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근황과 계획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北인권실태 조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커비 위원장, 소냐 비세르코 세르비아 인권운동가.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北인권실태 조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커비 위원장, 소냐 비세르코 세르비아 인권운동가.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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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정권의 반인도 범죄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던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근황과 향후 계획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얼마 전 한국과 일본에서 현장 조사를 마쳤는데요, 위원회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장명화: 네. 조사위원회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일본 도쿄에서 공개청문회를 개최함으로서, 지난달 19일부터 한국에서 시작된 심층 조사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마침 이달 9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총회 (regular session)가 열리고 있는데요, 오는 16일에 마이클 커비 조사위원장이 첫 구두보고를 할 예정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보내온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사회는 조사위원회의 비중을 감안해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에 관한 보고와 질의 시간을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양윤정: 일종의 중간보고를 하는 셈인데요, 어떤 내용이 주를 이룰까요?

장명화: 유엔 인권이사회 관계자는 당연히 한국과 일본의 방문 조사 결과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의 반인도 범죄 혐의 여부를 조사 중인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구성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탈북자와 납북자 가족 등 등 수십 명의 증언을 청취했는데요, 중간보고는 조사 결과보다는 조사 과정을 설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양윤정: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한국과 일본 이외에 현장 조사를 벌일 계획은 없습니까?

장명화: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조사위원회는 이달 중순 태국을 시작으로 영국, 미국에 있는 탈북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벌일 예정입니다. 또 이들 국가의 정부 관리들과 인권 단체들도 면담할 계획입니다.

양윤정: 특별히 태국, 영국, 미국을 현장 조사를 벌일 나라로 택한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현재, 태국은 중국으로 나온 탈북자들에게 유일한 생명선 역할을 하는데요,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가운데 90% 이상이 태국을 경유했을 정도입니다. 영국은 해외에서 탈북자가 가장 많이 사는 국가여서 방문지로 선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와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영국에서 망명 지위를 받은 탈북자는 2012년 말 현재 3백 70여 명으로, 가족까지 합해 6백여 명입니다. 영국보다 수는 적지만, 미국에 입국하는 탈북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8월에 갱신한 난민 입국현황 보고서에서 "지난 7월에 탈북자 3명이 미국에 입국해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162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2012-2013 회계연도에 입국한 탈북자는 1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무부는 난민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어느 나라를 경유해 입국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올해 입국자는 대부분 태국에서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탈북자들은 미국 내 10여 개 도시에 흩어져 살면서 대부분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조사위원회는 줄곧 북한 현지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북한 방문은 실현될 것 같습니까?

장명화: 글쎄,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조사위원회는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스위스 제네바 북한 대표부에 조사 일정을 알리고, 북한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두고 '반공화국 모략소동'이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조사위원회는 여전히 북한 당국에게 현지 방문 조사를 허용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특히 한국 내 공청회를 통해 수용소 시설의 존재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지목된 만큼,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가 이러한 시설의 존재를 믿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독립적 기구가 해당 장소를 볼 수 있도록 북한 방문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그러고 보니, 이달 17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가 열리는데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여기에도 보고하게 됩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결론이 아닌 중간보고를 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한국의 일간지 조선일보에 "앞서 한국에서 한 비공개 조사에서 북한 전직 고위 관리 등으로부터 새로운 증언을 확보했다"면서 "이에 대해 추가 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그럼 최종 보고서는 언제쯤 나옵니까?

장명화: 조사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조금 빠듯한 일정인데요, 내년 3월에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에티오피아인 50명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티오피아 정부의 인권탄압에 대해 한국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에티오피아 국민은 독재정부에 의해 지난 40여 년 동안 정치, 경제, 종교적으로 탄압을 받아왔다"며 "에티오피아 정부의 인권침해가 계속되면서 대규모 난민사태가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인권 문제에 관해선 국경이 없는 만큼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는 곧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오랜 고통을 견뎌온 에티오피아 국민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고 지지를 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대부분 에티오피아 6.25 참전 용사들의 후손인 이들은 에티오피아 정부에 반대하는 정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다, 지난 8월 한국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일원으로 모두 6,037명을 한국에 파병했습니다. 그 후 에티오피아는 한국과 1963년 수교를 거쳐 우호관계를 유지해왔고, 북한과는 멩기스투 공산정권이 집권했던 지난 1983년에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했습니다.

-- 아라비아 반도의 작은 섬나라 바레인이 아랍인권재판소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중동 현지 일간지 '더 내셔널'에 따르면,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최근 카이로 외무장관회의에서 바레인에 아랍인권재판소를 설립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재판소의 설립 시기는 물론 구성, 관할권, 기소 주체, 준거법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바레인 외무부는 아랍인권재판소가 2008년 3월 발효한 아랍인권헌장의 틀 안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셰이크 칼리드 빈 아흐메드 알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은 "이번 결정은 아랍 지역의 인권 증진과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바레인의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은 2011년 11월 처음으로 아랍인권재판소의 창설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하마드 국왕은 당시 유럽인권재판소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인권법원을 예로 들며 "아랍 지역에서도 역내 국가를 포괄하는 인권법원을 창설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아랍연맹은 최근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촉구했다고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