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미국 서부에서 열린 북한인권 토론회를 들여다봅니다.
(카타리나 젤웨거) 제가 보기에 대북제재는 보통 나쁜 사람만 돕습니다. 북한 상류층은 계속 살아갑니다. 북한의 핵개발도 계속됩니다. 대북제재로 인한 벌은 우리 같은 인도적 지원기관만 받고 있습니다. 왜냐면 북한으로 보내는 간단한 은행 송금조차 안 되기에, 늘 현금을 들고 들어가야만 합니다.
스위스개발협력처 카타리나 젤웨거 전 평양사무소장이 최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한: 국제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북한문제 해결방안의 하나인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장면입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3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이를 규탄하고 제재의 범위와 강도를 한층 강화한 새로운 제재결의 2094호를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2094호는 특히 유엔결의에 반하는 북한 은행의 해외 신규활동과 회원국 금융기관의 북한 내 신규활동도 금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젤웨거 전 평양사무소장이 그에 따른 결과로 애꿎은 사람만 피해를 입고 있다며 몇몇 사례를 더 들자,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이 대북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습니다.
(마이클 커비) 일부 대북제재는 필요합니다. 저희 위원회는 최종 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대상을 잘 선별하고, 잘 먹고 잘 사는 북한의 특정인들을 주목해야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파나마 사례가 대북제재가 왜 필요한지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이 언급한 파나마 사례는 쿠바에서 출발한 북한 국적 선박이 미사일 부품을 파나마 운하를 통해 밀반입하려고 시도했다 실패한 사건을 말합니다. 북한의 청천강호는 지난해 7월 마약을 운반하고 있다는 의혹에 따라 검문에 나선 파나마 당국이 배 안에서 미그 전투기와 로켓포, 군용 차량 등 무기들을 발견해, 북한에 대한 무기 금수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혐의로 승무원 35명이 구속됐었습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미국의 민간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의 톰 나고르스키 부회장은 사회자의 자격으로,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을 반인도적 범죄에서 보호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결론내린 근거가 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톰 나고르스키) 커비 전 위원장이 그 점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말은 상당히 '침해적 접근 (invasive approach) 방식'으로 들립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조금 전에 일부 제제는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커비 전 위원장이 생각하기에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적합한 행동 양식은 도대체 뭡니까?
이에 대한 커비 전 위원장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료했습니다. 반인도적 범죄는 국제법에 정의된 국제범죄이며, 국제사회의 강행규범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보호책임' 개념은 지난 200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결의돼 2006년 안전보장이사회의 재확인을 거쳐 국제규범으로 확립됐습니다.
(마이클 커비)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두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침해적'이지 않습니다. 국제법을 보면, 한 국가에서 반인도 범죄에 관한 믿을만한 증언이 있으면, 국제사회가 그 국가의 주민을 그 범죄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유엔이 1년 동안 조사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최종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침해 행위를 '반인도 범죄'로 규정했는데요, '보호책임' 외에도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 등 반인도 범죄 책임자들을 과거 유고 내전의 전범 등을 재판한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겨 사법적인 책임을 물으라고 권고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는 회의장의 상반된 입장을 듣고는 '은제탄환 (silver bullet) 증후군'을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은제탄환은 은으로 만든 탄환으로 서구 전설에 따르면 늑대 인간, 악마 등을 격퇴할 때 쓰이는 무기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어떤 일에 대한 해결책, 특효약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북한 문제를 다룰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은제탄환 증후군'입니다. 특히 북한의 인권 문제에는 유일한 해결책이란 없습니다. 유화책을 쓰던, 아니면 북한의 인권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가져가서, 북한이나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나아가 국제사법체계에 회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는 포용정책, 압박 정책 등 가능한 모든 접근법을 구사해야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태국산 새우가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태국 업계가 새우 양식에 사용되는 사료용 잡어를 잡기 위해 인신매매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태국 인근 해상에서 수많은 노예 선원이 구타·고문·협박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기잡이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예선'에 올라탄 선원들은 대부분 캄보디아나 미얀마에서 일자리를 찾아 태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입니다. 신문은 "이들은 태국의 직업 알선업자에게 속아서 미화 430달러라는 헐값에 노예선으로 팔린다"고 전했습니다. '노예선'에서는 하루 20시간 이상 고기잡이를 해야 하고, 게으름을 피우면 상습적인 구타·고문에 노출된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 제이드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유엔 인권최고대표로 지명됐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나비 필레이 현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후임으로 제이드 왕자를 지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193개 회원국이 유엔 총회에서 반 총장의 지명을 승인할 경우 후세인 왕자는 9월 1일부로 사임하는 필레이 현 대표에 이어 임기 2년의 인권최고대표에 오르게 됩니다. 영국 케임브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제이드 왕자는 두 차례 유엔 대사직을 역임했고 미국 대사직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또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중심적 역할을 한 제이드 왕자는 유엔 평화유지활동 전문가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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