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공개된 2012 북한인권백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북한에 대한 정보의 제약 속에서도, 세계 여러 단체들이 북한인권 실태를 정리한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한국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지난 5월에 '2012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 내 민간단체가 같은 제목의 백서를 공개했다죠?
장명화: 네. 이번 백서는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조사결과입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지난 2003년 설립 이후부터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북한주민의 인권을 유린한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법적 조치나 인권 피해자의 구제가 진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가해자를 처벌할 근거나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양윤정: 그러고 보니, 독일도 이와 유사한 기관이 있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독일의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가 바로 그것입니다. 지난 1961년 동독이 베를린 장벽을 설치해 동-서 베를린의 자유로운 통행을 차단하자, 서독 정부가 기록보존소를 설립해 동독의 정치 폭력과 인권 유린에 대한 처벌을 경고하고 나섰죠. 사실 이 기록보존소의 발상은 원래 1958년 독일 나치의 과거청산을 위한 중앙조사부에서 따온 것입니다. 뉘른베르크의 국제적 전범 재판에 더해, 독일은 자체적으로 과거 청산을 도모한 선례가 있었던 셈이죠.
양윤정: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행한다고 들었는데요, 올해 백서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됐습니까?
장명화: 사건 약 4만2천 건, 인물 약 2만3천명에 관한 인권침해 자료가 수록됐습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따르면, 이는 서독의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의 최종 사건 규모인 약 4만1천 건을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이번 백서는 '북한의 표현의 권리 침해와 정보유입실태' '국군포로의 인권실태와 변화전망'이라는 특별보고서를 새롭게 수록해, 북한 인권침해실태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인권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알지 않습니까?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졌는지, 그게 궁금합니다만, 백서는 이 점에 대해 뭐라고 합니까?
장명화: 개인적으로 북한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번 백서는 의외로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습니다. 최근 입국자일수록 북한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보고하는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이를 두고 북한 인권이 개선되고 있다는 긍정적 의미로 이해한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장명화: 네.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 침해는 1990년대 1,157건이 보고됐으나 2000년대에는 240건으로 80% 정도 줄었습니다. 여기에서 생존권이란 생존, 즉 의식주처럼 생활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요구하고 쟁취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생명권 침해의 경우도 2000년대 1,705건으로 1990년대의 1,938건보다 다소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명권은 누구도 타인의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기본권입니다. 이밖에 주민들이 적당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식량을 보장받을 권리인 식량권의 침해 사례는 2000년대에 들어 1/5 수준으로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윤정: 북한에서 인권 침해 건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장명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윤여상 소장은 200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호전되고 시장을 통한 식량과 필수 생활용품 구매가 쉬워졌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생존권과 생명권 등에 대한 침해 수준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김인성 조사분석팀장은 "주민들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벗어나 비법적 경제, 사회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재산권, 개인의 존엄성, 그리고 자유권 등을 요구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시민적, 정치적 권리는 어떻습니까?
장명화: 기본적인 인권은 개선되는 추세지만,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침해 보고사례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보고사례를 기준으로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519%, 이주와 주거권 468%,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권 406%, 신념과 표현의 권리 240%, 재산권 182%, 노동권 122%가 각각 증가했습니다.
양윤정: 통일 이후,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롯한 과거사 청산이 이루어져야 남북한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텐데요, 앞으로 북한에 더 많은 인권 개선이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프랑스가 시리아 반군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해방구'에 직접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또 주변국인 이집트와 터키의 수반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외교소식통들은 프랑스가 지난달 31일부터 다이르앗자우르 알레포 이들리브 3개 주에 위치한 도시 5곳의 주민자치위원회에 현금과 현물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직접 지원은 서방국 가운데 처음입니다. 프랑스는 지난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국제 운동을 주도한 국가여서 향후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지원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민자치위원회는 이들 지역에 주민 70만 명이 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주 프랑스는 시리아 주민들을 위해 500만 유로, 미화로 약 628만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 지난 5월 미국에 망명한 중국인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 씨가 대만 초청을 수락했습니다. 천광청 씨는 고학으로 법률공부를 해 변호사가 된 뒤, 강제낙태 등 중국의 비인간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앞장서 비판해왔습니다. 이런 행동을 눈엣가시로 여긴 중국 정부에 의해 4년3개월 옥살이를 했고, 2010년 석방된 뒤에도 줄곧 산둥성의 집에 강제연금돼면서 중국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됐습니다. 현재 천광청 씨는 미국 뉴욕대 법과대학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법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유력 일간지인 중국시보는 대만 야당인 민진당 린자룽 입법위원일행이 최근 미국 뉴욕에서 천광청 씨를 만나 초청장을 전했으며 방문 약속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천광청 씨는 가족과 함께 내년 여름방학 전 대만을 찾을 예정이며 국회 연설에 이어 인권단체 인사 등과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천광청 씨의 대만 방문이 양안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009년 9월에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대만 가오슝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일시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대만 방문을 제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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