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미국에 도착한 중국의 인권운동가 천광청 씨의 반전을 거듭한 탈출 과정, 그리고 천 씨의 신병 처리를 놓고 벌인 미국과 중국 간의 외교전을 살펴봅니다.
(천광청) (사람들의 환호) 모두 상당히 열정적이네요. 격동의 세월을 보낸 끝에 산둥성 둥스구촌에서 마침내 벗어났습니다. 이 모든 게 지인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중국의 시각 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 씨는 오랜 비행 끝에 미국에 도착한 뒤, 뉴욕대 앞에 모인 취재진과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철저한 감시를 뚫고 산둥성의 시골 마을을 극적으로 빠져나와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천 씨는 27일간 한 편의 ‘인권 영화’의 주인공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방 언론은 천 씨에게 ‘눈먼 다윗’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습니다. 다윗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외형상으로는 아무 보잘것없는 목동이었지만, 엄청난 거인 골리앗의 싸움에서 믿음 하나로 승리하는 인물입니다.
천 씨는 다섯 살 때, 열병을 앓고 시력을 잃었지만, 독학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농민과 장애인 권리를 보호하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해 왔습니다. 2005년 중국 정부의 ‘한 자녀 정책’에 따라 산둥성 관리들이 여성 7,000명에게 강제 불임수술과 낙태수술을 강행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련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에는 피해 여성과 가족들이 벌인 시위와 집회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법원에서 공공재산 파괴와 교통방해 혐의로 징역 4년3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천 씨는 2010년 출옥한 이후 지난 4월 22일까지 산둥성 둥스구촌에서 가택연금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4월 22일 밤, 천 씨는 인권 운동가 5명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집 담을 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리뼈가 3군데나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천 씨는 수백 차례 넘어졌다 일어서는 17시간의 강행군을 거쳐 비로소 둥스구촌을 벗어나 한 중국 인권운동가의 도움으로 23일 베이징에 입성했습니다. 이어 인권 운동가들이 마련해 놓은 비밀 거처를 오가다가 27일 미국 관리들의 도움을 얻어 베이징 차오양 구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진입했습니다.
천 변호사의 미국 대사관 진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5월 초 전략경제대화를 앞둔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급속히 냉기류가 형성됐습니다. 다행히 미국과 중국 간의 협상을 통해 중국 내 안전과 자유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천 씨는 2일 미국대사관을 나서 베이징 차오양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러나 천 씨가 3일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면서 공개적으로 미국행을 호소하면서 사태가 복잡하게 꼬여가다,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줄다리기 끝에 천 씨가 ‘유학’ 형식으로 미국에 가는 것을 허용하면서 천 씨의 탈출 사건은 막을 내렸습니다.
목발을 짚었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의 천 씨는 먼저 미국 정부에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가 보여준 태도 역시 높이 평가했습니다.
(천광청)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냉정과 절제 속에 다룬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천 씨는 그러나 중국에 남은 가족들이 걱정된다는 말도 했습니다. 사실상 미국에 망명한 자신을 대신해 친지들이 탄압받을 것을 염려한 것입니다.
한편, 천 씨는 앞으로 뉴욕대 법학 방문연구원으로 법학을 공부할 예정입니다. 천 변호사의 미국행을 이끈 제로미 코언 뉴욕대학교 미국-아시아법 연구소장의 말입니다.
(제로미 코언) 천 씨는 아마도 1년 이상 진지하게 공부할 겁니다. 상황이 좋아지면 올해 말에 중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1년이나 2년, 혹은 그 이상 더 머물 수도 있습니다. 주로 인권운동을 하면서요.
미국 의회 의원들은 천 씨의 미국 도착을 환영하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미국 하원 인권소위 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의원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크리스 스미스) 천광청 씨의 입국은 다른 많은 인권 활동가들에 있어서 새로운 시작입니다. 특히 천 씨의 자유를 위해 노력했던 또 다른 천광청 씨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 중국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린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 집회에 참석해, 강제송환 중지와 북한인 권운동가 김영환씨 일행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중진급 정치인이 한국 주재 외국공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입니다. 로스레티넌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오늘 저는 고통받는 탈북자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중국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탈북자들은 중국을 통해 한국이나 다른 민주 국가로 건너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3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57일째 구금돼 있는 김영환씨 일행에 대해서는 "중국은 국제사회의 의무를 다해 김 씨 일행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중국은 납북된 한국과 일본 국민을 즉시 송환할 것을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앞서 로스레티넌 위원장은 이미일 6·25 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을 만나, 지난해 미국 하원을 통과한 '한국전 국군포로, 실종자 및 납북자 송환' 촉구 결의안 사본이 담긴 액자를 전달했습니다.
-- 유엔은 시리아 사태의 당사자인 정부군과 반군 조직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살해와 고문 등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정부군의 책임이 더 크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위임을 받은 시리아 사태에 관한 국제조사위원회는 최근 제네바에서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시리아 국내의 충돌이 점차 군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위원회의 보고서는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시리아를 탈출한 인권침해 피해자와 목격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면담을 토대로 작성된 것입니다. 보고서는 "반정부 무장단체 소속 전투요원들이 생포되거나 부상을 입은 후에 살해됐다"며 "가족의 일원이 반정부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일가족 전체가 집에서 처형당하거나 집안의 남자어른이 반군에 가담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열 살짜리 어린이를 고문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위원회는 또 반군 무장단체에 의한 정부군 병사와 밀고자 처형 등 인권침해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반군 무장병력들이 도로변에 매설한 폭탄을 전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체포된 동료 죄수와 맞바꾸기 위해 민간인이나 정부군 병사를 납치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시리아 유혈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24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특사를 만나 "흔들리지 않는 국민 덕택에 시리아가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