사대상은 식량권 침해, 수용소와 관련된 인권침해, 고문과 비인간적 대우, 자의적 구금, 차별, 표현의 자유 침해, 생명권 침해, 이동의 자유 침해, 타국민의 납치와 강제 실종 문제 등입니다. 조사위원회는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과 반인도 범죄의 책임 문제도 고려키로 했습니다.
양윤정: 유엔 내 조사위원회의 성공적인 활동 사례가 있습니까?
장명화: 네. 이미 수단, 리비아, 코트디부아르, 시리아 등지에서 그 적실성이 입증됐습니다. 예를 들면, 2004년 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 설치된 수단 다르푸르조사위원회는 국제 인도법·인권법 침해 사실 조사, 집단살해 여부 확인, 가해자 색출, 책임자 처벌 방법 건의 등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인권이사회에 의해 설치된 조사위원회는 시리아에서 발생한 국제인권법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범죄 해당 사실과 상황을 확정하며, 반인도적 범죄 등의 혐의가 있는 가해자의 책임을 가려내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물론 위의 사례는 하나 같이 내전이나 유혈충돌 과정에서 전쟁범죄, 집단살해나 반인도적 범죄 등이 발생한 나라에 대해 구성됐습니다. 한국에서 인권대사로 일했던 제성호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에 비해 북한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고 지적합니다. 제 교수는 북한의 인권 침해가 세계의 다른 어느 곳보다 더욱 심각하며 반인륜적인 국제범죄 수준에 이르렀다는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이번 결의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있습니까?
장명화: 희박합니다. 결의안이 채택되자 북한 측 대표는 정치적 음모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서세평 유엔 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서세평) 우리는 통과된 대북한 결의안을 거부합니다. 정치적 음모와 날조된 결의안입니다.
양윤정: 예상했던 대로군요.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국제적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특별 성명에서 "조사위원회 설립은 북한의 비참한 인권 실태에 대응하는 긍정적인 조치"라면서 "유엔 회원국은 북한 정권에 인권 범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종국에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여당인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는 "조사위원회가 피해자 증언, 정보수집에만 그치지 않고 인권침해 책임자 규명도 포함할 것이므로 응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크게 환영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안이 국제사회가 북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잠시 엘린 도나호 유엔 제네바 주재 미국 대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엘린 도나호) 국제사회에 북한에 관심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겁니다. 핵이 아닌 인권 문제가 대두될 것입니다.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은 결의안 통과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아버지처럼 잔인하게 주민들을 탄압하는 게 입증됐다며, 암흑의 감옥 같은 북한에 빛을 비출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조사위원회가 북한의 협조를 기대하긴 어렵겠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조사위원이 북한을 방문한다거나 현장을 조사하고, 북한 당국에 관련 정보를 제공받기란 어려울 겁니다. 조사위원들은 대신 탈북자, 북한 인권단체, 유엔의 인권기구, 관련국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연대를 통해 조사의 실효성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이 인권 조사에 대해 협조하지 않으면 확인이 안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면서 "사실 관계 확인을 거부하며, 사실로 인정되는 것이 유엔의 절차"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조사위원회의 활동에 협조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협조하지 않으면, 국제형사재판소의 제소를 촉진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양윤정: 네. 장명화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