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발간된 북한의 사형제도에 대한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최근 9명의 탈북 청소년이 라오스에서 북한으로 북송된 사건으로 북한의 인권 실태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마침 북한의 사형제도에 대한 보고서가 유럽 쪽에서 나왔다죠?
장명화: 네. 보고서의 제목은 "북한 내 사형: 전체주의 국가의 장치"로,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인 '국제인권연맹'이 작성했습니다. 국제인권연맹은 국제법에 근거해 각국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세계적 인권단체로, 160여 개국이 넘는 국가에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국제인권연맹이 작년 12월 서울을 방문해,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정부 기관과 북한인권 민간단체, 탈북자 12명을 면담해 작성한 것입니다.
양윤정: 이번 보고서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장명화: 국제인권연맹이 북한과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제인권연맹의 보고서는 국제사회에서, 특히 국제법상 상당한 권위를 갖는 보고서로 북한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인권연맹 측은 이번 보고서를 유엔 회원국은 물론 북한 당국에도 전달할 계획으로 앞으로 국제법에 근거한 새로운 북한인권 의제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윤정: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뭡니까?
장명화: 국제인권연맹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 내 사형'은 국제협약의 생명권, 사형제 폐지 결의안, 자의적 생명권 침해에 대한 강행규범 등의 국제규약 위반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유엔 특별보고관 제도와 최근 설치된 조사위원회, 국가별 정례 인권 검토 등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국제적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몇 달 전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에서 2012년에 최소한 6건의 사형이 집행됐다고 밝혔는데요, 국제인권연맹 측의 조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장명화: 국제인권연맹은 북한이 세계에서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하는 10개국 중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에서 1990년대 1559건, 2000년대에 910건의 사형이 집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보고서와 국제인권연맹의 보고서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보고서가 확인된 규모만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측도 실질적으로는 훨씬 많은 사형이 북한에서 집행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양유정: 그렇군요. 보고서의 주요 내용 가운데, 북한의 국제규약 위반에 대한 사항이 나오는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보고서는 북한이 사형제도 집행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공개처형과 비밀처형의 금지, 경범죄에 대한 사형 금지와 취약계층 보호 등 국제인권 규범을 위반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1990년대 후반의 사형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북한에서는 사형이 대량으로 이뤄지며, 공개처형·비밀처형이 자행되고, 사법절차에 자의적 성격이 있고 사형을 경범죄자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에도 사법제도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검사가 사형을 구형하면, 판사가 사형을 선고하는 것 아닙니까?
장명화: 보고서는 아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사법제도는 권력의 영향 아래에 있다고 잘라 말합니다. 법원의 자의적 판단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 피의자 권리 보호, 변호사 접견권 등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법부가 독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은 있을 수 없다는 거죠. 예를 들면, 재판 전에 당에 그 결과를 먼저 통보하며, 실제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판결을 내리는 식이라고 보고서는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인권연맹 측은 조선로동당 최고위층의 결재 없이 실제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국제인권연맹이 만난 다수의 증인들은 '고난의 행군'같은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조선로동당은 지역별로 사형 숫자를 할당해 사회를 통제한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국제인권연맹 측은 북한 당국이나, 유엔 회원국에 어떤 사항을 권고했나요?
장명화: 우선 북한 정부에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관련 국제인권 규약의 준수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면서 "초법적, 약식, 자의적 처형 등 모든 사형집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조사위원회에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사형 집행과 북한에서 만연한 제도적이고 광범위한 사형과 관련한 인권침해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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