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인권, 인권] 미 국무부의 2012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

2005년 11월에 열린 국제 인신매매방지 전문가회의.
2005년 11월에 열린 국제 인신매매방지 전문가회의.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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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미국 국무부의 2012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살펴봅니다.

(힐러리 클린턴) Today, it is estimated as many as 27 million people...
(더빙)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2천7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종종 인신매매로 불립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워싱턴에서 공개한 2012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가 노예제를 폐지했다고 해서 노예 생활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라며 "남녀노소를 불문한 이들이 인신매매 등을 통해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매매나 강제노동을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와 관련해 186개국의 상황을 분석한 2012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과 시리아, 이란, 쿠바 등 17개국을 4등급으로 나눈 단계별 분류에서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2003년 이후 10년째 최악의 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강제 노동, 강제 결혼, 성매매를 당하는 남성, 여성, 아동 공급국"이라면서 "13만~20만 명의 정치범을 가둬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여성과 소녀들이 식량 등을 찾으려고 중국으로 건너가지만, 거기에서 강제 결혼이나 매춘, 노동 등을 강요받는다는 겁니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말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Some, yes, are lured to another country with false promises of...
(더빙) 일부 피해자들은 좋은 직장이나 가족을 위한 좋은 기회라는 거짓된 약속에 속아 다른 나라로 끌려갑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많은 북한 여성은 여러 인신매매업자를 거쳐 사창가나 인터넷 섹스산업에서 매춘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중국어를 모르는 대부분 피해자는 감옥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 당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일부 유럽국의 계약을 통해 해외로 나간 근로자는 이동과 통신이 제약되거나 감시당하는 생활을 하고 있고, 월급은 북한 당국이 관리하는 계좌로 들어가 북한 당국이 대부분 가져간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루이스 시드바카 인신매매 퇴치담당대사의 말입니다.

(루이스 시드바카) 과거 수년간 북한이 중동이나 러시아 등에 노동자를 보내고 그들의 임금을 착취할 뿐 아니라 그들을 철저히 감시해 이동의 자유마저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제노동 문제는 심각합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1만에서 1만 5천명의 북한 벌목공이 한해 이틀간의 휴식만을 받은 채 노동에 투입되고 있다며, 생산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처벌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송환되면 강제 노역 등에 처해지고 북한 여성이 외국 남성의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낙태와 영아 살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인신매매 문제를 인정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예방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강제수용소를 폐지하고 주민들 스스로 직업을 선택하고 직장을 떠날 자유, 공정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주민들을 인신매매의 덫에 취약하게 만드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민간단체들의 보호 활동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과 한국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가해자 사법 처리와 피해자 보호, 예방 노력을 충실히 이행하는 1등급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일본은 포괄적 인신매매 대책법 등의 피해자 보호 체계가 없고, 제정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3년 이후 10년째 선진 8개국 국가로는 유일하게 2등급에 머물렀습니다. 중국은 2등급 감시대상국에 속했습니다.

한편, 2000년 미국 상원이 '인신매매 희생자 보호법'을 통과시킨 이후 미국 국무부는 매년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로 만들어 발표해 오고 있습니다. 이 법에는 인신매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 경제적, 군사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보고서 발간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들은 미국 대통령의 판단 하에 일정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유엔 인권 수장이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에 대한 '의사에 반하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 준수를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20차 회기 개회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의 보호를 요청하는 북한 주민들이 강제로 송환된다는 보고가 있는데 의사에 반하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존중할 것을 인접국에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유엔총회에서 2년 임기 연장을 만장일치로 승인받은 필레이 최고대표는 "특히 정치범 수용소, 공개처형, 지속적인 식량난 등과 관련한 북한 내 상황이 심각한 우려로 남아있다"며 독립적인 전문가들과 기구들의 입국을 허용할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비록 중국 등 관련국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유엔 인권수장이 유엔 인권이사회 개회 연설을 통해 탈북자에 대한 강제송환 금지를 주변국에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중국에서 여전히 소수민족·여성·반정부운동가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 공무원의 권력 남용에 따른 인권 침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도의 티베트 망명단체에 따르면, 티베트 승려 카왕 씨는 쓰촨성 간쯔 자치주 신룽현에서 감금 중에 고문을 받고 숨졌습니다. 카왕 씨는 5월 말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벽보를 신룽현 정부 건물 벽에 부착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경찰은 자백을 강요하며 카왕을 고문해 숨지게 했습니다. 또 산시성에서는 임신 7개월째인 여성이 산아제한 규정 위반 벌금으로 4만 위안, 미화로 약 6,300달러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에 의해 강제 낙태수술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산시성에 사는 임산부 펑젠메이 씨는 2006년 결혼해 이듬해 딸을 낳은 뒤 지난해 말 둘째를 임신했습니다. 이를 파악한 쩡자진 공무원들은 "농민 호구로 바꾸면 되돌려주겠다"며 벌금 보증금을 내도록 요구했습니다. 펑 씨가 돈을 내지 못하자 공무원들은 병원으로 데려가 낙태수술 서류에 강제로 지장을 찍게 한 뒤 임신 7개월 태아의 낙태를 강행했습니다. 병상 위에 누워 있는 펑 씨의 옆에 숨진 태아가 놓여 있는 모습이 인터넷에 폭로되면서 당국이 진상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편, 원자바오 총리는 이에 대해 "수중의 권력을 이용해 민주와 법치를 짓밟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