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인권, 인권] '강요된 성 노예', 일본군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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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여명의 눈동자' 주제곡)

한국 MBC 문화방송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 나오는 주제곡입니다. 1943년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독립 운동가의 딸 윤여옥이 17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징집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유명 여배우 채시라 씨가 여옥 역의 위안부로 등장하면서, 1991년 당시 44.4%이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드라마가 방영된 지 10여년이 지난 올해. 위안부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심각한 인권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 최근 일본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인권 문제로 규정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일부분입니다.

(이명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양국 차원을 넘어 전시 여성인권문제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에 반하는 행위입니다.

공식 연설문이다 보니 다소 수위가 낮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를 한국과 일본의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쟁 중 여성 인권 문제로 규정하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라고 밝힌 점은 기존보다 한층 강경한 입장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는 "위안부 문제만큼은 여러 현안 중에서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인도적 문제"라며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동반자로서 협력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몇 달 사이에 인도적 문제가 인권문제로 대두된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 흐름과 크게 무관하지 않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3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매춘 강요의 희생자'라거나 '강요된 성노예'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위안부 문제가 일본의 범죄 행위였음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습니다.

미국 하원에서는 이미 지난 2007년 7월 30일 '일본군 성노예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의원의 말입니다.

(에드 로이스) 역사는 반복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과거를 잘못 인식한다면 가까운 장래는 물론, 먼 미래까지 바로잡기는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일부 인권운동가들은 '위안부'로 표현하면 마치 자의에 의해 성매매를 한 여성이란 미묘한 차이를 풍긴다고 말합니다. '위안부'의 사전적 의미가 '전시에, 일선의 군인을 위안하고자 성의 도구로 동원된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강요된 성노예'라는 용어에는 일본이 종군 위안부라는 명분 아래 피지배국 여성을 조직적으로 성적 노리개로 유린했음을 기정사실로 결론짓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일본 위안부 총수는 최소 3만 명에서 최대 40만 명까지 추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10만에서 2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강제 동원된 한국인은 만 21세 미만이 80%이상입니다. 북한의 민간단체인 '종군위안부와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대책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 내 위안부 피해자는 2009년 현재 218명입니다.

한국에는 정부에 신고한 피해자 234명 가운데, 61명만 남기고 모두 숨졌습니다. 최근 광복절을 맞아 한국 서울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 나온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씨의 말입니다.

(김복동) 일본군의 노예가 되어 무참히도 짓밟히고 병들어 시들어가는 과거에 피맺힌 역사를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알까요?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일본 내 우익단체를 비롯한 국수주의자들은 오히려 위안부 소녀상 앞에 말뚝을 박는 등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공식 항의 외에 유엔 인권이사회에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북한인권단체인 기독교사회책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자를 도와준 혐의로 중국에서 체포된 전재귀 목사를 석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단체는 중국에서 조선족 동포들을 지원해온 부산 하나로교회 소속인 전 목사가 지난달 9일 공안에 체포된 이래 구금돼 있으며 체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전 목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절박한 상황에 있는 탈북동포에게 도움을 준 것"이라며 "전 목사 석방을 위해 한국교회 전체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 목사는 다음달 6일 세계 30∼40개 도시에서 탈북난민북송반대집회가 열릴 예정이며 이 행사에서 전 목사 석방도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 목사 아내인 박성자 씨는 "남편을 빨리 석방해 달라. 중국 내 활동을 인정할 수 없다면 본국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기독교사회책임에 따르면 전 목사는 지난 3월 탈북자 5명에게 숙소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탈북자들이 조선족인 줄 알았고 그들의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 도와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시리아 정부군과 친 정부 민병대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조사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유엔 인권조사단은 시리아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가 살인과 고문과 같은 전쟁범죄와 함께 영장 없는 체포와 구류, 성폭행, 약탈 등 국제인권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월 시리아 훌라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1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학살된 사건의 책임자도 정부군과 민병대라는 게 조사단의 결론입니다. 유엔 인권조사단은 시리아 반군도 전쟁범죄 행위를 저질렀지만 규모나 빈도, 정도 면에서 정부군에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조사단원은 "양측 모두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부군의 범죄행위가 양적으로 많고 정도도 심하다"며 "특히 정부군의 범죄행위는 정부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