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의 최근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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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의 최근 판결 결과를 들여다봅니다.

(닐 논) 재판부는 피고 누온 체아에게 종신형을 선고합니다. 피고 키우 삼판에게도 종신형을 선고합니다.

닐 논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 소장이 최근 유엔의 지원 아래 열린 전범 재판에서 키우 삼판과 누온 체아 등 두 전직 크메르루주 지도자를 반인도적 범죄로 종신형 판결을 내리는 장면입니다. 크메르루주가 정권을 잡았던 1975년부터 1979년 사이 캄보디아에서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약 200만 명이 기아와 처형 등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캄보디아 국가원수를 지냈던 키우 삼판과 크메르루주 최고 이념가였던 누온 체아는 크메르루주 전 지도자들 가운데 지금까지 생존한 마지막 인물입니다. 키우 삼판은 올해 83세, 그리고 누온 체아는 88세입니다.

키우 삼판은 대학살이 자행된 것은 시인하면서도 모든 지시는 크메르루주 최고지도자였던 폴 포트가 내렸을 뿐 자신은 대학살을 지시한 적이 없었고 실질적 권한을 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누온 체아 역시 캄보디아 국민을 살해한 것은 크메르루주가 아니라 베트남군이라며 재판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닐 논 재판장은 키우 삼판과 누온 체아가 살인과 정치적 처형, 강제이주 등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범죄의 무거움에 비춰볼 때 이들은 당연히 수형 생활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수백 명의 생존자들은 이번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법정을 가득 메웠습니다. 생존자들은 이들에게 종신형이 선고되자 복잡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크메르루주 수용소 생존자인 숨 리티 씨의 말입니다.

(숨 리티) 재판부가 크메르루주 핵심 전범 2명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당시 체제 하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적잖은 고초를 겪은 만큼 이번 판결에 만족합니다.

반면, 수년 간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체아 소폰 씨는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비춰볼 때 종신형은 공정하지 않다. 그들이 몇 번을 죽더라도 충분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를 설립한 데이비드 쉐퍼 유엔 전범 재판 특별전문가는 이번 판결이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쉐퍼) 냉소주의자들은 매일 오늘도 정의는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마침내 정의를 이루었습니다.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앞으로도 정의는 계속해서 실현될 겁니다. 때문에 우리는 캄보디아에서 정의가 우세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매우 높은 확신을 가지고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재판이 너무 더디게 진행된 데다 많은 비용이 투입된 것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크메르루주에 대한 전범 재판은 2006년 시작돼 약 2억 달러가 투입됐지만 지난 2011년 교도소장을 지냈던 카잉 구엑 에아브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것이 지금까지의 유일한 성과였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의미가 크게 줄었다는 일부의 지적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범 대사인 스티븐 랩 씨는 이번 판결이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티브 랩) 이번 법정 선고는 순진한 자국민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국가들에게 심판의 날은 반드시 올 것이며, 이 생에서 이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인권 전문가들은 이번 캄보디아의 전범재판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에 유엔을 비롯한 외적인 개입이 필요함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지적합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마이클 커비 전 위원장의 말입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1993∼1996년 캄보디아 인권침해에 대한 유엔 조사를 이끌었습니다.

(마이클 커비)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되기를 바라며,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만약 회부되지 않더라도 취할 조치들은 많이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유엔 인권이사회는 동예루살렘과 가자 등 팔레스타인 점령지구에서 지난 6월 이후 벌어진 군사작전으로 야기된 국제 인도주의법과 국제인권법 위반 사례를 조사할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3명을 임명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캐나다 미들섹스 대학의 국제법 교수인 윌리엄 샤바스 교수를 위원장으로, 레바논 출신의 영국 법률가인 아말 알라무딘과 유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인 세네갈의 두두 디에느를 위원으로 각각 임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에 앞서 지난 7월 특별회의에서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인권조사위원회의 설치를 결의했으며, 내년 3월 인권이사회 28차 회의까지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인권이사회는 아울러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오는 9월 제27차 회의 때까지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등에서의 인권 위반 사례 보고서를 넘기도록 했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지난 6월 13일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대대적인 공습과 포격, 이에 대한 하마스의 반격으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측에서 1천938명이 사망하고 이스라엘 측에서 6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여성인권 후진국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자국 남성들에게 미얀마를 비롯한 4개국 이주 여성과 결혼을 금지시키는 등 혼인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영국의 BBC방송은 사우디 언론 메타를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이 같은 결혼 금지령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4개국은 미얀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차드입니다. 비공식적인 집계에 따르면 사우디에 거주하는 약 900만 명의 이주 노동자 가운데 이 4개국에서 온 여성 이주노동자만 약 50만 명입니다. 사우디 정부는 새 규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서남부 도시인 메카의 경찰서장이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당국은 기타 국가에서 온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 절차에 대해서도 강화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외국 여성과 결혼하고 싶은 25세 이상의 사우디 남성은 경찰 당국에 혼인신고서와 함께 신분증명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