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캄보디아의 지뢰제거 전문가 아키 라 씨의 활동을 들여다봅니다.
(캄보디아인) (크메르어) 조심하세요. 지뢰를 폭발시킬 겁니다! (지뢰 터지는 소리)
일단의 자원봉사자들이 캄보디아의 정글에서 지뢰제거 작업에 앞서 소리를 지릅니다. 캄보디아의 평화 활동가인 아키 라 씨가 설립한 민간단체 ‘캄보디아 자조 지뢰 제거단’에 소속한 봉사자들입니다. 이들이 제거하고 무력화시킨 지뢰와 폭탄의 양은 수십만 개에 달합니다. 아키 라 씨가 2008년에 이 단체를 설립하기 전에 혼자서 제거한 지뢰만은 5만여 개에 달합니다.
아키 라 씨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2012 만해대상 평화부분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만해대상은 만해 한용운 시인의 생명, 평화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된 국제적인 상입니다. 아키 라 씨가 미국의 CNN 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아키 라) 캄보디아에서 지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과거에 소년병으로 지뢰를 심어서 많은 사람이 위험에 처하게 했습니다.
지뢰제거 전문가로 국제적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키 라 씨. 하지만 본인이 인정한 것처럼, 아키 라 씨는 캄보디아 곳곳을 지뢰밭으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아키 라 씨는 지난 1975년부터 4년 동안 캄보디아를 지배하며 인구 700만 명 가운데 3분의 1을 학살해 악명 높은 '크메르루주' 정권에 부모를 잃었습니다.
아키 라 씨는 곧이어 소년병으로 징집돼 캄보디아 전역에 하루 수 백 개의 지뢰를 묻었습니다. 아키 라 씨가 묻은 지뢰를 포함해 전국적으로는 지뢰 1000만개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졌습니다. 지금도 400만-600만개의 대인지뢰가 남아있습니다.
소년병 아키 라 씨의 인생이 바뀐 것은 1993년 스무 살 무렵입니다. 정글에서 도망쳐 나와 구걸하던 시엠립 거리에서 유엔평화유지군을 만난 겁니다. 그 군인은 지뢰를 묻고 제거한 경험이 풍부한 아키 라 씨에게 지뢰 제거를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아키 라 씨를 학교에 보내 캄보디아어와 영어를 읽고 쓰는 법도 배우게 했습니다.
아키 라 씨는 이때부터 유엔평화유지군과 함께 시엠립 지역에서 지뢰 제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유엔군이 철수한 뒤에는 독자적인 단체를 설립해 지금까지 지뢰제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가 도시와 관광지 주변의 지뢰 제거에 관심을 쏟는 사이, 아키 라 씨는 100만 평방미터 면적의 농지와 숲에서 지뢰를 없앴습니다. 32개 마을 1만여 명이 그 덕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얻었습니다. 캄보디아의 토울 프로에 사는 지역주민이 한 해외 지원단체에 전한 말입니다.
(지역주민) 아키 라 씨가 오기 전에는 밭을 개간하러 나가기가 두려웠습니다. 괜히 지뢰를 밟았다가 지뢰 폭발로 죽을까봐 그랬습니다. 마을 아이들의 안전도 크게 염려됐습니다. 그 아이들은 지뢰가 매설된 사실을 모르고 있거든요. 그 결과, 밭에서 농작물을 제대로 키울 수가 없어서 돈을 벌기가 어려웠습니다.
아키 라 씨는 지뢰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지만 “다른 누군가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제거 작업이 무섭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천만다행으로, 아키 라 씨가 제거작업을 하는 동안 1건의 사고도 없었습니다.
(아키 라) 지금까지 수만 개의 지뢰를 제거했습니다. 저는 캄보디아가 안전한 땅이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한편, 아키 라 씨는 시상식에 참석한 뒤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찾았습니다. 현재 비무장지대 일원에는 350만 발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북한 지역에는 북방한계선 전후방과 비무장지대 내에 200만 발, 남한 지역에는 민간인출입통제구역과 비무장지대 안에 150만 발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키 라 씨가 군관계자에게 비무장지대에 묻혀있는 지뢰를 제거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남북한 군인이 비군사지역인 비무장지대에 접근할 경우 공격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에 비무장지대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아키 라 씨는 “남북통일이 되면 비무장지대에 돌아와 지뢰를 제거하겠다”면서, 지금이라도 남북한이 함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주기철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적인 순교자들의 삶을 기록영화로 다뤘던 권순도 감독과 고재웅 제작자가 북한 인권을 소재로 한 장편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영화 ‘약혼’은 북한의 인권문제 중 탈북여성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 ‘미화’의 아버지는 화폐개혁의 실패로 억울하게 희생양이 되어 숙청당하고, 일가족은 하루아침에 사지로 내몰립니다. 미화는 여동생을 데리고 탈북을 감행하는데 여동생은 두만강을 건너려다가 국경수비병들에게 붙잡히고, 미화 홀로 단신으로 중국에 넘어 가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한족 홀아비들한테 탈북여성들을 팔아넘기는 인신매매범에게 잡히기도 하고, 어렵사리 구한 노래방 일을 하면서 난폭한 현지손님들에게 수차례 폭행당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권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직접적인 기독교 색채를 나타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은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도우며 활동했던 목회자와 선교사들로부터 비롯됐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한국, 북한, 중국입니다. 제작진은 실감나는 장면 연출을 위해 헬리콥터, AK소총을 비롯한 각종 군용장비, 총기류, 공포탄 수 백발과 폭발물 등을 대량 동원해 일반 상업영화 못지않은 큰 규모를 선보였습니다. 영화는 오는 9월 하순 국제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 시리아 정부군이 22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집중적으로 포격해 최소 47명이 사망했다고 알 자지라가 보도했습니다. 시리아 반정부 활동가들은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순환도로 외곽에 탱크와 헬기를 배치하고 반군이 활동 중인 남부 지역에 포격을 가해 적어도 47명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외곽 크파르 수세흐와 나흐르 아이샤 지역 등에서도 대대적인 공격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크파르 수세흐에서 22명, 나흐르 아이샤에서 25명 이상이 각각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지 주민은 "정부군이 지난 달 다마스쿠스를 장악한 이후 가장 심한 포격이 이뤄졌다"며 "다마스쿠스 전체가 포성으로 흔들리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다마스쿠스를 비롯한 시리아 전역에서 민간인 171명을 포함해 최소 250명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시리아에서는 지난해 3월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정부군의 유혈진압으로 2만 3천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