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13년째 인신매매 방지 최악 국가

2010년 9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었던 인신매매와 인권 유린의 실상을 증언하고 있다. 왼쪽은 칼 거쉬먼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 회장.
2010년 9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었던 인신매매와 인권 유린의 실상을 증언하고 있다. 왼쪽은 칼 거쉬먼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 회장. (RFA PHOTO/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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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실태조사 연례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존 케리) 보고서 발행을 통해 1500억 달러 규모의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를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최근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조사 연례보고서를 공개하는 국무부 행사에서 밝힌 말입니다.

38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북한은 13년 연속으로 미국 국무부 선정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분류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인신매매 개선의 최저선인 '인신매매 피해자보호법'조차 준수하지 않는 최하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됐습니다. 북한은 2003년부터 13년 연속으로 3등급을 받았습니다.

보고서는 각 국가를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보호법 최소 기준을 완전히 준수하는 '1등급', 최소 기준을 완전히 이행하지는 않지만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2등급', 최소 기준을 이행하지 않는 동시에 인신매매 피해자 수가 늘거나 예년보다 충분한 개선 노력의 증거를 보이지 못하는 '2등급 감시대상', 최소기준도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선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 '3등급' 등으로 분류합니다.

보고서는 북한을 "강제노동, 성매매를 당하는 남성이나 여성 또는 아동의 근원이 되는 나라"라며 "5만 명 이상인 국외 노동자들 중 상당수도 강제노동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평가는 미국의 인권단체인 디펜스포럼의 수잔 숄티 대표가 수많은 탈북 여성을 만나며 들은 생생한 증언을 통해서도 재차 확인됩니다.

(수잔 숄티) 제가 만났던 탈북여성들의 사례 몇 가지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방 모 씨는 북한에서 굶다 아이와 함께 중국에 갔습니다. 방 씨는 국경을 넘자마자 인신매매범들에게 잡혀 팔리게 됐습니다. 중국 내 인신매매범들은 이런 탈북여성을 '돼지'라고 부릅니다. 방 씨는 '최상급 돼지'로 등급이 정해져서 미화 586달러에 팔렸습니다. 방 씨는 나중에 구출돼 한국으로 가기 전 중국에서 소위 '신부'로 3차례에 걸쳐 여기 저기 팔려 다녔습니다. 또 다른 북한 여성인 김 씨는 중국에 보모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중국에 갔다가 졸지에 인신매매 피해자가 됐습니다. 김 씨는 중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머리에 두건이 씌어져 어디론가 끌려갔고, 결국 한 나이든 중국인의 신부로 팔려 지옥 같은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국무부의 보고서는 이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는 "외딴 지역에 위치한 수용소에는 약 8만~12만 명이 갇혀 있다"며 "강제노동은 정치적 억압을 위한 체계화된 체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과 함께 3등급을 받은 나라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탈북자들이 많이 체류하는 러시아와 태국입니다. 러시아에서는 500만~12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신체적 학대가 빈번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국의 경우,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인근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여성의 성매매 활성화와 외국 출신 어부들에 대한 강제노동 등으로 인해 최하 등급을 받았습니다. 태국의 등급은 2008년까지 2등급이었습니다. 이후 2등급 감시대상으로 강등됐다가 2013년부터는 3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베네수엘라, 이란, 리비아, 시리아, 예멘, 짐바브웨, 남수단, 부룬디, 벨리즈 등도 3등급을 받았습니다.

한편, 말레이시아, 쿠바,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등은 3등급에서 2등급 감시대상으로 상향됐습니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2등급 감시대상에 올랐습니다.

특히 54년 만에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쿠바와 관련해, 사라 스월 국무부 민간안보, 민주주의, 인권 담당 차관은 "쿠바는 여전히 강제노동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지만 성매매 인신매매에 대한 대응이 강화돼 등급 상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케리 장관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 자유에 가격표를 붙이는 일은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며 이번 보고서 작성 과정이 공정했음을 강조했습니다.

(존 케리) 각국 정부는 인신매매 관련 처벌법을 강화하고 철저히 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 6·4 톈안먼 사건 때 학생 시위를 이끈 우얼카이시가 대만 입법위원 선거에 도전합니다. 톈안먼 사건은 지난 1989년 6월 4일, 중국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대와 인민이 벌인 반정부 시위를 중국 정부가 유혈 진압한 사건입니다. 위구르족 출신인 우얼카이시는 톈안먼 사태 후 중국을 탈출해 또 다른 학생 지도자 왕단에 이어 중국 정부의 수배자 명단에 2번째로 오른 인물입니다.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인 우얼카이시는 1996년 대만 여성과 결혼해 대만에 정착했습니다. 미국의 AP통신에 따르면 우얼카이시는 최근 선거캠프 출범식을 하고 중부 타이중 제4선거구 입법부위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대만은 내년 1월 16일에 총통선거와 입법위원 선거를 통합으로 실시합니다.

--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에게 최근 사형이 선고됐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습니다. 리비아 트리폴리법원은 지난 2011년 리비아 전역에서 민중 봉기가 일어났을 때 "대량 학살"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알이슬람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알이슬람은 선고 때 법정에 출석하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정보기관 수장 압둘라 세누시와 카다피 정권 마지막 총리인 바그다디 알마흐무디 등 다른 피고인 8명에게도 사형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이번 판결에 항소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2011년 '아랍의 봄'여파로 리비아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용병을 고용하거나 무장 민병대를 조직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