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억류하던 20대 미국인 대학생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석방돼 미국에 돌아왔지만 사망했습니다. 오늘은 그의 석방 과정과 논란을 들여다 봅니다.
(렉스 틸러슨)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국무부는 북한에 있던 오토 웜비어를 석방시켰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된 사실을 발표하는 부분입니다. 올해 22살의 웜비어 씨는 2015년 12월 평양 여행 중 체포된 뒤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석방돼 최근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미국 주요 방송국들의 동영상을 보면, 웜비어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앙상한 두 다리를 자신의 의지로 가눌 수 없습니다. 웜비어 씨는 지난해 3월 재판 당시 다소 불안한 표정이었지만 건강해 보였습니다. 웜비어 씨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오토 웜비어) 제한구역에 들어가 정치 선전물을 떼 낸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웜비어 씨의 모습은 이후 1년 3개월 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는 16일 미국 CNN이 방송한 인터뷰에서 "가족들은 일주일 전까지 웜비어가 혼수상태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적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부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이 같은 북한 당국의 비인도적 처사를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필 로버트슨) 웜비어 씨는 수감될 만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닙니다. 대학생의 짓궂은 장난에 불과한 행동에 대해 단순한 벌금형이 아니라 매우 과도하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것은 정치적 협상을 위한 압박의 도구로 최대한 활용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분명합니다.
북한 정부는 미국 측에 웜비어 씨가 보툴리누스 식중독에 걸려 수면제를 먹은 뒤 의식을 잃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툴리누스 식중독은 보툴리누스균이 식품에서 증식해, 독성이 강한 보툴리누스 독소를 생산하는 것을 섭취할 때 발생하는 식중독입니다. 대부분은 섭취 후 12~36시간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한 웜비어 씨를 살펴본 신시내티 대학 메디컬센터 의료진들은 웜비어 씨가 혼수상태에 빠진 원인이 보툴리누스균 감염이 아니라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이 병원의 신경과 전문의 대니얼 캔터 박사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대니얼 캔터) 웜비어 씨의 신경 상태를 가장 적합하게 기술하는 용어는 '깨어있지만 반응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웜비어 씨는 말을 이해하고, 구두 지시에 반응하며, 주변을 알아본다는 어떠한 신호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와 국제사회에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력지 뉴욕 타임즈는 웜비어 씨가 주기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정보기관 보고서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북한이 미국 시민에게 위해를 가한 것에 대해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며 "신속한 대북 제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의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북한을 맹비난했습니다. 공화당의 롭 포트먼 상원의원은 "북한의 혐오스러운 행동은 국제적으로 비난 받아야 한다"면서 "북한 정권이 1년 이상 웜비어에 대한 영사 접견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얼마나 인권을 무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셰로드 브라운 상원의원은 "북한의 비열한 행동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성명을 내고, 북한 정권이 웜비어 씨와 관련해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킨타나 보고관은 또 웜비어 씨의 상태가 북한 내 구금자 인권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북한에 구금자 인권을 존중하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한국인 6명과 미국인 3명이 억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북한이 아동 납치에 연루됐다고 주장한 고현철 씨를 비롯한 탈북자 3명 등 모두 6명입니다. 미국인은 한국계인 김동철 목사,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농업기술 보급 활동을 하던 김학송 씨,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던 김상덕 씨 등 3명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올해부터 외국 비정부기구들의 활동 단속을 강화하는 '비정부기구 관리법'이 시행에 들어간 이후 중국 내 외국 비정부기구 중 약 1%만 새로운 법에 따라 등록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00여개 이상의 단체는 관리와 규제에서 벗어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돼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비정부기구 중 82곳만이 새로운 법규정에 따른 등록에 성공했습니다. 중국에서 장기적으로 활동하는 외국 비정부기구는 모두 1,000여개에 달하고, 단기 협력 형태의 전문 비정부기구를 포함하면 모두 7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등록 비정부기구의 대부분은 상업이나 무역과 관련된 단체이며, 세계자연보호기금이나 세계경제포럼 등 잘 알려진 국제적인 단체만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인권을 옹호하거나 노동자 권리를 위해 일하는 단체는 등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공무원들의 부패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상당수 시민이 체포됐습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시위는 수도 모스크바, 북서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시베리아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등에서 진행됐습니다. 경찰은 불법 시위 혐의로 다수의 참가자를 체포했습니다. 모스크바 경찰은 시내 전역에서 5,000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그 중 15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3,500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500명이 체포됐다고 러시아 내무부는 밝혔습니다. 반 부패 시위를 이끄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씨는 집회·시위법 위반과 경찰 지시 불이행 혐의로 또 감옥에 가게 됐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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