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발간된 '북한인권백서 2013'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최근 '북한인권백서 2013'를 발간했는데요,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뭡니까?
장명화: 북한과 인접해 조선족이 많이 사는 중국 동북 3성에 탈북 여성이 출산한 아동 2만여 명이 체류한다는 부분입니다. 백서는 2012년 현재, 동북 3성에 체류하는 탈북 여성 출산 아동이 최소 1만5천여 명에서 최대 2만5천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추정치는 지난해 통일연구원이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과 함께 실시한 중국 헤이룽장성 현지조사 결과에 2009년 존스홉킨스대 연구결과를 토대로 추산한 지린성과 랴오닝성의 탈북 여성 출산 아동 규모를 합한 것입니다. 존스홉킨스대는 지난 1998년부터 탈북자가 많이 체류하는 동북 3성의 108개 거점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탈북자를 심층 조사하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은 탈북 여성이 출산한 아동의 규모는 지난 2009년 7천500여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그렇다면 탈북자 수가 증가했다는 말인가요?
장명화: 그건 아닙니다. 백서는 북한 당국이 탈북과 재탈북 방지를 위해 부분적으로 식량이나 의복 등의 배급을 재개하는 회유책과 다양한 탈북 방지책을 시행해 작년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중국 내 탈북자 수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통일연구원의 백서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기관이나 인권단체들도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 경비가 강화됨에 따라 탈북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는데, 중국 내 탈북 아동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네요.
장명화: 통일연구원 측은 탈북 아동의 수가 늘어난 이유가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 여성이 아이를 중국에 남겨두고 혼자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중국에 체류하면서 여러 명의 아이를 낳기 때문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양윤정: 이렇게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출산한 아이는 어떻게 됩니까?
장명화: 백서에 따르면, 일부 탈북 여성이 출산한 아동들은 중국호구를 취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중국 북부의 허베이성을 비롯한 일부지역의 경우에는 뇌물을 주고 호구를 취득 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탈북 여성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경우 상당수의 자녀들이 중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습니다. 대다수의 탈북 여성 자녀들은 중국호구가 없어 적절한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못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수만 명에 달하는 이들 탈북 고아 문제가 최근 중요한 인권 문제로 국제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양윤정: '뇌물을 주고 호구를 취득한다'고 했는데요, '호구'가 정확히 뭡니까?
장명화: 중국의 독특한 거주제도를 말합니다. 신분과 주거지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주민등록제도, 본적제도와 비슷하지만 큰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호구를 관리하는 주체가 정부기관이 아니라 경찰, 즉 공안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인구의 이동을 치안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호구의 이동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개인의 필요에 따라 본적을 바꿀 수도 있지만 중국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합니다. 또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의 호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 대한 대우가 천지차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사천성의 호구를 가진 사람이 상하이에서 일하게 되면, 취업, 교육, 사회보장, 주택 등의 면에서 상하이 시민이 받는 혜택을 전혀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일종의 현대판 신분제도인 셈입니다.
양윤정: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임신여성들이 낳은 아이나 엄마와 함께 북한으로 송환된 아이들은 어떻게 됩니까?
장명화: 백서를 보면, 북한 당국은 구금시설에서 낙태 시술과 구타 등으로 유산시키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출산하면 영아를 방치해 사망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이 제기되자, 북한은 일부 지역에서 출산을 허용하고 아이를 중국 남성 가족에게 인계하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여성이 중국에서 출산한 아이를 데리고 송환되었을 경우, 또는 국가안전보위부, 도 집결소 등 구류시설에서 출산한 경우 중국의 남성 가족에게 연락해 아이를 데려가도록 한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양윤정: 이래저래 탈북 여성이 출산한 아동의 사정은 열악하군요. 그럼, 북한 내 아동의 경우, 사정이 낫습니까?
장명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백서는 "대다수의 아동들이 기본적인 식량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만성적인 기아와 영양실조로 인해 생명을 위협당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특히 백서는 "아동들 사이에 마약 복용과 거래 행위가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미성년 여자 아이들의 성매매 사례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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