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2012 국제 종교자유 연례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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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미국 국무부의 '2012 국제 종교자유 연례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미국 국무부는 지난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을 근거로 매년 세계 각국의 종교자유를 평가하고 있는데요, 올해 나온 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습니까?

장명화: 전혀 아닙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종교 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함에 따라 진정한 의미의 종교자유는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헌법과 법률, 정책 등은 종교의 자유를 보호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일부 공인된 단체를 제외하고는 종교 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지난 1년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진정한 종교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당국은 개인이 종교적 신념을 선택하고 밝힐 수 있는 권한을 지속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보고서는 탈북자, 선교사, 비정부기구 등의 말을 인용해,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이나 외국인, 또 선교사들과 몰래 접촉하는 주민은 당국에 체포돼 엄벌에 처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그렇다면 북한은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된 겁니까?

장명화: 네. 국무부는 지난 2001년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처음 지정했는데요, 국무부는 지난 2011년 8월 북한을 비롯해 중국, 미얀마, 이란, 수단, 에리트레아,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등 8개국을 종교자유탄압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해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의 독립적 정부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4월 말 북한을 비롯한 15개국을 '종교자유탄압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할 것을 국무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양윤정: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북한은 "비열한 적대행위"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미국 국무부가 북한을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한 것을 두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제압할 수 없게 되자 북한의 국제적 영상에 먹칠하는 방법으로 압박해보려는 적대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변인은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인 케네스 배 씨를 거론하면서 "배 씨 사건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미국은 북한 내부를 와해시키고 제도를 전복해 보려는 정치적 목적에 종교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양윤정: 보고서는 한국의 종교 자유 실태를 어떻게 평가했습니까?

장명화: 한국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 정책 등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정부는 대체로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계속 투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없지 않습니까? 청취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쉽게 말하면, 병역, 즉 국민으로서 수행해야하는 국가에 대한 군사적 의무나, 집총, 그러니까 총을 쥐거나 지니는 것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절대악'이라고 확신해 거부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주로 기독교의 한 교파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로,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집총병역을 거부하여 군형법상의 항명죄로 입건돼 처벌받고 있습니다.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국의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요,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처벌로 이어져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는 현재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양윤정: 네. 그렇군요. 중국은 어떻게 평가됐습니까?

장명화: 보고서는 중국의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두 자치주에 대한 정책을 문제시하며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세가 후퇴했다"고 중국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보고서 발간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고서에서 직접 거론된 국가에 대해 즉시 행동을 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언급해, 앞으로 중국 등에 종교의 자유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책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주의 이슬람교도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티베트에서는 "공권력을 이용한 심각한 탄압"을 이유로 불교도의 분신자살이 이어져 지난해 1년 동안에만 83명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비난했습니다. 또한 기독교도에 대한 박해도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양윤정: 최근 들어 미국과 관계를 대폭 개선하고 있는 미얀마는 어떻게 평가됐습니까?

장명화: 보고서는 공교롭게도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에 발표됐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얀마를 '종교 탄압 8개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보고서는 미얀마에서 민주화가 진행 중이지만, 정부 당국자가 불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었고, 이슬람교도에 대한 차별적인 정책이 남아있는 등 "특정 종교 활동에 대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를 자세하게 지적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의 탈북자 신동혁 씨가 국제인권단체가 수여하는 올해의 상을 받습니다. 신 씨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 탈출한 유일한 인물로, 지난 2005년 24세의 나이로 탈북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비정부기구인 '유엔워치'는 최근 신 씨를 올해의 '도덕용기상' 수상자로 결정했습니다. 힐렐 노이어 유엔워치 대표는 신 씨가 잔혹한 북한인권 문제의 산 증인이며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인류 양심의 대변자이기 때문에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이어 대표는 신 씨가 북한에 남아있는 인권 피해자들을 대신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데 헌신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레온 샐티엘 유엔워치 부국장은 "도덕용기상은 압제정권에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인사를 격려하기 위해 수여하는 상"이라며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린 신 씨가 상을 받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씨는 6월 5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워치 창립 20주년 기념만찬에서 상을 받고 각국 외교관과 민간단체, 유엔 관리들 앞에서 연설할 예정입니다.

-- 미국 대통령과 미얀마 대통령이 47년 만에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마주 앉았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의 개혁 정책과 지도력을 추어올렸으나, 인권단체들은 미얀마의 소수 민족·종교 탄압을 비판하며 미국의 성급한 미얀마 접근 정책을 우려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정상회담 뒤 "테인 세인 대통령이 미얀마를 정치·경제 개혁으로 이끄는 지도력을 보여줬고, 그것이 양국 관계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아웅산 수치 국민민주연맹 의장을 비롯한 정치범 석방과 야당에 대한 탄압 완화 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버마'라는 국명 대신 1989년 미얀마 군부가 개명한 '미얀마'를 사용했습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버마를 공식 명칭으로 써왔습니다. 한편,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를 방문해 화해를 선언했지만, 미얀마의 민주화는 예상보다 더딥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너무 빨리 미얀마에 대한 경제·정치 제재를 해제했다는 비판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