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인권사무소의 한국 설치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유엔이 북한인권사무소를 한국에 설치하기로 했는데요, 그 배경이 뭡니까?
장명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올 봄에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에서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 조직을 유엔에 설치할 것을 제안했는데요,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를 반영해서 지난 3월에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결의안에 따라 유엔 최고인권대표부가 북한인권사무소를 한국에 설치하게 된 겁니다.
양윤정: 그동안 여러 나라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는데요, 한국으로 결정된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한국에서는 그간 북한 체제 자극 우려 등을 앞세운 일각의 반대가 있었고, 정부도 "유엔 요청이 있으면 검토"식의 소극적 입장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스위스, 태국, 일본 등이 거론됐습니다. 특히 일본은 납북자 문제 때문에 사무소를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원국이 한국이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거리적으로 북한과 가깝고 북한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다, 인권 관련 피해자나 증인들에 대한 접근이 쉬우니까요. 그러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부가 지난달 중순 한국 정부에 사무소 설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고요, 한국 정부는 이를 수락한다는 입장을 유엔 측에 통보했습니다.
양윤정: 이번 사무소 설치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장명화: 유엔이 조사위원회의 보고서 발간과 이를 토대로 한 인권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에 이어,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보다 구체화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유엔은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 인권 최고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지난 3월말로 활동을 종료한 조사위원회의 마이클 커비 전 위원장은 이 보고서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보냈다고 최근 밝혔는데요, 사실상 유엔이 북한 인권 문제의 최고 책임자가 김정은 제1비서, 나아가 김 씨 정권으로 규정했음을 시사한 셈입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커비 전 위원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마이클 커비)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되기를 바라며,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만약 회부되지 않더라도 취할 조치들은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유엔이 직접 운영하는 사무소가 한국에 들어서는 것은 인권 보고서 이상으로 북한을 직접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양윤정: 북한인권사무소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됩니까?
장명화: 사무소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감시하고 관련 기록을 강화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인권 위반에 대한 책임 규명을 확보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사무실 설치는 금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인권최고대표부는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뉴욕 본부의 예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5-6명의 유엔 직원을 둘 예정이며, 현지 직원 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그러나 "유엔의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될 북한인권사무소의 형태나 운영방식은 몇 개월 뒤에나 구체화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북한은 그동안 북한인권사무소 설치 자체에 아주 신경질적으로 반응해왔습니다. 막상 사무소가 한국에 설치된다고 하니까, 북한의 노동신문은 지난 4일 사설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유엔 인권사무소의 한국 설치가 남북관계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가 한반도에 전쟁 발발 위험만을 몰아올 뿐"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인권 결의안에 반대했던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응이 궁금하군요.
장명화: 유엔 측의 요청이 온 뒤에도, 한국 정부는 관련국들의 동의와 요청을 받는 나름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행히, 중국이 사무소 설치의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러시아 역시 사무소의 한국 설치를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로서는 국제 여론의 지지를, 인권사무소 입장에서는 활동 폭의 유동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윤정: 정작 한국에는 미국과 일본과 달리 북한 인권법이 아직 없다는 게 조금 아쉽네요.
장명화: 한국 국회는 2005년 당시 김문수 의원이 북한인권법을 처음 발의했지만 아직 제정하지 못했습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발의했지만, 남북인권 대화나 인도적 지원 등에 비중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권 운동가들이 사무소의 활동 개시 전에라도 제대로 된 북한인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윱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홍콩과 대만 등지에서 25년 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운동 당시 희생자를 추모하고, 톈안먼 시위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잇따라 열렸습니다. 홍콩 시민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는 4일 빅토리아공원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18만 명 정도가 모였던 지난 2012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하면서 역대 최다 인원이 참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이날 참석자를 9만9천명으로 추산했습니다. '톈안먼 시위를 재평가하라' '끝까지 싸우겠다'라는 구호 속에 열린 집회에서는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에 대한 헌화에 이어 1분간 묵념이 진행됐습니다. 대만에서도 이날 저녁 타이베이 중정 기념당 앞 자유 광장에서 중국 민주화 촉구 단체인 화인민주서원과 대만 학생운동 단체 등 2천여 명이 톈안먼 사태 25주년 기념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톈안먼 시위 강제진압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성과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 중단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밖에 마카오의 세나도 광장에서도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집회가 열렸습니다.
-- 태국 반 군부 시위대들이 미국 영화 '헝거게임'에 나오는 경례 손짓을 사용해 정권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고 프랑스의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 손짓은 오른손 검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만 세운 다음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을 말합니다. 영화를 보면 탄압받은 시민들이 독재국가를 상대로 저항감을 표할 때 이 손짓을 사용합니다. 지난달 태국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이후 방콕 등에서 기습적인 시위를 벌이는 반 군부 시위대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국 시위대는 이 행위가 프랑스 대혁명의 구호인 자유, 평등, 박애를 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군부의 입장은 강경합니다. 군 대변인은 "만약 5명 이상 모여 단체 행동을 하거나 세 손가락을 치켜들 경우 법 위반"이라며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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