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연례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

0:00 / 0:00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미국 국무부의 연례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미국 국무부가 최근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를 조사해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우선 청취자를 위해 보고서가 각 국가를 어떻게 분류하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크게 네 등급으로 나뉩니다. 우선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특정 국가가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의 최소 기준을 완전히 준수하면, 1등급 국가로 분류합니다. 최소 기준을 완전히 이행하지는 않지만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나라는 '2등급'으로 매깁니다. 최소 기준을 이행하지 않는 동시에 인신매매 피해자 수가 늘거나 예년보다 충분한 개선 노력의 증거를 보이지 못하는 나라는 '2등급 감시대상 국가'로 평가됩니다. 마지막으로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의 최소기준도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선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 '3등급 국가'가 있습니다.

양윤정: 미국 국무부가 매긴 북한의 인신매매 실태 성적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가장 나쁜 3등급입니다. 북한은 이로써 2003년 이래 11년째 최저 등급을 받았습니다.

양윤정: 한마디로 최악의 인신매매국 중 하나라는 건데, 그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무엇보다도 중국에서 불법이민자 신분으로 사는 많은 북한 여성이 인신매매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식량과 일자리 등을 찾아 중국으로 건너간 북한 여성이 도착 직후 강제로 마약에 취해 인신매매되기도 하고, 강제 결혼이나 매춘, 노동 등을 강요받는다는 겁니다. 일부 여성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하지만 곧 중국 남성과 강제로 결혼해 식모가 되거나, 사창가 혹은 인터넷 성행위 업소에서 매춘부로 전락한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이런 인신매매를 자행하는 조직은 북한과 중국 국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양국 국경 경비대원들과 공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이를 발견해도 인신매매 희생자들은 북한으로 추방돼 강제노동형을 비롯해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양윤정: 보고서는 이번에 북한의 해외 근로자와 강제노동도 인신매매 보고서에 포함했다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부 유럽 국가 등과의 계약을 통해 해외로 보내진 북한 근로자의 열악한 처우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북한 측 관리원의 지속적인 감시로 이동과 통신이 제약된 채 극심한 노동에 시달리면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임금까지 대부분 뜯긴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1만 명에서 1만5천 명으로 추산되는 북한 출신 러시아 벌목공은 1년에 단 이틀 간 쉬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처벌을 받을 뿐 아니라 귀국 후에나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증언도 담겼습니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북한이 강제노동과 강제결혼, 성매매를 당하는 남성, 여성, 아동들의 공급국이라면서, 특히 강제노동은 정치적 억압 체제의 일부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의 루이스 시드바카 인신매매 퇴치담당대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10만~20만 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가 특히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루이스 시드바카) 북한은 수용소에서의 강제노동이 심각합니다. 3대까지 연좌제로 수용소에 수감되고 있는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고서는 어린이를 포함한 수감자들이 장시간의 고된 노동과 식량, 의료 시설 부족, 구타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따라, 국무부는 북한이 인신매매를 문제점으로 인정하고 열악한 사회, 정치, 경제, 인권 상황을 개선하면서 강제노동 수용소를 폐쇄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양윤정: 한국은 어떻게 분류됐습니까?

장명화: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1등급 국가로 다시 지정됐습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한국도 성매매, 강제노동 위험에 노출된 남성이나 여성을 공급하는 공급국이자 목적지, 경유지라고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조사 기간 동안 인신매매 피해자들에 보호시설과 상담,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비정부기구에 재정지원을 지속하는 등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지난해 2등급을 받았던 중국이나 러시아는 어떤 등급을 받았습니까?

장명화: 올해에는 북한과 같은 3등급으로 강등됐습니다.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국, 러시아, 북한 외에 우즈베키스탄, 리비아, 이란 등 18개국이 3등급 국가군으로 지정됐습니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앞으로 90일 안에 3등급으로 분류된 국가에 제재를 가할 지 결정을 하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 정부 차원의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가 최근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 상황과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킹 특사는 핵실험 등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 위협과 개탄스런 인권 상황 때문에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계속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세계 80개 이상의 나라와 국제기구들이 비난성명을 발표했고, 유엔 인권이사회는 표결 없이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를 결의하는 등 북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킹 특사는 그러나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본질적인 변화에 치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킹 특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국가 자원을 장거리 미사일과 핵 개발, 소수특권층을 위한 사치품 구입에 투입한 결과, 대다수 북한 주민은 만성적인 식량난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킹 특사는 이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계속 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먼저 국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핵화와 주민들의 인권 존중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입증하고, 국가 자원을 핵무기와 미사일보다 주민을 먹이고 교육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 한국 법무부는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과 난민신청자, 난민인정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난민법'이 다음 달부터 전면 시행된다고 밝혔습니다. 난민처우 등과 관련한 독립된 법률이 시행되는 것은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처음입니다. 이번 난민법 시행으로 난민신청을 원하는 외국인은 공항과 항만내 대기시설에서 난민신청과 심사회부를 위한 사전심사를 받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한국에 입국한 이후 체류 지역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야만 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난민신청자가 면접을 받을 때에는 녹음·녹화를 요청할 수 있고 통역인이나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권리도 강화됩니다. 법무부는 심사과정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지식과 경험을 갖춘 5급 이상 공무원을 '난민심사관'으로 정해 관련 업무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