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종교자유 박해 실태 고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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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의 종교자유와 박해 실태를 고발한 기자회견을 들여다봅니다.

(한정화) 원래 함경북도 온성군 강안리 11호 수용소가 있었는데, 1983년도에 이 수용소가 법적으로 폐지됐습니다. 이 수용소는 조선인민군 무력부가 관할하는 수용소입니다. 외견상 폐쇄된 것으로 돼있지만, 현재 평안남도 개천군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군부대 수용소이기 때문에, 죄수를 이용해 군수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수용소를 들어가서야 내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고, 북한 땅에 기독교인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김일성 종합대학 신학과 1기 출신으로 평양에서 전도사로 활동한 탈북자 한정화 씨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입니다. 올해 44살의 한 씨는 외국에서 말실수로 북한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개천수용소에서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수감됐습니다.

(한정화) 제가 들어갔을 당시에는 4000명 이상이었는데, 1998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6,000명에서 6,500명 정도 있었습니다. 제가 2002년에 우연한 계기로 수용소를 나왔는데, 수용소에 있으면서 놀랐던 게 북한에서 기독교인을 이렇게 죽이는구나, 내 눈으로 봤고, 때론 제 손으로 그들을 죽여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한 씨는 기독교인들은 죄의 강도에 따라 총살형, 교수형 등으로 지목됐다면서, 총살형이 결정된 교인들은 공개처형장에서 20-24세 사격수 15명-20명에게 총살을 당했는데 이는 젊은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지하교회 활동을 하다 수감생활을 한 황해남도 출신의 탈북자 김은사 씨는 할아버지로부터 신앙을 이어받아, 평양의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 자격을 취득한 뒤,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초를 캐면서 환자를 치료하고 전도 활동을 벌였습니다.

(김은사) 그러다 보위부에 체포돼서 1년 동안 갖은 악행을 다 받았습니다. 예수를 믿었다고요. 제가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11개 지역에 각각 10명-20명씩 전도하고, 나중에는 이 수가 400명, 500명으로 늘어나다보니, 언젠가는 잡힐 것으로 각오했습니다. 그 많은 사람 중에 왜 변절자가 없겠습니까. 그 1년 동안 고문이란 고문은 다 받았어요. 지금도 이 팔을 쓰지 못해서 일도 못합니다.

올해 62세의 김 씨는 이후 정치범 형이 낮춰져 미신행위자로 간주돼 교화소에서 10년간 수감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이어 "교화소 안에서 5명 이상의 전도자를 양육해 출소 후에도 연결을 하며 활동을 지속했다"며 "북한의 고위직에도 신앙을 이어 받은 지하교인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서 지하교회 활동을 하다가 보위사령부에 적발돼 사형 직전까지 갔던 탈북자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올해 48세의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안인옥 씨는 국경을 넘어 중국에서 성경책을 구해오는 등 천신만고 끝에 지하교회를 만들었지만 이 사실이 보위부에 밀고 돼 체포됐습니다.

(안인옥) 심한 고문과 정신적 타격으로 체중이 28kg까지 말랐고 혈압이 정상수치 이하로 내려가서 관절과 혈관이 다 망가졌고, 한 여름에도 솜옷과 솜신을 벗지 못했습니다. 다 죽게 되자 남편과 아들이 간신히 면회할 수 있개 됐고, 집으로 돌아간 남편이 많은 돈과 TV 등 뇌물을 주고 병보석 허락을 받아 2년 9개월 만에 풀려날 때는 머리카락과 아랫니가 몽땅 빠진 산송장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종교자유와 박해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2007년부터 2012년 7월31일까지 탈북자 74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북한에서 자유롭게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99.6%가 '종교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이에 대해 "북한에서 종교 활동이 제한적으로 비밀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공식적인 종교시설에서 특수목적을 위한 종교 활동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종교 활동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응답자의 1.2%는 북한에서 종교 활동에 몰래 참가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2001년 이후 비밀 종교 활동이 북한 지역에서 일부 이뤄지고 있는 근거로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미얀마가 정치 개혁, 경제 개혁의 일환으로 정치범 73명을 추가로 석방했습니다. 집권이후 지금까지 수백 명의 정치범을 석방한 테인 세인 대통령은 과거 군사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같은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군사정권이 물러난 이후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정치범 석방이 지속됐고, 최근 테인 세인 대통령은 영국에서 있었던 연설을 통해 올해 말까지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얀마 정부는 정치범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정치적인 이유로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의 규모를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위원회 규모는 10명의 정치범 석방자, 6명의 정부 임명자, 3명의 중재자로 구성됐습니다. 흘라 마웅 슈웨 정치범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은 "몇 년 새 처음으로 정치범의 수가 100명 아래로 내려갔다"며 "위원회가 꾸준히 활동해 대통령의 약속대로 올해가 가기 전에 모든 정치범이 석방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아직 정치범 100~200명이 수감돼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인권 상황을 개선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각국이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와 같은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두 정상은 베트남이 그동안 이룬 진전과 아직 남아 있는 도전 과제 전반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베트남은 1995년 관계를 정상화한 이래 통상·투자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관계를 개선해왔습니다. 한편 이날 백악관 근처 라파예트 공원에서는 수백 명의 베트남계 인사가 모여들어 베트남 인권 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