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서 열린 인신매매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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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아프리카, 세계 보건, 인권 소위원회가 최근 개최한 인신매매 관련 청문회 가운데 북한 부분을 들여다봅니다.

(크리스 스미스) 중국 정부는 지난 8년 연속해서 인신매매 주의2등급 국가로 분류돼 왔습니다. 인신매매를 줄이려는 노력이나, 인신매매와 관련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북한 출신 인신매매 피해자를 강제송환하고 있습니다. 이들 피해자들은 북한에 돌아가면 온갖 종류의 박해를 당합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전혀 진전이 없었습니다.

아프리카, 세계보건, 인권소위원회의 크리스 스미스 위원장이 최근 미국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전한 모두발언 중의 일부입니다. 스미스 위원장이 언급한 인신매매 주의2등급은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보고서에서 쓰는 4개의 등급 가운데 하나입니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인신매매 척결 노력과 관련 법령 정비 상황 등을 평가해 최고 1등급에서 최하 3등급까지 분류합니다.

스미스 위원장은 북한 여성들이 중국 내 여성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되는 이유로 중국 정부의 한 자녀 정책을 꼽았습니다. 중국의 이 무모한 정책 때문에 중국 전체 인구 가운데 남성 비율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겁니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인 남아 선호로, 여자 아이를 가지면 낙태하는 일이 흔합니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져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결혼적령기 남성들이 최소 3700만 명에 이른다고 스미스 위원장은 밝혔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접한 북한의 여성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청문회 증언자로 나선 미국의 인권단체인 디펜스포럼의 수잔 숄티 대표는 중국 내 독신남 숫자가 독신녀를 엄청나게 초과하는 상황에서 북한 여성을 신부로 파는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잔 숄티) 제가 만났던 탈북여성들의 사례 몇 가지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방 모 씨는 북한에서 굶다 아이와 함께 중국에 갔습니다. 방 씨는 국경을 넘자마자 인신매매범들에게 잡혀 팔리게 됐습니다. 중국 내 인신매매범들은 이런 탈북여성을 '돼지'라고 부릅니다. 방 씨는 '최상급 돼지'로 등급이 정해져서 미화 586달러에 팔렸습니다. 방 씨는 나중에 구출돼 한국으로 가기 전 중국에서 소위 '신부'로 3차례에 걸쳐 여기 저기 팔려 다녔습니다. 또 다른 북한 여성인 김 씨는 중국에 보모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중국에 갔다가 졸지에 인신매매 피해자가 됐습니다. 김 씨는 중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머리에 두건이 씌어져 어디론가 끌려갔고, 결국 한 나이든 중국인의 신부로 팔려 지옥 같은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숄티 대표의 증언은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했던 40대 탈북 여성 에스더 채 씨의 증언을 통해서 재차 확인됐습니다. 채 씨는 중국에서 고통당하고 있을 때, 미국계 한국인 선교사인 윤요한 목사의 도움으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왔습니다.

(에스더 채) 저는 체포돼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를 찾아가서 중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여자를 통해 들은 소식은 저를 너무나 놀라게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한 달만 남의 집에서 아기를 봐주면 북한 돈으로 120만원을 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재봉 일을 열심히 몇 달을 해야 하는 돈을 한 달에 벌수 있다는 생각에 중국으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그 여자의 소개로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14시간 계속해서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갔습니다. 결국, 인신매매 현장으로 끌려갔습니다. 저는 아이와 남편이 있는 여자이니, 제발 집으로 돌려보내달라고 빌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울면서 중국 돈 1만6천 위안에 팔려간 곳은 50세까지 돈이 없어 장가 한 번 못간 한족으로, 80세 된 홀어머니와 가난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달아날까 두려워 화장실까지 따라 다녔고, 집을 나설 때는 문을 잠그고 가둬놓았습니다.

채 씨는 자신은 운이 좋아 구출돼 현재 미국 서부에서 봉제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에서 남편들에게 학대를 받으며 생활하거나, 도망치려다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소환되는 등 고통 속에 신음하는 북한 여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에스더 채) 저의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하며 인신매매되는 탈북여성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인터넷 성매매업소와 노래방에 팔려가서 정절을 지키려 자살을 하려다 들키면 뼈가 부서지도록 매를 맞고 경찰에 넘겨져 북송됩니다. 그러면 보위부에서는 '몸 팔다가 돌아온 더러운 년'이라고 고문을 당하다가 소리 없이 죽기도 합니다. 또 팔려간 곳에서 아이를 낳고 살다가 체포돼 경찰들이 아기와 강제로 떼어놓으면, 어머니는 중국말로 이렇게 말합니다. '살아만 있으면 아이 데리러 올 것이다'라고 약속하면서 헤어지는 사례가 셀 수조차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