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엔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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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의 유엔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 준비를 들여다봅니다.

(지성호) 북한에서 2000년에 중국에 다녀온 게 발각돼 목발을 짚고 경찰서 가서 고문을 당했습니다. 거지꼴로 중국에 식량을 구걸하러 갔다며 일반인보다 더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왼쪽 손과 다리가 없지만 먹을 것을 구하러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집에 돌아와 구한 쌀로 밥을 끓여 먹으려는데 보위부원이 저를 체포했습니다. 보위부는 도강자가 귀환하면 하루 이틀 정도 취조 후 내보냈는데 저는 오래 가둬두고 고문도 했습니다. 그들 말로는 '네가 장애인으로 두만강 건너가 공화국의 국격을 떨어뜨렸고 외신 언론이 그걸 알게 되면 북한에는 거지떼 병신들만 있는 줄 알고 보도하면 국제적 망신을 당할 것 아니냐? 국익 해치는 일을 했으니 맞는 줄 알아라'고 하더군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지성호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해 유엔 인권조사위원회 공청회에서 증언한 북한 내 장애인 인권 실태를 설명한 일부분입니다. 지성호 씨는 고향인 함경북도에서 화물 열차 사고로 한쪽 팔과 다리를 잃었습니다. 탈북 외과의사 출신 조수아 씨가 얼마 전 한국 케이블 방송인 MBN의 프로그램에 나와 증언한 내용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조수아) 제가 외과의사지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을 다 취급했어요. 낮에는 외과의사여도 밤에 환자가 부르면 가서 아이를 받아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한국에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만곡족, 배꼽탈장, 구순구개열 등을 가진 아이들에게 수술을 할 수 없어요. 국가에서 이와 관련해서 지시를 내렸어요. 태어날 때 장애가 있다고 하면, 아예 죽여 버리라고 했습니다. 제가 이 자리를 빌려서 북한의 많은 산모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이처럼 북한 내 장애인들이 국가 권력으로부터 기본적 인권을 침해당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점차 높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영국 외교부가 최근 갱신한 2분기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2016년 말까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신체와 정신 장애, 지적 장애를 포함한 모든 장애가 있는 이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유엔 인권협약입니다. 현재 세계 158개국이 서명하고 147개국이 비준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했지만 아직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내 북한 관련 법률 전문가인 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012년에 발표한 '북한의 장애인권리협약 서명'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2009년에 개정한 헌법에 인권 조항을 추가한 이후 인권 관련 국내법 정비를 지속해왔다는 맥락에서 협약에 서명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2012년 사상 처음으로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했습니다. 북한은 당시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에 선수 1명과 임원 23명 등 모두 24명의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6월 말에는 북한 조선맹인협회와 조선농인협회가 세계연맹에 가입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 사업은 2011년 2월 9일 조선장애자보호련 중앙위원회와 세계농인 연맹사이에 채택된 양해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선맹인협회는 올해 3월, 조선롱인협회는 지난해 12월에 발족됐습니다.

한국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이금순 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금순) 북한은 아직 '장애인협약'에는 가입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장애인보호와 관련하여서 국내외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핸디캡 인터내셔널은 북한에 상주하면서 지원활동을 하고 있고, 푸른나무라는 남한단체도 지속적으로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장애인 보호관련 협력사업이 보다 확대되어, 북한당국이 국제사회의 장애인 보호기준을 충실히 준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장애인에 대한 인권 개선 노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5월 말 스위스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북한이 장애인 인권협약에 서명한 조치를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평가를 포함해 268개 권고를 담은 북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 실무 보고서'는 86개 회원국이 북한의 전반적 인권상황을 점검한 실무회의 내용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오는 9월 열리는 제27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정식 채택될 예정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북한에서 작년 이후 최소 19건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 국제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밝혔습니다. 이탈리아의 사형 반대단체인 핸즈오프케인은 최근 발표한 세계 각국의 사형 집행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작년과 올해 상반기에 각각 최소 17건, 2건의 사형이 집행됐다고 말했습니다. 핸즈오프케인은 1997년부터 매년 사형제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사형 집행 통계는 공식 자료가 없어 언론보도를 토대로 집계한 것입니다. 보고서는 장성택과 그의 측근 처형 등을 사례로 들며 지난해에는 주로 정치적인 이유로 처형이 이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이 마약 밀수·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른 간부들과 식량을 구하려고 남한·중국으로 탈출하는 주민들도 붙잡아 처형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중국이 티베트 통치를 정당화하고 현지인에 대한 인권 탄압을 은폐하기 위해 트위터를 통해 티베트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트위터는 웹사이트나 손전화와 같은 이동기기를 이용해 140 글자 이내로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런던에 본부를 둔 티베트 인권 지원 단체인 '자유 티베트'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당국이 트위터에 100여개 가짜 계좌를 개설해 티베트에 대한 선전전에 나선 것이 확인됐다고 폭로했다고 했습니다. 성명은 해당 계좌들에는 주로 티베트 발전을 위한 중국 정책들을 찬양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비난하는 글들이 오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