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 메르켈 총리 인권 문제 언급

지난 8일 베이징의 칭화대에서 연설하고 있는 메르켈 독일 총리.
지난 8일 베이징의 칭화대에서 연설하고 있는 메르켈 독일 총리. (dpa Picture-Alliance/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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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독일 총리의 인권 문제 관련 발언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2박3일 일정으로 대규모 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동안,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언급해 주목받고 있는데요, 발언 내용이 정확히 뭡니까?

장명화: 메르켈 총리는 중국의 명문대인 칭화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자유로운 대화'의 중요성을 거론했는데요, 구체적으로 "나에게 그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25년 전 동독에서 일어난 평화로운 혁명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고, 우리에게 자유로운 대화의 기회를 부여했다"고 말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중국에서도 이런 자유로운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원화되고 자유롭고 열린사회 구조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메르켈 총리는 "시민은 법의 권위를 믿어야지 권력자들이 만든 법을 믿어서는 안 된다"며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양윤정: 인권 문제는 중국 정부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인데요, 중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메르켈 총리의 지적에 중국은 발끈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열린 정례기자회견에서 "중국인은 법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며 반박했습니다. 중국 현지 언론은 메르켈 총리의 연설 가운데 인권과 사법체제에 관련된 부분을 아예 통째로 삭제했습니다. 홍콩의 일간지 명보에 따르면, 현지 언론은 대신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독일의 역사 반성과정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독일의 침략 역사 반성은 고통스러웠지만 옳았다"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최근 몇 년 새 세계의 '돈줄'로 부상한 중국을 잡기 위해 유럽 각국이 앞 다퉈 베이징 앞에 줄을 서는 듯 한 양상을 띠면서, 인권 문제는 뒷전이라는 분위기였는데, 메르켈 총리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게 의외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메르켈 총리의 중국 방문 전에 중국은 독일에게 최대의 아시아 경제협력국이며 독일은 중국의 유럽 최대 규모의 경제협력국이라고 치켜세웠는데요, 실제로 중국은 독일의 3번째로 큰 교역국입니다. 양국 교역량은 지난해 기준 1930억 달러에 이릅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AFP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경제적 이득 때문에 중국의 인권 문제를 화두로 삼지 않았던 다른 서방 지도자들과 대조적 행보를 보였다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장지안 씨 역시 세계 최대 중화권 방송사인 NTD 텔레비전에 메르켈 총리가 매우 좋은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고 평했습니다. 장지안 씨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장지안) 메르켈 총리가 기업대표단을 끌고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게 놀랍습니다. 어떻게 보면 메르켈 총리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연권이 경제적 이해에 우선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양윤정: 메르켈 총리가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까?

장명화: 메르켈 총리에게는 이번이 7번째 중국 방문인데요, 중국 내에서는 처음입니다. 사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중국 인권 문제를 에둘러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시 주석과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가 한 말, 들어보시죠.

(앙겔라 메르켈) 시진핑 주석과 나눈 대화에서 인권에 관한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폭넓고 자유로운 의견개진은 사회의 창의성을 증진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양윤정: 메르켈 총리가 언론의 자유가 박탈당한 동독에서 성장한 인물이라는 점도 이번 발언과 무관하지 않겠네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1954년 서독에서 태어났는데요, 출생 6주 후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로 이사했습니다. 아버지가 그곳 교회 청년부 목사로 부름 받았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약 270만 명의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물밀듯 탈출하던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동독 출신인 카스너 목사는 고향에서 목회하겠다는 일념으로 동독 행을 택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동독 지역은 기독교 전통이 깊게 뿌리내린 곳으로, 동독 집권당은 교회를 강제로 파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동독 국가안전부는 메르켈 총리의 아버지를 위험인물로 지목하고 감시했습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목사는 공공의 적으로서 비난받는 직업이어서 가족들이 쉽지 않은 삶을 살아내야했다고 합니다.

양윤정: 북한 역시 기독교가 상당히 부흥했던 곳인데요, 예컨대 고 김일성 주석도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는 기독교 학교를 졸업했다고 들었습니다. 조만간 북한에도 메르켈 총리 같은 인물이 나오기를 기다려야겠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법치주의와 인권이 여타 지역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출신의 송 소장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 당사국을 보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국가수가 현저히 적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송 소장은 "아프리카, 북미와 남미, 유럽 등 모두 지역 인권재판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시아에는 유사한 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역내 국가 중 3분의 1에 달하는 17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유엔 인권조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중 어느 하나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 미얀마에서 이슬람 신도들이 불교도들과 마찰을 빚어 두 명이 사망하고 십여 명이 다치는 사태가 최근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미얀마의 제2도시인 만달레이 주 만달레이시에서 불교와 이슬람 두 종교 간의 충돌로 인해 당국이 심야 통행금지령을 선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태는 이달 초 한 이슬람 신도 남성이 여성 불교도를 강간한 사건이 국영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촉발됐습니다. 이에 분노한 불교도들의 공격으로 이슬람 사원 한 곳이 불탔고 네 곳이 돌로 공격을 받아 이슬람 신도 한 명과 불교도 한 명이 사망했다고 지역 보안 당국은 밝혔습니다. 만달레이 지방정부는 통행금지령 선포를 통해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 다섯 명 이상의 모임을 금했습니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는 최근 소수 이슬람 신도들과의 분쟁이 잦았습니다. 종교 분쟁은 민주화와 함께 미얀마 사회를 뒤흔드는 인권 문제로 꼽힙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