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 북한 인권선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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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한국에서 발표된 '문학인 북한 인권선언' 초안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한국 문학계에서 북한의 인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최근 열린 '탈북 문학 토론회와 남북 문인 시낭송회'에섭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방민호 서울대학교 교수가 '문학인 북한인권 선언' 초안을 이 자리에서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실상을 다룬 책들이 간간이 출간됐지만, 문단 내에서 북한 정권에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선언을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양윤정: 초안의 내용이 뭡니까?

장명화: 선언 초안은 '북한 현 체제는 지상의 지옥이며 3대째 '빅 브러더'가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지금 우리 문학인들이 해야 할 일은, 당장, 저 체제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누리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북녘의 동포들이 똑같이 누리게 되는 그날까지 우리 문학인들은 양심과 양식을 걸고 말하고 써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방 교수가 언급한 '빅 브라더'는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가공의 인물인데요, 전체주의 국가를 통치하는 정체모를 수수께끼의 독재자를 말합니다.

양윤정: 일각에서는 한국 문단이 진보적 성격이 강해서 그간 북한 인권 문제를 금기시해왔다는 평가도 있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는 북한을 방문했던 문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는 과거 평양을 방문해 남북 문학인 대회도 열었고, 북한의 작가들과 교류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일간지 문화일보는 최근 한 칼럼에서 북한을 방문했던 문인들이 "사석에서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공적으론 철저히 침묵한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문인들 사이에 북한 인권을 제기하면 왕따가 되는 것이 한국 문학계의 현실이라는 겁니다.

양윤정: 남한의 작가들이 그동안 북한 작가들과 교류하기도 했다고 했는데요, 북한 작가들이 구소련의 작가 솔제니친처럼 자국의 압제적인 상황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묘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뭡니까?

장명화: 그만큼 통제가 심하다는 뜻이라고 탈북 작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북한을 탈출하기 전까지 조선중앙방송의 방송작가였던 장해성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 들어보시죠.

(장해성) 북한에 작가가 3천여 명 있습니다. 그러나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이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방송작가였는데요 방송극을 쓴 것만 해도 100여 편은 될 겁니다. 하지만 내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반영한 교양적이고 재미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모두 북한 위정자를 찬양하는 것과 주민들이 북한 위정자를 위해 얼마나 몸 바쳐 충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걸 썼습니다. 반기를 들기도 어렵고, 만일 반기를 들거나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뜻과 다른 걸 썼다가는 그 자리에서 매장되든지 수용소에 가든가 합니다. 최선의 경우, 작가 대열에서 쫓겨나 산골로 추방돼 농사꾼 일이나 해야 합니다. 아직도 많은 작가 친구가 북에 살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가장 간절한 소원은 굶지않기위해 밥 잘 먹는 것 빼고는 언젠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양윤정: 이번 선언에 대한 한국 문학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토론회에 참석한 소설가 이호철 씨는 "당장 눈앞에 있는 북한 인권 문제에 지금껏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것은 문제다. 진작 시작했어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호철 씨는 대한민국예술원 문학 분과 회장입니다. 시문학 전문지인 '서정시학'의 최동호 편집인 역시 방 교수의 제안에 적극 찬성 입장을 보이며 공론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론자로 나선 문학평론가 박현수 씨는 인권선언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 실효성 확보의 불투명성을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 인권 개선은 정치체제가 작동하는 공간의 성격상 북한 정권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선언은 정치적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한국 문단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이번 선언을 계기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장명화: 문단의 두 주요 단체로 꼽히는 순수문학 계열인 '한국문인협회'나 참여문학 계열인 '한국작가회의' 모두 지금 '입장이 없음'을 밝히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방 교수가 '한국작가회의' 소속이라 이번 움직임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단체들은 공식발언을 자제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방 교수는 "작가회의 내에서도 생각을 같이하는 문인들이 꽤 있다"면서 "북한과 교류를 유지하기 위해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앞으로 통일 상황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한국의 홍성필 연세대학교 법과 교수가 최근 유엔인권이사회의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 위원에 임명됐습니다.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은 국제 인권 규범에 맞지 않는 구금 사례를 조사하고 필요한 권고를 제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곳으로 1991년부터 활동 중입니다. 유엔은 세계 5개 지역에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 위원 1명씩을 두고 있습니다. 위원 임기는 3년이고 1회 연임 할 수 있습니다.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은 51개 인권이사회 특별절차 중 하나로, 현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유엔 인권위원회가 1991년 설치했으며 2006년 유엔 인권이사회 출범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인권이사회 특별절차는 미얀마, 북한 등 국별 인권이나 식량권, 표현의 자유 등 주제별 인권 상황을 평가하고 필요한 권고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개인 자격의 전문가로 활동합니다.

--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회고록이 중국 정부의 압력 속에 중국에서 사실상 출판이 금지됐습니다. '힘든 선택들'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펴낸 '사이먼 앤드 슈스터' 출판사의 조너선 카프 회장은 최근 성명을 통해 "중국 출판업자들이 회고록의 번역 판권 구입을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카프 회장은 "중국에서 영어로 된 원서의 발매조차 허용되지 않아 당사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선 중국 출판업자들이 당국의 압력을 받아 책 출판을 거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회고록에는 중국 정부에 대한 힐러리 전 장관의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책에서 중국은 '모순으로 가득 찬' 국가이자 '아시아 반민주주의의 진앙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