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한국에서 열린 북한인권 공개청문회를 들여다봅니다.
(마이클 커비) 5살 때 봤다는 장면이 무엇이었는지 압니까?
(신동혁) 군대가 어떤 사람을 끌고 나와 나무 기둥에 묶는 것을 보았습니다. 총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놀라서 뒤로 넘어져 공포에 떨었던 모습....
방금 들으신 것은 북한 정권의 반인도주의 범죄를 조사 중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최근 개최한 공개 청문회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유엔이 북한 인권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에서 청문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질문한 사람은 전 호주 대법관인 마이클 커비 위원장이고, 대답한 사람은 탈북자 신동혁 씨입니다. 올해 31살의 신 씨는 북한 평안남도 14호 수용소에서 태어나 24년 동안 살다가 2005년에 탈북 했는데요, 완전통제구역에서 도망친 유일한 탈북자입니다.
청문회에는 신 씨 외에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세 차례 강제 북송 끝에 북한을 탈출한 지현아 씨가 증인으로 나서 북한 상황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측에서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소냐 비세르코 세르비아 인권 운동가가 참석해 이들의 증언을 꼼꼼히 적어가며 들었습니다.
증언대에 나선 신 씨는 어머니와 형을 죽음에 이르게 한,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픔을 14살에 겪었다고 말하며 울먹였습니다.
(신동혁) 엄마와 형이 탈출하려고 한다는 확신을 갖고 밖에 소변보려 간다고 거짓말하고 학교로 뛰어가 담당 선생님에게 신고했습니다. 6개월 후 저와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그들은 공개 처형당했습니다.
신 씨는 수용소 내 식량 실태에 대해서도 증언했습니다. 신 씨는 숟가락 3, 4개 분량의 옥수수밥, 풀을 뜯어먹고,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어먹는다고 말했습니다.
(신동혁) 쥐가 나타났을 경우에 간수에게 보고해서 승인을 해주면 잡아먹을 수 있었고요.
수용소 내에 가축도 있고, 농사도 짓지만 수인들은 먹을 수 없고, 만약 몰래 먹으면 총살당한다는 규정이 있어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신 씨는 말했습니다. 때문에 항상 배고팠고, 간수한데 다른 수인들의 잘못을 신고해서 뺐어 먹을 생각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신 씨의 증언에 따르면, 수용소 내에서 기물을 파손하면 규정에 따라 공개 처형됩니다. 신 씨도 기물을 파손해 공개처형 위기에 놓였지만, 손가락 절단으로 무마됐습니다. 신 씨는 "2003년 실수로 재봉틀 기계를 망가뜨리는 바람에 간수가 벌로 내 손가락을 잘랐다"며 "하지만 총살을 당하지 않아 오히려 안도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커비 위원장은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유엔은 국가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보편적 인권이 유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천명하고 있다"며 "이 정신에 따라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설립 목적에 대해 밝혔습니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 당국에 위원회의 조사 일정을 알리고 참여를 요청했지만 북측이 두 차례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클 커비) 제네바의 북한 대표부에 창설 사실을 알렸지만 북한은 회신을 통해 위원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커비 위원장은 특히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에게 재차 서면을 보내 위원회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위원회는 북한 측에 서울 청문회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신이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들은 청문회에 앞서 한국에 있는 북한 인권 단체 관계자 30여명과 면담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커비 위원장은 "이제까지 북한 인권과 관련해 많은 보고서가 나왔고, 이번 조사도 비슷한 유의 보고서를 만들어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위원회는 북한 인권의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보고서를 만들어 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보고서를 작성해 내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총회에 제출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진행 중인 마식령 스키장 사업이 한 일본인 인권운동가의 반대 운동 때문에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북한 스키장 저지 운동을 벌이는 가토 켄 아시아국제인권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가토 대표는 일본 주재 각국 대사관을 통해 스키장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국가들과 접촉해 유엔이 북한에 대해 사치품 무역 금지 조처를 내렸음을 상기시키며 북한에 관련 장비 수출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가토 대표는 전 세계 스키 장비 관련 기업에 편지를 쓰고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윗선과 접촉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일본 주재 대사관에 편지를 쓴데 이어 경제장관에게 직접 '압력'을 넣었습니다. 그 결과, 라인홀트 미테르레흐너 오스트리아 경제장관은 가토 대표에게 오스트리아는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전적으로 북한에 대한 금수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가토 대표는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가토 대표는 몇몇 이탈리아 기업인이 북한과 수익성이 좋은 연관관계가 있으며 이탈리아 당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회사들에 대해 "그렇게 엄격하지 않다"라고 지적하면서 이탈리아에 수출 금지를 촉구하는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중국 인권변호사들이 사설감옥인 이른바 '흑감옥'을 폐지하고 억울한 수감자를 석방할 것을 중앙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텅뱌오와 류샤오위안 등 인권변호사들은 성명을 통해 흑감옥 운영을 단속하고 운영 관계자들을 엄벌에 처하라고 중국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흑감옥이란 민원인의 고발로 치부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지방 정부가 이들을 납치한 뒤 불법 감금과 폭행을 일삼는 시설을 말합니다. 중국의 각 지방에서는 지방 정부의 횡포를 고발하거나 묵살된 민원을 중앙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상부기관에 찾아가는 이른바 '상경 민원인'들을 납치해 흑감옥에 감금하는 일이 많아 문제가 돼 왔습니다. 인권변호사들은 흑감옥을 이용한 인권 탄압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억울한 민원을 해결하는 통로가 없는 중국 사회 체제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성명 발표는 지난달 장쑤성 우시에서 인권 활동가 10여 명이 감금된 민원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다 공안에 붙잡혀 흑감옥에 감금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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