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전거리 교화소의 실태와 관련한 최신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김나윤) 제가 2009년 교화소를 나올 때 (여자용 교화소를) 짓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다 지었을 거예요. 제가 처음 들어가서는 남자들이 사용하던 감방을 쓰고 교화소 한 가운데 있는 우물을 남자들과 같이 썼어요. 그러다 보니 여자들은 목욕할 형편도 안 되고요. 몰래 숨어서 몸을 닦으면 남자들이 훔쳐보고. 그러다가 지도원들에게 들키면 그 남자들은 죽도록 매 맞고 처벌받고. 서로 안 좋은 거예요.
방금 들으신 것은 탈북자 김나윤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거리 교화소의 경험을 전하는 일부분입니다. 김 씨는 지난 2007년 비법월경죄로 전거리 교화소에 들어가 2년의 형기를 마친 뒤, 2009년 탈북해 현재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김 씨가 수감됐던 전거리 교화소는 함경북도 회령에서 청진 방향으로 12㎞ 올라간 산속에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전거리 교화소, 요덕 수용소 같은 각종 수용소의 위치를 공개하거나 지도에 표시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전거리 교화소에서 여성 수감시설을 확장하고 지속적인 수감자 노역을 착취한 것을 확인했다고,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의 상업위성사진 분석업체인 '올 소스 어낼리시스'와 공동으로 1960년대부터 지난해 5월까지의 인공위성사진 자료들을 분석해 북한의 수감시설 주변의 변모과정을 관찰했습니다. '올 소스 어낼리시스'는 지난 6월 북한의 영변 핵단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무개화차가 등장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포착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전거리 교화소가 1980년부터 1983년 사이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2009년 2월과 8월 여성 수감자를 위한 시설을 확장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이번 위성사진 작업을 통해 교화소 내 여성 수감시설이 확장되고 수용소가 과밀 현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주변 구리광산 채굴에 수감자들의 노동력 동원이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수감자 20% 정도가 여성인데 이들 중 80%는 중국에서 강제로 송환됐다"면서 2009년 시설 확장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탈북자 강제 북송이 증가했고 올림픽 직후에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인 회령 인근에 여성 수감시설 확장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지난 2008년 8월 8일부터 8월 24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렸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의 이 같은 설명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난민이민위원회가 지난 2008년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한 말과 맥을 같이 합니다.
당시 난민이민위원회의 벤 샌더스 정책조사연구원은 "북한이 1990년대 중반에 심각한 식량난을 겪은 이후 중국 내 탈북자들의 수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중국 당국이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중국과 북한 간 국경지역 경비를 크게 강화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이번 보고서는 또 위성사진 분석으로 전거리 교화소에 경공업과 탄광까지 설치해 수감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김나윤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김나윤) 겨울에는 아침 7시 반에 출력해서 저녁 6시정도 어두워지면 들어옵니다. 거의 12시간 일합니다. 여름에는 아침 5시 반이나 6시에 나가면 저녁 8시 9시쯤에 들어옵니다. 여름에는 12시간 넘게 길게 일합니다. 일 자체도 강제노동에 중노동이거든요. 기계로 하는 일은 거의 없고 사람이 다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에 앞서,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 2014년 탈북자 증언을 토대로 전거리 교화소 내부를 분석한 결과, 남성 수감자들은 주로 인근 탄광이나 신발공장, 목공 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자들은 야간작업은 셀수 없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식사량이 절반 또는 4분의 1로 줄어드는 처벌이 기다린다고 증언했습니다.
한편, 북한인권위원회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말 1300여명이었던 전거리 교화소의 수감자 수는 최근 5000명으로 늘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유엔이 중국의 인권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파견한 특사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방해받았다"고 폭로하자 중국 외교부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필립 알스톤 유엔 특별보고관은 최근 9일간의 중국 체류를 마치고 한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인권 관련 학자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조사를 방해했다"고 밝혔습니다. 알스톤 특별보고관은 "유엔 특별보고관의 일상적 활동의 일환으로 중국 정부 측에 사전에 면담하고 싶은 학자들의 명단을 통보했으나 이번 중국 체류 기간에 어떤 면담도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알스톤 특별보고관은 "접촉했던 많은 이들로부터 당국으로부터 면담 시점에 휴가를 권고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박했습니다.
-- 대통령 직에서 축출돼 영국으로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이 현 압둘라 야민 대통령의 부정 축재 혐의를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나시드 전 대통령은 2000년대 초반, 야민 현 대통령이 총재를 맡았던 몰디브 국영기업 '국가무역기구'가 경제제재 하에 있던 미얀마 독재정권에 원유 3억 달러 어치를 판매했고, 이 판매대금 절반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원유 판매가 제재로부터 미얀마 군부 정권의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 정권이 살아남은 것은 전부 야민 대통령과 몰디브 국영 석유 기업이 미얀마에 불법적으로 원유를 공급해준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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