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유럽의회 웹사이트에 생중계된 북한 인권청문회를 들여다봅니다.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는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소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인권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선 한국의 인권단체인 '북한정치범수용소 해체본부' 김태진 대표가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증언하고 신숙자 씨의 남편인 오길남 씨가 영상 편지로 가족의 송환을 호소했습니다.
경상남도 통영 출신인 신 씨는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됐다가, 한국 유학생 오길남 씨와 결혼해 1985년 함께 월북했으며, 다음해 오 씨 혼자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북한 측은 지난 4월 말, '신 씨는 사망했으며, 두 딸은 자식을 버리고 간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김태진 대표의 말입니다.
(김태진) 유엔은 신숙자 모녀가 1987년 이래 북한에 강제 구금당해왔으며, 현재도 강제 구금인 것으로 공식 판정했습니다. 또 북한의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오길남 가족을 즉각 석방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라고 공식 권고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있는 유럽연합이 이 문제를 유엔과 함께 풀어나갔으면 하는.. 그럴 때 압박을 한다면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 대표에 이어 일본인 납북자 가족 모임인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 가족 연락회'의 마쓰모토 데루아키 회장은 피랍자 가족의 아픔을 전했습니다. 마쓰모토 씨는 지난 1978년 당시 24세의 누나가 북한에 의해 납치됐습니다.
(마쯔모토 데루아키) By kidnapping innocent civilians who are not involved... (더빙) 북한은 정치적 활동에 전혀 연관되지 않은 무죄한 시민을 납치해, 납치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국가에 쓰라림을 안겨주었습니다. 최근 중국 유학 중 2004년 실종된 젊은 미국 청년의 부모와 형이 일본 도쿄에 있는 저희 단체를 찾아왔습니다. 이 실종 사태에 대해 조사하면 할수록, 북한을 의심할만한 정황들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미국 유타 주 브리검영 대학생인 데이비드 스네던 씨는 2004년 8월 중국의 청두 지역을 여행하던 중 실종됐습니다. 스네던 씨는 북한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스네던 씨의 부모는 당시 24살이던 아들이 북한 간첩의 영어교육 교사로 끌려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국무부에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스네던 씨는 한국에서도 몰몬교 선교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역시 청문회 증언자로 나선 미국 정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자신이 파악한 북한의 인권 실태, 미국 정부의 입장, 유엔 등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상황 개선 노력을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킹) The human rights situation of DPRK remains deplorable... (더빙) 북한의 인권상황은 여전히 개탄스럽습니다. 얼마 전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보면, 북한에서는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처형, 실종, 임의적 구금, 정치범 문제, 고문 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독립적이지 못하니, 공정한 재판도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정부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통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어 한국의 김창범 주 벨기에ㆍ유럽연합 대사는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유럽의회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아가자고 제안하고, 신숙자 씨 모녀를 즉각 석방하고 적절한 보상조치를 취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청문회에서 유럽의회 의원들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북한에 인권 개선을 여러 차례 촉구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의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외관계청의 브램 브랜즈 대북 담당관은 의회의 지적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브랜즈 담당관은 북한을 압박만 하며 몰아붙일 경우 그나마 유지되어온 북한과 유럽연합의 관계가 단절되고 오히려 인권 개선 가능성마저 차단되는 역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당근과 채찍을 병용하는 유연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미국 뉴욕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 씨는 "중국에는 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법치가 없다"면서 "중국 정부가 맞서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무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천 씨는 최근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특히 "중국의 형법은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충실히 이행만 된다면 임의구금이나 체포, 처벌로부터 시민들을 크게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천 씨는 그러나 이런 보호는 현실에서는 무시돼 왔다면서 자신과 형 천광푸, 그리고 조카인 천커구이의 예를 소개했습니다. 현지 경찰이 지난 4월 천 씨가 탈출한 것을 알아챈 뒤 일단의 폭력배가 수색영장이나 체포영장도 없이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야밤에 천 씨 형의 집 담을 넘고 문을 부수고 들어와 형을 야만적으로 폭행했다"는 것입니다. 천 씨는 또 "폭력배들은 두 번 더 찾아와 곡괭이 자루로 형수와 조카를 심하게 구타했다"면서 "조카가 이 때문에 식도를 들고 이들 중 3명을 찔렀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민간인 학살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일주일 전 어린이 49명을 포함해 민간인 100여 명이 학살된 훌라 지역에서 정부군의 공격이 재개돼 청년 1명이 사망했습니다. 유엔이 파견한 휴전 감시단이 철수된 가운데 시리아 정부의 언론통제가 이어지면서 사상자 수를 비롯해 정확한 사태 파악이 현재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반정부군은 아사드 정권이 폭력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무력 저항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가운데, 유엔은 시리아의 내전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시리아 정부는 당초 약속과 달리, 유엔이 제시한 평화안을 한 달 넘게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아사드 정권의 축출을 위한 군사적 개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 온 미국도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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