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사형 선고와 집행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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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국제적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최근 발간한 '사형 선고와 집행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김현정) 인민학교 2, 3학년 때였어요. 8-9살이었죠. 시장에 장보러 사람이 많이 모이는데, 어느 날 시장에 공고문이 붙었어요. 몇 월 며칠 몇 시에 공개처형하니까 모이라고요. 그러면 사람들이 다 거기에 나갑니다. 먼저 재판을 합니다. 무슨 목적으로 이 사람은 인민의 이름으로 재판을 한다, 그러면 안전원 3명이 나와서 3번 세등분해서 사람을 묶는데, 총을 세 번 쏘면 시체가 동그랗게 돼서 떨어집니다. 그 후 가마니를 들고 와서 툭 차서 시체를 넣고 끌고 갑니다. 어렸을 적부터 이런 걸 많이 봤습니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의 탈북자 김현정 씨가 지난해 말 한국의 채널A에 나와 북한의 공개처형을 증언하는 장면입니다. 인간의 생명을 헌신짝 보듯 하는 인권 파괴의 실상에 남한 출연진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이 같은 공개처형을 포함해 최소 50건의 사형이 지난해 북한에서 집행됐다고,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밝혔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국가 권력에 의해 투옥, 구금된 각국의 정치사상범 구제를 목적으로 1961년 설립된 세계 최대 민간 차원의 인권운동단체입니다.

앰네스티는 '2014년 사형 선고와 집행 보고서'라는 제목의 연례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정보가 극도로 제한돼 있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믿을만한 보고들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치아라 산조르지오 아시아담당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치아라 산조르지오) 북한이 모든 처형을 즉각 중단할 것과 저희가 사형 관련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촉구합니다. 북한이 지난해 50여 건의 사형을 집행했다는 상당히 신뢰할만한 정보도 있습니다.

앰네스티 보고서는 "50명이란 숫자는 크게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는 그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데프로즈 무체나 지역국장의 말입니다.

(데프로즈 무체나) 보고서의 사형건수가 실제 총수치를 뜻하진 않습니다. 왜냐면 일부 국가는 사형선고나 처형과 관련한 통계를 공공영역에 내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 같은 경우, 사형선고나 집행에 관련한 자료를 여전히 국가기밀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처럼 사형선고와 집행에 관련한 자료를 국가기밀로 취급하는 나라로 북한과 베트남을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에서는 금지된 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 시청, 부정부패, 부적절한 성관계 등 다양한 죄목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사형을 당했고, 그 중에는 당과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도 포함됐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산조르지오 연구원은 국제법적으로 사형은 고의적 살인 등 '가장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내려질 수 있는 형벌인데도 북한은 이런 국제기준과 거리가 멀게 사형집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북한 법률에 따라 사형을 선고할 수 없는 범죄들에 대해서도 계속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지난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서술했습니다. 산조르지오 연구원의 말입니다.

(치아라 산조르지오) 외국인과의 불법 통화, 마약 불법 사용과 거래, 인신매매 등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보고서는 앞서 탈북자 김현정 씨가 말한 대로 "북한이 주기적으로 공개처형을 실시해, 일반 주민들에게 공포를 주입하고 있다"며 "공개처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지난해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 심사 때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비준과 사형제도 폐지를 목표로 한 사형집행 유예를 권고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앰네스티는 북한이 사형집행을 중단하고 법률도 국제인권법 기준에 맞게 고치라고 권고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전 세계 사형집행 건수는 607건으로, 전년보다 22% 감소했지만 사형 선고는 2466 건으로 오히려 28%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주간 들어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한국의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상반기 중 서울에 개소 예정인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인권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과 러시아 인권 문제를 정면 거론한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인권 토론회 축사에서 "아직 동북아시아 일대가 완전히 민주화, 자유화된 지대가 아니다"라며 "북한인권 현장사무소가 개설된다면 그 역할은 단순히 남북한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시아 전체에 밝은 등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을 넘어 중국에도 인권 유린으로 절망하는 분들이 많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가 최근 한 위구르족 남성에게 턱수염을 길렀다는 이유로 징역 6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남성의 부인도 이슬람 복장을 한 '죄'로 2년 간 감옥에 갇히게 됐습니다. 홍콩의 일간지 명보에 따르면, 위구르인 자자티밍 씨는 2010년부터 턱수염을 길렀습니다. 또 부인에겐 이슬람 전통 의상인 부르카를 입게 했습니다. 그러자 촌 간부가 수차례 자자티밍 부부에게 턱수염을 자를 것과 부르카를 입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슬람 복장을 입거나 턱수염을 기른 채 공공장소를 돌아다니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촌 간부는 자자티밍 부부가 말을 듣지 않자 검찰에 이 부부를 고발했습니다. 검찰이 두 사람을 기소하자 법원은 공공질서 문란죄를 적용해,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부인에 대해선 뉘우치고 있는 점을 감안해, 2년형으로 경감했습니다. 이를 두고 중국 인터넷에서는 너무 가혹한 처벌이란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