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계속 증가하는 여성 탈북자 실태를 살펴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한국에 정착한 전체 탈북자의 최신 수치가 발표됐는데, 어느 정도나 됩니까?
장명화: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체 탈북자는 3만490명입니다. 이 가운데 여성이 71%로 2만1천642명이나 됩니다.
양윤정: 성별간 불균형이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1990년대만 해도 탈북자 가운데 여성은 10%대에 머물렀습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1998년까지 입국한 전체 탈북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12%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성 비율은 급증했습니다. 2001년에는 46%까지 상승했습니다. 그 이후 '여자 초과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002년 입국한 탈북자 1천142명의 여성 비율은 55%였습니다. 연도별 여성 비율은 점차 높아졌습니다. 지난해에는 1천418명의 탈북자가 한국에 정착했는데요, 이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79%에 이릅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입국한 탈북자 278명 중 여성 비율은 83%에 달합니다.
양윤정: 여성들의 탈북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남자들이 돈벌이가 안 되는 직장에 의무적으로 출근하고 여자들이 장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들이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탈북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2015년에 발간된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들의 탈북 동기는 '식량부족과 경제적 어려움'과 '돈을 더 벌기 위해'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 정착한 한 젊은 탈북여성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탈북 여성) 제가 북한을 나온 것도 가족이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거기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돈을 벌어서 내가 가족에게 보내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양윤정: 이렇게 북한을 떠난 여성들 중 중국에서 인신매매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요?
장명화: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016 인신매매 보고서'의 북한편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탈북 여성들이 "중국인이나 한국계 중국인에 의해 집창촌이나 인터넷 사이트, 노래주점 등에서 강제 성매매를 강요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는 또 중국 편에서도 "탈북 여성들이 성 매매를 강요받거나, 강제 결혼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인신매매 희생자인 탈북 여성에 대해서도 북한으로 강제 송환했다는 믿을 만한 보도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탈북 여성 이소연 씨가 지난 3월 중국 내 탈북여성들이 당면하는 인신매매 참상을 증언했는데요, 잠시 들어보시죠.
(이소연) 최근 탈북여성들의 인신매매는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내 브로커들은 탈북여성들을 한 번 팔아 돈을 챙기기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돈벌이를 위해 이들을 아파트에 감금하고 성 노예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이들이 마련해준 아파트의 TV화상을 통해서 몸을 팔고 있으며 이렇게 번 돈은 한 푼도 가질 수도 없습니다.
이 씨에 따르면, 중국 동북부에 사는 탈북 여성 대부분이 매춘 알선업자에 의해, 또 몇몇은 자발적이지만 막대한 탈북 중개 수수료와 생활고 등에 못 이겨 온라인 성매매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양윤정: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여성들 중 많은 수가 현지인과 사실혼 관계로 삶을 살아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녀를 출산하는데,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나요?
장명화: 아시다시피, 중국 당국은 탈북여성들을 체포해 강제 송환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친모로서의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많은 탈북여성이 한국행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일부 민간단체들은 탈북여성의 중국 잔류 아동 규모를 수만에서 최대 10만명까지 추산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중국 내 탈북여성 출산 자녀 수 최대치는 2~3만 규모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이들이 사실상 무국적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옥정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김옥정) 아이의 호적을 올리자면 남편과 결혼 등기를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내가 북한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기 때문에 못했어요. 제가 강제북송 되면 또 아이가 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냥 호구를 올리지 않고 살았어요.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중국 공안이 당국의 고문과 학대를 근절시키기 위한 '중국 반고문 연맹'을 만든 인권변호사와 인권활동가 가족을 연행했습니다. 중화권 언론 매체들은 '중국 반고문 연맹' 발기인인 천젠강 변호사 부부와 미성년 자녀 2명, 공직자 재산 공개 등을 요구하는 단체 '신공민 운동' 회원인 장바오청 부부가 최근 윈난성에 여행을 갔다가 인근 파출소로 연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총을 소지한 인원 10여 명이 파출소에 온 뒤 이들을 베이징으로 데려갔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공안이 천젠강과 장바오청 가족을 연행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이들과 연락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100여 명의 변호사는 천젠강 가족의 석방을 요구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천젠강은 2015년 중국 당국이 같은 해 7월에 개시한 인권활동가 단속 때 구속된 인권변호사 셰양에 대한 고문과 학대를 고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셰양 변호가 금지된 천젠강은 미국으로 망명한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과 함께 반고문 연맹을 결성했습니다. 장바오청은 2012년부터 공직자 재산 공개 운동을 벌였다가 당국에 미운 털이 박혀 이듬해 체포된 적이 있습니다.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미얀마 군경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살인과 성폭행, 고문 등 반인권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 유엔 인권이사회가 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한 결정을 거부했습니다. 수치 자문역은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3월 로힝야족에 대한 현지 조사를 결정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수치 자문역은 "유엔 인권위 결의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 있는 두 공동체를 더 분열시키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치 자문역은 과거 인권옹호자로서 국제적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미얀마 당국의 로힝야족 탄압에 대해선 침묵을 지킴으로써 논란이 일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미얀마 국경 초소에 대한 공격 후 한 달여간 진행된 미얀마 군의 단속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고, 7만5천 명의 로힝야족이 미얀마 군의 만행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