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미국 국무부가 최근 발표한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미국 국무부가 얼마 전 연례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우선 인신매매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자유아시아방송 청취자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마침 루이스 시더바카 국무부 인신매매담당 대사가 올해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시더바카 대사는 "보고서에서 '인신매매'는 어떤 사람에게 강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상황에 몰아넣는 모든 행동이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경을 넘어야 한다거나 단지 여성이나 소녀들에 대한 것이라거나 성매매·섹스산업 등에만 국한되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겁니다.
양윤정: 보고서는 언제부터 발간돼왔고, 어떤 식으로 분류합니까?
장명화: 미국 국무부는 2000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인신매매 관련법에 따라 2001년부터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인신매매 관련법은 3등급 국가에 인도적 지원이나 대외 원조자금 지원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을 1~3등급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인신매매 문제가 있지만 정부가 적절한 법·제도적 대응을 하는 나라를 1등급, 그렇지 못한 나라를 3등급에 분류합니다.
양윤정: 북한은 몇 등급으로 평가됐습니까?
장명화: 인신매매 척결 노력 3등급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북한이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최소 기준도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선 노력도 없는 국가라는 겁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03년 이후 12년째 최악 등급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분류된 주된 이유는 뭡니까?
장명화: 보고서는 북한이 한마디로 "강제 노동, 성매매를 당하는 남성, 여성, 아동 공급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8만에서 12만 명의 정치범을 수용소에 가둬놓고 있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강제 노동 실태는 구체적으로 어떻습니까?
장명화: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러시아, 중국, 아프리카, 중동, 몽골 등의 국가와 계약해 노동자들을 보내 강제 노역을 시키고, 월급을 당국의 계좌로 관리하면서 대부분을 가져간다며 "북한에서 강제노동은 정치적 억압제도의 일부"라고 지적했습니다. 외국에 파견되는 근로자는 철저한 감시 속에 이동과 소통의 제한을 받고 있으며 탈출을 시도하게 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 결과, 근로자 대부분은 각종 기여금 명목으로 임금 대부분을 갈취당하기 때문에, 임금의 극히 일부만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윤정: 강제 노동 문제도 심각하지만, 아무래도 인신매매 피해자의 대다수는 중국 내 탈북 여성이 아니겠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중국 내 탈북 여성을 약 1만 명으로 추산하면서, 이들이 인신매매나 강제결혼, 매춘, 가사노동 등을 강요받고 있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으로 송환되면 강제 노역이나 사형 등에 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도 지난 6월 중국에서 머물고 있는 탈북 여성들이 인신매매와 강제 북송에 희생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에 이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과 함께 최악인 3등급에 분류된 국가는 어딥니까?
장명화: 러시아, 시리아, 태국 등 모두 23개국입니다.
양윤정: 태국이 3등급에 이름을 올린 게 눈길을 끕니다. 태국은 탈북자들의 제 3국행을 위한 중간 경유지가 아닙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산업에 종사하는 태국의 어부들 중 대다수 근로자의 인권이 심각하게 유린당하고 있으며 또한 주변국들에서 유입된 불법 노동자들이 많아 대부분 노예처럼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들에 대한 인신매매가 횡행하고 있음에도 태국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와차라폰 태국 경찰청장은 최근 현지 언론에 태국이 인신매매관리 최하 등급의 국가로 지정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태국 경찰은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인신매매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들을 개선하고 특히 수산업에 종사하는 어업 노동자들과 기타 불법 이주 노동자들을 국제 인권 기준에 따른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한국은 어떻게 평가됐습니까?
장명화: 한국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고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책을 시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1등급으로 분류됐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이 최근 반체제 인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인권변호사 탕징링이 '국가전복 기도 혐의'로 공식 체포됐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탕 변호사의 부인은 최근 남편이 광둥성 광저우에서 '국가전복 기도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습니다. 탕 변호사는 6월4일 톈안먼 사태 기념일을 앞두고 5월 말 '공공질서 문란'혐의로 구금됐으나 변경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이번에 적용된 국가전복 기도죄는 유죄가 인정되면 공공질서 교란죄보다 훨씬 형량이 무겁습니다. 탕 변호사는 그동안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여왔으며 2012년에는 후난성에서 발생한 노동·인권운동가 리왕양의 의문사 사건에서 유족 측을 대리하기도 했습니다. 류샤오위안 변호사는 톈안먼 사태 기념일을 앞두고 많은 활동가가 '공공질서 문란죄'로 체포됐지만, 국가전복 기도 혐의가 적용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태국 쿠데타에 반대해 저항 운동을 벌이기 위한 해외 망명 조직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푸어 타이당의 짜루퐁 루앙쑤완 전 대표는 최근 인터넷에 게시한 동영상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자유타이 조직'이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전 의원, 학자, 친나왓 전 총리 지지 세력인 '레드 셔츠' 운동가들에 의해 결성됐습니다. 자유타이는 절대왕정 붕괴 기념일인 24일을 기해 출범했으며 망명 중인 짜루퐁 전 대표와, '레드 셔츠' 운동가인 짜끄라폽 까이 전 총리실 장관이 각각 사무총장과 대변인을 맡았습니다. 태국 안팎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조직이 공식 출범하기는 처음입니다. 짜루퐁 전 대표는 성명을 통해 "군부는 법의 지배, 민주주의 원칙, 국민 권리, 자유와 인간 존엄성을 침해했다"며 국내외의 쿠데타 반대 세력들을 규합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짜루퐁 전 대표는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인권에 헌신하는 전 세계의 태국인을 대신해 군정 당국인 국가평화질서회의의 정당성을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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