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보호책임 국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북한 관련 정책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우선 '보호책임 국제연구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보호책임 국제연구소'는 지난 2008년에 설립됐는데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보호책임' 규범의 보편적 수용과 효율적 실행을 활성화하는 게 설립 목적입니다. 전 호주 외교장관을 역임한 가렛 에반스 호주국립대학교 총장이 이 연구소 내 국제자문단 의장을 맡고 있고,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얀 엘리아슨 유엔 사무부총장 등 쟁쟁한 국제적 인사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많이 듣긴 했는데 정확히 '보호책임'의 뜻이 뭡니까?
장명화: '보호책임'이란 한 국가가 자국민을 상대로 인권유린 같은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했을 때 국제사회가 개입해서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가가 집단학살이나 전쟁범죄를 하거나, 인종청소처럼 비인도적인 범죄를 막지 못할 때 국제사회가 대신 나서서 해당국의 국민을 보호할 '공동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5년 유엔총회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 원칙을 채택했고,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재확인을 거쳐 국제규범으로 확립됐습니다.
양윤정: 보호책임 국제연구소가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뭡니까?
장명화: '북한, 그리고 보호책임'이란 제목의 정책보고서는 국제사회가 더 이상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반인도 범죄를 비롯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계속 자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국제사회 개입의 근거로 국제사회의 보호책임을 들고 있습니다.
양윤정: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국제사회가 어떻게 나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까?
장명화: 연구소는 무엇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유엔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등에서 제기된 우려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반인도적 범죄로부터 북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책임이 안전보장이사회에 있다는 겁니다. 연구소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반인도적 범죄 책임자들을 겨냥한 제재를 채택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소는 또 중국이 북한 당국자들에게 인권 문제를 직접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양윤정: '보호책임' 원칙이 실제로 특정국가에 적용된 적이 있습니까?
장명화: 네. 지난 2011년 리비아에 사상 처음으로 적용됐습니다. 42년간 독재정치를 펴온 카다피 정권에 맞서 리비아인들이 봉기를 일으키자, 카다피는 탱크와 전투기까지 동원해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습니다. 외세 개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중국과 러시아도 반대할 구실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만행을 막기 위해 유엔에서 '보호책임' 원칙에 근거해 군사개입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2011년 3월 유엔 연합군이 카다피 친위부대와 전투를 벌였습니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통해, 국가의 주권보다 앞서는 것이 인간의 기본 권리인 인권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평가합니다.
양윤정: 리비아 내전보다 앞선 지난 2008년 짐바브웨나 미얀마 사태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군요.
장명화: 맞습니다. 2008년 당시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멋대로 대통령선거를 진행해 대통령 직에 오르면서 결선투표를 연기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무시했습니다. 이 와중에 국민이 수만 %에 이르는 살인적 물가상승률에 시달렸지만 국제사회는 짐바브웨의 주권을 우선시해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미얀마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이 덮쳐 국민 수만 명이 죽었는데요, 미얀마 군사정권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해 참사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국제사회는 이재민 방치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자연재해라면서 개입을 반대했고 결과적으로 강제적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양윤정: 북한에도 보호책임 원칙이 적용될까요?
장명화: 사실,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는 북한에 이미 '보호책임' 원칙을 언급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형사재판소나 임시 재판소를 만들어 북한을 회부하고 최고책임자에 대한 제재를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사법 절차를 밟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독재자가 더는 국가 주권의 원칙 뒤에 숨어 있을 수 없는 만큼,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수백만 명을 굶겨 죽인 북한 정권이 '보호책임' 규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지배적 의견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국가전복 선동' 혐의로 수감됐다 최근 풀려난 중국의 저명한 인권변호사 가오즈성 씨를 연내에 미국으로 보내려는 국제인권단체의 중재 노력이 전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국인 인권단체인 '공민역량'의 양젠리 대표는 가오 변호사를 미국으로 보내려는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무부와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홍콩의 유력 일간지 명보가 보도했습니다. 이 단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방중하는 것을 기회로 활용해 중국 측에 가오 변호사를 미국으로 보내 줄 것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무려 14년간 음식과 물을 거부해온 인도 마니푸르의 '철의 여인' 이롬 샤밀라가 석방됩니다. 인도 법원은 자살기도라는 혐의로 지난 2006년부터 병원에 가둬온 이롬 샤밀라의 석방을 최근 명령했습니다. 샤밀라와 친분이 있는 인도의 인권운동가 밥루 로이탕밤은 법원이 샤밀라의 죄상도 철회했다고 밝혔습니다. 샤밀라는 2000년 말 마니푸르 자택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보안군이 '군 특별권한법'에 따라 무고한 시민 10명을 무차별로 살해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이 법은 군에 반군 용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거나 사살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해부터 단식 농성을 시작한 샤밀라는 2006년 자살기도 혐의로 거듭 체포돼 억류된 상태에서 하루 두 번씩 코를 통한 관으로 비타민과 기타 영양분을 강제로 투입 받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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