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관련 토론회를 들여다봅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는 현재 15만 명에서 20만 명가량의 북한 주민이 수감돼있습니다. 냉전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아주 비슷했던 루마니아는 그 악랄함으로 유명한 비밀경찰 요원 11,000명과 50만 명가량의 밀고자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비밀경찰이나 밀고자와 관련된 조직의 강압, 감시, 처벌의 강도와 범위는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넓습니다. 때문에 북한의 이런 잔혹한 과거에 대한 화해 노력은 루마니아의 사례보다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이 최근 '한반도 전환기의 정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밝힌 말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체제 모델을 추종하던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 정권이 1989년 민중봉기로 무너졌을 당시,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대학 국립대학교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다행히 루마니아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주의 전환 사례가 통일 이후 북한의 과거사 청산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이던 루마니아는 구소련이 해체된 1991년 이후 15년이 지나도록 공산주의 시대에 대한 청산작업에 착수하지 못하다가, 2006년 말에 가서야 과거청산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공산정권 시절 지배계층 상당수가 현재도 루마니아 권력 구조 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보고서 완성이 쉽지 않았다"면서 "일부 정부 기관들은 조사위원회의 협조 요청에 침묵했고, 일부 위원들은 공산정권에 협조했던 과거가 드러나 사표를 내는 사례가 있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정현 연구위원은 통일 후 북한의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려면, "사법 절차를 통한 처벌이 반인도 범죄와 같은 중대한 국제범죄를 자행한 경우로 한정돼야 하고 나머지는 진실화해위원회 같은 기구의 설치와 이를 통한 사면이 좋은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론회에서 제안했습니다.
반면,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과거 다수의 과거사 위원회를 설립해 국제 사회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청산했지만, 통일 후 북한의 과거 청산 문제는 정치화할 위험이 훨씬 커 국제기구 등 제삼자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유엔 산하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끝나면 북한의 인권탄압자를 국제법에 따라 처벌할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식량권 침해, 정치범수용소 관련 침해,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등 9가지의 북한인권 침해 사안을 포괄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의 구재회 한미연구소 소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구재회) 조사위원회 조사의 다음 단계는 국제법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아 북한 인권유린 관련 국제기관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앤드루 나치오스 전 미국 국제개발처장은 한반도 전환기에 주의할 점으로 '보복적 폭력'과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의 안전 문제를 꼽았습니다.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침해 피해자나 가족이 정부 당국자나 책임자를 상대로 보복하거나 혼란을 틈타 무분별한 폭력 사태가 발생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북한의 인권 유린 자료를 문서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인권 유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으면 인권 침해자들을 정확히 가려내고 처벌하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보복을 비롯한 무질서한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어섭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윤여상 소장은 4만 2천 건의 인권 침해 사건을 분석한 자료들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 자료는 약 12,400여명의 탈북자 증언을 토대로 구축됐습니다.
(윤여상) 1980년대 이후 탈북자 1인당 인권 침해 보고 횟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시민적·정치적 권리는 여전히 중대하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북한 인권 상황을 비교하면 생존권, 교육권, 건강권 등의 침해 발생 비율은 낮아진 반면 피의자와 구금자 권리, 이주 및 주거권, 신념과 표현 권리 등은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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