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의 비밀처형 참상을 들여다봅니다.
(조철민) 아버지가 치안대를 했거나 월남했거나 일본에서 귀국했거나 간첩 반동해서 아버지가 잡혀갔거나...
'조철민'이라는 가명을 쓰는 한 탈북자가 최근 서울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함경북도 회령군 전거리교화소의 비밀처형 실태를 고발하는 장면입니다. 전거리교화소는 북한에서는 일명 제12호 교화소로 불립니다.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색안경을 낀 올해 55살의 조 씨는 4년 전 가족과 함께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조 씨는 1997년부터 3년 동안 전거리 교화소에서 복였했는데, 조 씨가 밝힌 교화소의 실상은 끔찍했습니다.
은밀한 비밀처형은 재판을 거치지도 않고 신속히 진행됐습니다. 비밀처형의 주요 표적은 앞서 조 씨가 언급한 반체제 성분을 가진 사상 불량자였습니다. 9년간의 노동 교화형을 선고받고 전거리교화소로 들어간 조 씨는 이듬해에는 죄수 50명으로 구성된 농산반의 장을 맡게 됐습니다. 1998년 5월, 부소장과 안전과장은 조 씨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습니다.
(조철민) 직위와 공로에 관계없이 머리에 병든 사람은 다 쓸어버리시오. 이런 말을 안전부, 보위부, 검찰 이 법 기관이 내린 거예요.
부소장과 안전과정은 이 같은 내용의 김정일 '친필지시'를 조 씨에게 보여주면서, '교화소 안에서 목격한 일을 사회에 나가 발설하면 처형당한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하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조 씨는 비밀처형이 오전 1시경 간부가 해당 죄수의 이름을 부르면서 시작됐다고 증언했습니다. 교화소 내 안전과장 앞에 끌려간 죄수는 150cm 길이의 각목을 든 2명의 병사 사이의 의자에 앉혀집니다. 각목 가운데는 원형 손잡이가 달린 쇠줄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부소장은 먼저 죄수에게 강도, 강간 등 죄목을 갖다 대며 추궁했습니다. 이에 억울해하는 죄수가 부인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양쪽의 병사가 각목 가운데 매달린 쇠줄을 죄수의 목에 감고 좌우 양쪽에서 잡아당겨 질식사시켰습니다.
(조철민) 나는 정말 처음 봤어요. 세상에 어떻게 비밀처형을 하는 이런 곳이 있구나. 이렇게 죽이는구나. 목을 조르니깐 5분도 못가요.
조 씨의 역할은 이때 시체를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매달 세 차례 씩 한 번에 많게는 열 명의 수감자가 처형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조 씨는 1998년 5월부터 1999년 11월까지 전거리교화소 한 곳에서만 비밀 처형된 사람들이 200-300명이 넘었다면서, 비밀 처형된 사람들의 시체를 자신이 직접 화장터로 날랐다고 밝혔습니다.
조 씨는 이어 "교화소 소장의 전용 지프차 끝에 매달려 있는 쇠줄에 죄수의 머리를 묶은 후 질질 끌고 다니며 죽게 하는 공개처형도 교화소 내에서 빈번히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 씨가 목격했다고 주장한 대규모 비밀처형이 이른바 '심화조 사건'의 연장선에서 일어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북한에서 진행된 '심화조 사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대규모 숙청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당시 사회 안전성에 조직된 '심화조'가 서관희 당시 농업담당 당 비서에게 간첩죄를 덮어씌워 숙청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문성술 당 조직지도부 본부당 담당 책임비서, 서윤석 평안남도 당 책임비서를 비롯해 수천 명에 달하는 당 간부가 숙청됐고, 그 가족 2만여 명이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계속 비밀처형을 일삼는다면 국제사회에 동참할 기회는 더 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비밀처형과 공개처형은 공산주의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경고로 실시하는 행위라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인권 상황을 개선시키지 않으면 북한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경제개혁마저도 이뤄지지 못할 겁니다. 국제사회에 참여하려면, 국제기준의 인권을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한편, 조 씨는 북한의 비밀처형 실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한국의 북한 인권 단체들이 유엔을 통해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최근 유엔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의 조사와는 별도로 휘영호 선원 황영식 씨를 포함해 납북 어부 가족들의 증언을 청취, 유엔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조사 외에도 '유엔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에 납북자의 생사 확인을 요청하기 위해섭니다. 유엔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납북자 가족들의 생사 확인 요청을 받으면 심의를 거쳐 북한에 답변을 요구하며, 북한은 이에 답해야 합니다. 한편, ICNK, 즉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등에서 자행되는 고문과 공개처형 등 인권침해 사례 20여건을 조사해, 지난 6월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강제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제출했습니다.
-- 유엔인권보고관이 폭력사태가 발생한 미얀마를 방문해 조사를 벌였습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서는 이슬람교도와 불교도 사이 종교 갈등으로 인해 폭력 사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토머스 오제아 킨타나 미얀마 유엔인권특별보고관의 이번 방문은 얼마 전 라카인 주에서 로힝야족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해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친 뒤 이뤄진 것입니다. 킨타나 보고관은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 난민촌을 방문해 이번 폭력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킨타나 보고관은 라카인 주 내 불교도 주민들과 주 정부 관리들도 만나 폭력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