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반인륜 범죄자에겐 숨을 곳이나 공소시효가 없음을 깨닫게 한 97세 나치 전범의 최근 체포 과정을 들여다봅니다.
(소규모 시위 현장음)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조용한 주택가에 남녀학생들이 수십 명 서있습니다. 일부는 손목에 죄수마냥 수갑을 차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정의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쓴 팻말을 들고 서 있습니다. 학생들은 시위를 마치고서는 두 칸짜리 아파트 정문 앞에 빨강색 나치 문양 스티커를 여러 개 붙였습니다. 유럽유대인학생연합의 앤디 게르겔리 회장이 헝가리 방송에 나와 긴급 시위의 목적을 설명합니다.
(앤디 게르겔리) We came here today to raise attention... (더빙) 저희는 나치 전범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고, 헝가리 정부가 이번에 찾아낸 나치 전범을 재판정에 세워 그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죄를 선고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게르겔리 회장이 지목한 나치 전범은 라스로 사타리입니다. 사타리는 이스라엘 나치 전범 수배 1위, 유대인 1만5,700명을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로 강제 이송한 잔악무도한 헝가리 경찰입니다. 올해 97살로, 제보 15년 만에 붙잡혔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남자 대학생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남자 대학생) He was sentenced to death... (더빙) 사타리는 1948년 체코 법원 궐석재판에서 유대인 학살 가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995년 캐나다 경찰이 미술상으로 활동하던 사타리를 발각했지만 체포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런 사타리가 이곳 헝가리에서 정상적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사타리가 체포됐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타리의 은신처를 최초로 보도한 영국의 일간지 더 선에 따르면, 사타리는 '스미스'라는 가명을 썼고,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 가족과 함께 평화롭고 안락한 노년을 즐겼습니다. 편안한 차림으로 상점에 드나들었고, 공공장소에서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이웃들은 그런 사타리를 '파파'라고 불렀습니다. 국제적 유대인 인권단체인 '사이먼 위젠탈 센터'의 에프라임 주로프 박사의 말입니다.
(에프라임 주로프) 사타리는 2차 대전 중 슬로바키아 코시체의 경찰 고위 간부로 유대인 수용소 이송, 불법 고문을 포함한 갖가지 만행을 저지른 인물입니다. 유대인 격리 거주지에서 유대인을 채찍으로 때리고, 젊은 유대여성을 시켜 맨손으로 언 땅을 파게 했습니다. 도망가는 유대인을 현장에서 총으로 쏴 죽이기도 했습니다. 사타리는 죄 없는 사람을 때리면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사디스트'였습니다. 사타리는 이제라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일각에서는 사타리의 처벌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반인륜 범죄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주장이 앞서지만 시대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 노인을 감옥에 가두는 데 대한 동정론도 있습니다. 헝가리 세게드대학교의 라슬로 카르자이 역사학 교수는 "당시 코시체의 시장과 경찰서장이 징역형을 받은 만큼 사타리가 사형을 받는 것은 불합리할 수 있다"며 "사타리가 유대인 이송에 관여했지만, 정작 아우슈비츠로 가는지는 몰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타리의 변호인도 "사타리는 명령에 복종했을 뿐 유대인이 어디로 추방되는지 알지 못했다"며 "시대적 범죄에 연루됐지만, 역할은 제한적이었고 그 역시 역사의 희생자"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이먼 위젠탈 센터의 아브라함 쿠퍼 부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서 하급자가 부당한 명령에 복종했다고 해서 면책사유가 적용될 수 없다면서, 이는 나치 전범에만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앞으로 북한에서 인권 침해를 자행한 범죄자들에게도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쿠퍼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아브라함 쿠퍼) The message has to go out to the individuals who are involved... (더빙) 북한 수용소의 담당 의사가 임신부를 걷어찬다던가, 생체실험에 참여한 과학자라던가, 죄 없는 사람의 인권을 짓밟고 강제수용소로 보내는 보안원 등은 명령복종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행위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묻게 되리라는 점을 깨달아야합니다.
한편, 나치 전범들은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신분이 확인되면 사형이나 종신형을 선고 받습니다. 현재 미국ㆍ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가 추정하는 나치 전범은 15만~20만 명입니다. 전쟁이 끝난 뒤 기소돼 처벌받은 전범은 3만5,000명으로 추정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시리아 북부 제2의 도시 알레포에서 최근 정부군과 반군의 총력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와 활동가들은 정부군이 반군의 알레포 거점인 살라헤딘 지역에서 치열한 교전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알레포에서 북쪽으로 35km 떨어진 텔 리파아트 지역에서는 정부군 전투기가 알레포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주요 외신은 전했습니다. 인권관측소에 따르면 8일 하루 시리아 전역에서 최소 162명이 숨졌고 알레포에서만 민간인 17명을 포함해 모두 3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94명은 민간인, 정부군은 41명, 반군 사망자는 27명입니다. 라미 압델 라흐만 인권관측소 소장은 양측의 교전이 격렬해 알레포의 사망자 수를 즉시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며 실제 사망자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의 유혈 사태를 피해 터키로 넘어간 시리아 전체 난민 수가 5만227명으로 집계됐다고 터키 당국이 밝혔습니다.
-- 하늘에서 떨어진 879개의 '테디베어 요원'들 때문에, 벨라루스 안보 책임자 2명이 해고됐습니다. 테디베어는 손바느질로 만든 곰 인형을 말합니다. 스웨덴 출신의 인권운동가 토마스 마제티와 한나 프레이는 최근 3인승 소형비행기를 타고 벨라루스 영공을 침범해 지상 50m에서 879개의 테디베어를 낙하시켰습니다. 테디베어엔 "우리는 벨라루스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 등 인권을 지지하는 표식과 낙하산이 달려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 계획을 위해 1년 동안 18만4500달러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제티와 프레이는 현지 언론에 "벨라루스 인권 운동가들을 지지하고, 벨라루스 정부군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기 위해 이번 일을 계획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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