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북한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서명을 들여다봅니다.
(노기철) 북한에는 장애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어요, 나쁜 말로 하면 병신이라고 이야기 하고 보통은 불구자로 부르지요. 사회적으로 장애인은 사람대접도 못 받고 있으며 일반인이 보는 시선 또한 차갑기만 합니다.
북한을 탈출해 영국에 정착한 노기철 씨는 북한 내 장애인 실태를 한마디로 설명해달라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요구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노 씨는 북한에서 기관차 기관사로 있다 고압전기사고로 인해 왼쪽 팔 하나를 잃었습니다. 탈북자 김주일 씨의 증언도 노 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김주일) 북한은 장애인들을 격리시키는 정책을 실시 해온 국가입니다. 군대에 나갔다가 사고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영예군인 칭호를 주고 경로동 직장에서 일하는 우대 정책은 있지만 선천성 장애나, 미관상 보기 힘든 정도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별도의 지역에 격리를 시킵니다. 또 평양 시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일지라도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지방으로 강제이주 지시를 내리거나 부모하고 분리하여 자식만 지방에 보내도록 강요합니다.
이처럼 북한 내 장애인이 기본적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최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유엔 웹사이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했지만 아직 비준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노동, 교육, 보건, 공공생활에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 협약은 지난 2006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고, 2008년 5월 발효됐으며 현재 156개국이 서명하고 133개국이 비준했습니다. 한국은 2007년 3월 협약에 서명하고 2008년 12월 비준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관련 법률 전문가인 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얼마 전 발표한 '북한의 장애인권리협약 서명'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2009년 개정 헌법에 인권 조항을 추가한 이후 인권 관련 국내법 정비를 지속해왔다는 맥락에서 이번 협약에 서명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09년 4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제8조에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내용을 처음 명시하고 2010년에는 노동보호법과 아동권리보장법, 여성권리보장법 등 인권 관련 법규를 제정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했습니다. 지난해 8월말부터 9월초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에 선수 1명과 임원 23명 등 모두 24명의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에 잠정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김용현 교수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김용현) 결국 북한 내부에서 장애인 정책을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추겠다, 또는 북한도 장애인에 대해서 상당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러한 행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규창 연구위원 역시 "북한이 서명한 것은 협약의 내용을 존중하고 관련 규정을 지키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 정부는 지난 2003년에 제정한 장애자보호법부터 손질해야 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올해 초 3차 핵실험 감행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장애인 문제를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나 미국 등 여러 국가의 민간단체들이 북한 장애인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스웨덴은 지난해 9월 국제구호단체인 핸디캡 인터내셔널과 관련 계약을 맺고, 북한장애인을 위해 34만유로, 미화로 43만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장애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5.8%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조선장애자연맹중앙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말 북한 당국이 실시한 장애인 표본조사 결과 시각, 청각, 지체, 정신, 복합장애 등 5개 부문의 장애인 인구는 5.8%에 달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등대복지회'는 북한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북한 내 장애인들이 187만 명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홍콩의 민간단체가 최근 이틀간 북한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제를 개최했습니다. '탈북자 관심'이란 이름의 단체 대표 오웬 라우 쿤항 씨는 홍콩의 영자일간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홍콩인이 북한에 관심이 있지만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제에서는 미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 부문 한국 대표작으로 출품됐던 탈북자 관련 영화 '크로싱'과 캐나다에서 제작된 기록 영화 '탈북자,' 그리고 '북한 주민의 위기' 등 세 편이 상영됐습니다. 오웬 라우 쿤항 대표는 무료로 진행된 영화제 예약이 발표 며칠 만에 완료되는 일을 비롯해 홍콩인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상영 뒤에는 탈북자 출신 김규민 영화감독과 이아람 씨가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관해 증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홍콩에서 북한은 주로 핵무기와 김정은에 대한 선전 등으로 익숙하지만 주민들과 탈북자들의 열악한 생활상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의 증언과 영화 상영을 통해 더 많은 홍콩인이 북한의 상황에 대해 이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 베트남의 5대 주요 종교 지도자들이 인권 존중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베트남에서 종교와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다'며 인권 보장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루옹 탄 상 베트남 대통령이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자국민들의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성명 발표에는 불교와 가톨릭, 개신교, 카오다이, 호아하오 등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또 베트남 국민들에게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다 같이 목소리를 높이자고 호소했습니다. 한편, 아직까지 이번 성명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상 베트남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가에 언론과 종교,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해 이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습니다. 상 대통령 역시 인권 문제를 놓고 양국 간에 여전히 견해차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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