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유니세프가 발간한 최신 보고서의 북한편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유니세프가 어떤 곳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장명화: 네. 유니세프는 한국말로 하면 '유엔아동기금'인데요, 지난 1946년 설립된 이래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 아동을 위해 영양, 보건, 식수공급과 위생, 기초교육, 긴급구호, 특별히 어려운 처지의 아동 보호 등의 기본 사업을 펼쳐 왔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기본적인 의료와 보건 보장 등도 일반적인 인권 개념에 포함됩니다.
양윤정: 유니세프가 최근 '북한 2017 상반기 인도주의 상황 보고서'를 공개했는데요, 핵심 내용이 뭡니까?
장명화: 유니세프는 올해 상반기 전 지역의 90%인 189개 시와 군에서 '지역 중심 영양실조 관리사업'을 진행했는데요,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 취약계층의 영양과 보건 상태가 더욱 악화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1천 8백만 명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고 20만여 명의 아동이 영양실조 상태입니다.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지역 중심 영양실조 관리사업'으로 4만여 명의 중증 영양실조 아동과 급성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아동 170만여 명에게 비타민A와 구충제, 영양 가루를 지원했습니다.
양윤정: '지역 중심 영양실조 관리사업'이 뭡니까?
장명화: 아동의 영양 상태를 점검해 사전에 영양실조를 예방하고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에게는 약과 식량을 지원해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황해북도 연탄군에서 지난 2010년에 시범적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현재 북한 주요 도시의 병원과 13개 도의 아동병원, 189개 시·군 내 의료시설 등 모두 225곳으로 확대 시행 중입니다.
양윤정: 유니세프는 올 여름부터 북한을 직접 방문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맞습니다. 유니세프는 지난 6월 말에 공개한 자료에서 북한 종합지표 조사를 위한 방문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는데요, 조사 요원들은 북한 내 8천여 가구를 직접 방문해 주민의 영양 상태와 수질 등 종합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수개월 간 진행될 이번 조사를 위해 조사 요원들은 평양을 비롯한 도시뿐 아니라 접근이 어려운 지역까지 직접 찾아가고 있습니다. 조사 요원들은 북한 주민과 면담한 내용을 그 자리에서 태블릿PC, 즉 판형컴퓨터에 기록하구요, 이 자료는 인트라넷을 통해 북한 중앙통계국으로 전송된다는 설명입니다. 참고로, 인트라넷은 인터넷 기술과 통신규약을 이용해, 조직내부의 업무를 통합하는 정보체제를 말합니다.
양윤정: 종합지표 조사는 북한에서만 하는 것인가요?
장명화: 아닙니다. 종합지표 조사는 유니세프가 1995년 세계 각국의 아동과 여성의 생활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한 것인데요, 아동의 생존율과 영양실조율 등을 국제 기준에 맞춰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북한에서 이 같은 조사는 1999년 처음 이뤄졌고, 2009년 조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양윤정: 이렇게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이려면 자금이 충분히 확보돼야 할 텐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금 부족으로 필요한 의약품의 70%만 확보할 수 있었다고 유니세프는 밝혔습니다. 유니세프는 올해 북한 아동 490만여 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모두 1천65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상반기 기준으로 390만 달러만이 모금됐다며, 국제사회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윤정: 유니세프가 얼마 전 한국 정부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공여 재개를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7월 초 "지난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이후 공여가 중단됐지만 현재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 등에서 공여재개를 요청해 투명성이라든지 감시 등을 조건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변인은 이어 "통일부에서는 국제기구의 북한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 대상 영양지원과 백신 등 보건의료사업에 관해 지원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고,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잇달아 승인했지만 북한이 이들의 방북을 거부하면서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중국이 지난 7월 사망한 인권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49재 추모행사를 막기 위해 인권활동가들에게 경고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콩의 인권단체 '중국인권민주화운동 정보센터'는 중국 정부가 최근 류샤오보 부부와 가까운 인권활동가 등 6명에게 49재 추모행사를 열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류샤오보의 아내인 류샤도 베이징 자택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센터는 류샤 친척 말을 인용해 류샤가 베이징으로 돌아오지 못해49재를 지내기가 어렵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7월 13일 투병 중이던 류샤오보가 사망한 후 당국의 통제를 받아 온 류샤는 소식이 끊긴 지 한달 만인 8월 18일 인터넷 사이트인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류샤는 외지에서 휴양하고 있다며 남편을 추모하고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류샤의 지인들은 영상이 당국에 의해 촬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 가톨릭교의 최고위 성직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합니다. 교황청은 교황이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미얀마의 양곤과 네피도를 방문한 뒤, 12월2일까지 방글라데시 다카를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의 미얀마 방문은 처음으로 미얀마 당국의 박해를 받는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방글라데시는 로힝야족 난민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교황의 미얀마 방문은 최근 로힝야족 반군과 미얀마군의 충돌로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이뤄지는 것입니다. 미얀마 서부에 거주하는 로힝야는 100만명 정도로 불교도 미얀마인로부터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대규모 폭력사태도 수 차례 발생했지만 미얀마 군사정부는 물론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민간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박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치 여사는 평생 미얀마 민주주의와 인권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로힝야 문제에선 군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