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1% 부유층의 호화생활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앵커: 장명화 기자,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가 북한에 1% 부유층이 있다면서, 이들은 평양에서 마치 뉴욕의 맨해튼과 같은 삶을 누려 이들이 사는 세계는 '평해튼'이라 부를 만하다고 최근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기에, 평해튼이라고 칭한 겁니까?
장명화: 네. 이들 부유층은 평양 주체탑 근처 독일식 식당에서 48달러짜리 최고급 스테이크, 려명단지에선 1인분에 50달러 하는 쇠고기 구이를 평양 소주와 함께 즐깁니다. 스테이크는 두꺼운 육류 조각을 구운 서양요리입니다. 또 이들은 평양 중심부에 위치한 여가시설 내 기계 위에서 달리면서 컴퓨터 화면으로 미국의 디즈니 만화를 보거나 요가를 합니다. 또 시간당 500달러의 결혼식장으로도 이용되는 호화 식당을 이용하고, 아이스모카를 9달러에 파는 찻집에도 들락날락 합니다. 모카는 커피와 초콜릿 향미제의 혼합물입니다.
양윤정: 북한 1% 부유층은 음식 뿐 아니라 입는 옷도 일반 주민들과 다르다면서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18개월 전만 해도 평양에서 이런 삶을 누렸다는 24살의 탈북 여성 이서현 씨는 신문에 "북한에서는 옷을 보수적으로 입기 때문에 체력단련장 같은 곳에서 몸매 자랑하는 걸 좋아한다"며 여성은 꼭 끼는 바지와 꼭 끼는 상의를 입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상표는 '엘르'이고 남자들은 아디다스와 나이키라고 했습니다. 엘르는 프랑스, 아디다스는 독일, 나이키는 미국의 운동복 업체입니다. 이 씨의 오빠는 보통 '평해튼'에서는 유니클로, 자라, H&M 같은 상표가 인기라고 전했습니다. 참고로, 유니클로는 일본, 자라는 스페인, H&M은 스웨덴의 의류 업체입니다.
양윤정: 평양에서도 공식 급여는 월 10달러가 채 안 된다고 하는데, '평해튼'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요?
장명화: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이 일명 '돈주'라고 불리는 부호층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돈주, 즉 돈의 주인들은 대부분 노동당 고위직의 가족으로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는 국영기업을 운영하거나 북한 내 투자 유치와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입니다. 여러 탈북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당 간부들이 불법적으로 외화를 벌거나, 아편을 중국에다 팔거나 희토류를 파는 등으로 돈을 벌기도 합니다. 반면, 합법적으로 주택건설을 한다거나 해서 북한 내에서 돈을 상당히 번다고 합니다. 또 평범한 돈주한테 돈을 예금시켜 놓고 이자를 받는 돈주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지금 북한에서 외화를 펑펑 쓰면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윤정: 이런 부유층의 삶을 직접 살았거나 가까이서 본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은데요.
장명화: 네. 먼저 2004년 탈북해,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일하는 김광진 연구위원이 한국의 YTN 방송에 나와 한 말, 들어보시죠.
(김광진) 제가 일하던 직장, 대외보험총국이라고 혁명자금을 벌어들이고 외화벌이 하는 기관입니다. 북한에서도 외화를 가장 많이 버는 그런 기관 중에서 하나였죠. 제가 호화스럽게 살았다기보다는 제가 일하던 환경, 제 주변의 친구들, 그리고 은행에서 일하면서 돈 많은 사람들이 돈을 빌려가고 호화생활을 하는 것을 목격도 하고 그랬습니다. 우리도 사실 호텔에 가서 식사를 매일 하기 쉽지 않죠. 그런데 돈을 많이 버는 친구들은 사실 옷차림을 보면 그렇게 잘 입고 다니지도 않아요. 어떤 경우에는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는데. 호텔에 거의 매일 저녁 가서 식사를 하고....
또 지난 2007년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박예주 씨는 한국의 채널A방송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 나와 상류층의 삶을 살았던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박예주) 어머니가 북한에서 샤넬백도 들고 다니셨어요. (사회자가 함께 출연한 탈북자에게 묻는다) 은주 어머니, 저런 가방 들고 다니면 부잣집 맞나요, 북한에서? (다른 출연자) 네. 맞습니다.
참고로, 박예주 씨가 언급한 샤넬은 프랑스의 유명 상표입니다. 샤넬의 가방은 작은 게 미화로 4,000달러가 넘을 정도로 가격이 비쌉니다.
양윤정: 한쪽에서는 굶어죽고, 한쪽에선 온갖 사치를 누리는 북한의 역설적인 모습이네요. 장명화: 네. 사회주의가 똑같이 일을 하고 똑같이 분배 받아서 공평하게 다 같이 잘 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는데, 정작 이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의 빈부격차가 이렇게 심하니 또 다른 역설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미국 재무부는 최근 미얀마 국영기업 7곳과 국영은행 3곳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재무부는 또 미얀마 금융기관과 자국 기업 또는 민간인의 금융거래도 일반제재 목록에서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백악관은 "제재 완화를 통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면 보상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상하원 의석의 4분의 1, 내무, 국방 등 주요부처를 장악한 채 민주화의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되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압박 수위는 높였습니다. 재무부는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로 씨와 그가 운영하는 '아시아 월드'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6개 기업을 특별지정 제재대상에 추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무부는 "추가적 민주개혁을 촉진하고 군부와 일부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미얀마에서의 정치개혁을 가로막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뿐 아니라 "북한과의 군사적 거래 촉진" 역시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는 근거라고 재무부는 강조했습니다.
-- 중국 당국이 금융사기 혐의로 체포된 사업가에게 TV를 통해 공개 자백을 강요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상하이 중진투자관리공사 쉬친 사장은 최근 관영 CCTV 화면을 통해 불법 자금 모집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쉬 사장은 중진이 금융사기 수법으로 거액의 자금을 모집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쉬 사장은 지난달 바티칸 시티로 출국하려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중국은 금융사기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쉬 사장에게 TV 공개 자백을 강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인권 활동가들은 쉬 시장이 기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공개 자백을 하면 재판 과정에서 불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반체제인사, 민주인사, 인권운동가들에게 자백을 강요하면서 탄압과 단속을 합법화하는 당국의 상투적 수법이 경제사범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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