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라오스 정부의 탈북 청소년 송환 사건의 파장과 전망을 들여다봅니다.
(탈북 청소년) "하고 싶은 말 해봐" "내 소원은 중국 가서 사는 거"
라오스에서 최근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 중 한 명이 2010년 12월 중국에 머물 당시의 모습입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지원 단체 '물망초재단' 이사장인 박선영 전 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영상인데요, 화면 속의 정 모 군은 중국공안한테 쫓기다가 매를 맞아 앞니가 없습니다.
정군을 포함한 9명이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난 뒤, 중국에서 국경을 넘어 라오스에 들어갔다가, 라오스 당국에 억류된 후, 중국으로 추방, 곧이어 북한으로 송환된 것을 두고 국제적인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한국 정부는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최근 북송된 탈북 청소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신동익 다자외교조정관은 북한이 라오스에서 데려간 탈북 청소년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부당한 처벌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신동익) 너무나 슬프고 유감스럽게도, 북한을 탈출했던 9명의 북한 고아와 청소년이 자신의 뜻과는 어긋나게 북송됐습니다. 앞서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이들의 신변안전과 기본권에 대해 깊이 우려됩니다. 이들은 북한에서 고문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박해와 심각한 처벌을 받게 될 겁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지한파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항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중국이 라오스에서 온 탈북 청소년들을 즉각 북한으로 보낸 것은 북한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암울한 운명에 대한 고려가 없는 행동이라는 겁니다.
국제적 인권단체인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회원들에게 북한 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낼 것을 촉구하는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라지브 나라얀 동아시아담당 연구원의 말입니다.
(라지브 나라얀) 국제앰네스티 회원들은 편지에서 북한당국이 북한을 떠났다는 이유로 구금하거나 처벌해서는 안 되며 특히 최근 강제 북송된 9명의 탈북청소년이 고문, 강제노동, 강제실종, 심지어는 사형에 처해지는 가혹한 처벌을 당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세계 70개 민간단체들이 연대한 미국의 '북한자유연합'은 라오스 정부에 강제 송환된 탈북청소년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안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런 국제적 파장과는 별도로, 가장 큰 우려는 라오스 북부를 경유하는 탈북 경로의 폐쇄 가능성입니다. 얼마 전 라오스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특사와 라오스 외교부 차관 간 만남의 결과가 그 방증입니다. 라오스 측은 국내법을 인용하며 "모든 불법 입국자는 그 출신 국가와 협의해 송환하도록 돼 있다"면서 앞으로 '원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이와 관련해, 데니스 핼핀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 전문위원은 탈북 청소년들의 북송은 라오스 정부가 한국 정부와 맺은 '신사협정'을 깨트린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신사협정'이란 탈북자의 안전을 위해 벌이는 한국 정부의 활동을 라오스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눈감아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탈북자들이 앞으로도 이 경로를 이용할 경우 해당국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우려합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탈북자 지원단체들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 9명의 강제송환이 이뤄진 지난달 이후 이달 초까지 라오스 북부를 거친 탈북자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앞서 라오스에 진입한 일부 탈북자들 역시 수도 비엔티안 주재 한국대사관 진입에 성공한 사례 역시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태국 북부를 활용해 탈북 하는 비중이 당분간 확대돼, '태국 경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탈북자 관련 활동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탈북자의 약 90% 이상이 태국 북부를 이용하며, 라오스는 나머지 5-6%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북한과 중국 국경을 넘은 탈북자들은 육로로 이동해 라오스 또는 미얀마를 통해 태국으로 간다는 점에서 라오스 경로의 폐쇄는 동남아시아 경로를 이용하는 탈북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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