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인권, 인권] 라이베리아 전 대통령의 유죄평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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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라이베리아 전 대통령의 유죄평결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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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네덜란드 헤이그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 AFP PHOTO (AF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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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루식 재판장

) The trial chamber unanimously find you guil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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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빙

) 재판부는 당신이 여러 건의 범죄를 돕고 사태를 악화시킨 데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를 결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테러행위, 폭력적 살인, 강간, 성노예 등 성폭행, 인간 존엄성 훼손, 학대, 기타 비인도적 행위, 소년병 차출, 납치, 약탈 등의 혐의입니다.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의 리처드 루식 재판장이 지난달 26일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혐의로 국제 재판에 회부된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장면입니다. 전직 국가수반이 국제 법정에서 처벌되기는 2차 대전 이후 처음입니다. 반인도 범죄에 대한 국제적 대응에 기념비가 되는 결정입니다.

유엔이 후원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된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은 “테일러 씨가 반인륜범죄와 전쟁범죄를 방조한 데 형사법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최대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는 테일러 씨의 형량은 이달 30일 선고될 예정입니다. 테일러 씨는 영국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온 테일러 전 대통령은 평결을 듣는 내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했졌습니다.

반군을 이끌던 테일러 씨는 1997년 내전을 거쳐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된 뒤 시에라리온의 반군 조직인 혁명연합전선에 무기 등 군 장비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다이아몬드를 제공받았습니다. 시에라리온 반군이 노예노동으로 다이아몬드를 얻었기 때문에 피 묻은 다이아몬드라는 뜻에서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시에라리온 반군은 포로나 비협조자의 팔과 다리를 절단하는 만행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테일러 씨는 10년간 1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에라리온의 내전에 대한 국제적 개입이 시도되고, 자국 반군과의 내전에서도 형세가 불리해지자 2003년 사임하고 나이지리아로 망명했습니다. 이 무렵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이 설치돼 테일러 씨를 기소했습니다. 테일러 씨는 이후에도 체포를 피하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2006년 추방을 결정하자 도주하다가 붙잡혔습니다. 재판에서 테일러 씨는 적용된 범죄 사실은 “풍문”에 불과하며, 자신은 신제국주의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한테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선물 받은 영국 출신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이 2010년 5월 증인으로 나와 “더러운 돌덩이”를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테일러 씨는 2차 대전 종전 직전 자살한 독일 총통 히틀러의 자리를 이어받은 카를 되니츠 이후 처음으로 국제 재판으로 처벌받는 전직 국가수반입니다.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10년형을 선고받은 되니츠가 전승국들의 심판을 받았다면, 테일러 씨는 제3자라도 반인도 범죄를 단죄해야 한다는 최근 20년간의 국제법적 흐름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특별법정의 브렌다 홀리스 부장검사는 이번 평결은 특히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자들에게 면책특권이 없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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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다 홀리스

) 국가수반과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러 놓고 면책 특권에 기댈 수 없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명백히 알게 됐을 겁니다. 국가수반과 고위공직자라도 범죄 행위에 연루됐다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받게 될 겁니다. 테일러 씨와 같은 심각한 범죄 행위에 연루됐으면, 형사 법정에서 책임을 묻게 되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앞서 유엔이 만든 국제유고전범재판소는 1990년대 발칸전쟁의 책임을 물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을 기소했지만 밀로셰비치는 2006년 심장마비로 옥사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상설 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가 반정부 세력에게 사살당해 법정에 설 기회를 잃었습니다. 역시 국제형사재판소가 기소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하며 체포를 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다 내전 끝에 축출당한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상태입니다.

한편,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와 미국과 일본 등 국제단체들이 연대한 ‘북한 반인륜범죄 종식 국제활동가연대’는 4월 중순에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을 스페인 국가법원에 고발했습니다. 연대는 ‘김정은이 현재 북한의 실질적인 통치자로 정치범수용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등 아버지 김정일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그대로 자신의 통치 수단으로 차용하고 있으므로 반이륜범죄의 당사자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시리아 전역에서 정부군의 공세에 또다시 100여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26일 거리엔 탱크가 진입했고, 시내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았습니다. 폭발한 자동차 내부에는 혈흔이 낭자했습니다. 유엔의 평화중재안이 따라 정부군과 반군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유혈사태가 또다시 벌어진 것입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 특사가 감시단 파견 등을 논의하는 중에 일어나 휴전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결성된 아랍연맹의 엘라비 사무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에게 휴전 감시단 파견을 서두르기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엘라비 사무총장은 또, 시리아에 유엔의 병력을 배치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시리아 야권에서도 정부군의 유혈진압이 반복되면서, 평화안만 믿고 있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시리아 정부의 인권탄압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발표한 행정명령에서 "이란과 시리아는 네트워크 교란과 위치추적 기술 등을 통해 심각한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술은 국민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 사용돼야지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인권탄압 목적으로 사용되는 휴대전화 추적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을 이란이나 시리아 정부에 지원해, 제공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미국으로의 입국을 금지키로 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인권탄압에 사용되는 정보통신 기술을 겨냥해 제재 조치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