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열린 북한인권 장관급 회의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2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남북간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주재했으며 윤 장관외에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 탈북자 신동혁씨 등이 참석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2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남북간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주재했으며 윤 장관외에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 탈북자 신동혁씨 등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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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유엔에서 열린 북한 인권 장관급 회의를 들여다봅니다.

(존 케리) 북한의 인권 문제는 더 이상 침묵이나 변명 등으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의 외교장관이 최근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인권을 주제로 장관급 국제회의를 가졌는데요, 방금 들으신 것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 말입니다.

이번 회의는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주재했으며,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을 비롯해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호주의 줄리 비숍 외무장관,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유엔 총회 기간 중에 이처럼 각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북한 인권 문제를 별도로 논의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려,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고 주요 외신은 평가했습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의 조직적 압제, 집단적 처벌, 정치범 수용소의 잔인성 등은 21세기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인간 본성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중대한 모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존 케리) 여기에 모인 우리들 모두가 북한 정부에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라고 촉구합니다. 이 악의 체재는 없어져야 합니다. 요덕, 화성, 개천 수용소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에 흩어진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수천만 명의 북한 주민에게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은 숨겨졌지만 바깥세상에서는 여러분을 볼 수 있고 어디에 있는지 다 압니다. 여러분들을 체포한 자들은 목소리를 잠재우고 존엄성을 훼손하지만, 여러분의 기본적 인간성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회담에는 개천 수용소 출신의 탈북자인 신동혁 씨가 특별 초청됐습니다. 신 씨는 개천 수용소에서 태어나 삼엄한 경비를 뚫고 탈출에 성공한 유일한 탈북자로, 지난 2012년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한 영문판 수기가 출판됐습니다. 신 씨의 말입니다.

(신동혁) 북한에서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스스로 의지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신 씨는 "지금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이 북한 수용소 수감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라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북한이 자행한 납치 문제는 중대한 인권 침해"라며 "피해자와 가족들이 수 십 년 동안 고통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북한인권 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하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의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윤병세 장관은 유엔 총회에서 처음으로 북한인권에 대한 장관급 회의가 열린 것에 큰 의미를 두면서, 남북이 인권대화와 인도적 문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 협의를 할 수 있다고 제안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의 임병철 대변인의 부연 설명, 들어보시죠.

(임병철) 고위급 접촉이 재개된다면 인권 문제를 포함한 남북한이 논의하기를 원하는 모든 현안에 대해서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고위급 접촉뿐만 아니라, 남북한 간에 이뤄지는 대화 계기 시에 인권을 포함한 인도적 문제 전반에 대해서 포괄적인 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과거와는 달리 이번 고위급 회의 참가를 '요청'하는 등 자국의 인권상황을 적극적으로 변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자성남 유엔대표부 대사는 회의 전날 한국 기자들과 만나 회의 참가 요청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국이 대화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북한 측의 참가를 거부할 명분이 있느냐"며 오히려 공세를 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인권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윤 장관이 제안한 남북 대화를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 다수의 기업들이 수출이 금지된 전기 충격기를 포함한 여러 '고문도구'를 개발도상국에 수출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는 최근 '중국의 고문 억압·도구 무역'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폭동을 제압하거나 고문하는 장비를 수출하는 중국 기업의 수가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전기 충격봉과 최루탄, 대민 장갑차 등 시위 진압용 장비와 수갑과 발 쇠고랑, 구속의자 등 고문도구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가 134개사에 이른다고 추정했습니다. 10년 전 고문도구 수출 회사가 28개에 불과했으니 4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이러한 중국의 고문도구는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등 개발도상국에 수출되며 현재 수출하는 진압·고문 장비는 48종, 금액은 수십억 달러에 달합니다. 엠네스티는 "중국이 스파이크 금속봉'을 제조하는 세계 유일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면서 "특히 이 기구는 고문을 할 수 있도록 특수 설계가 돼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한편, 유럽연합은 지난 2006년 이러한 고문 기구들의 무역을 전면 금지했고, 미국도 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며 그 품목의 수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 미얀마 군이 소년병 109명을 징집 해제하고 귀가시켰습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최근 미성년 병사 109명을 징집 해제해 귀가시켰으며, 이들에 대한 교육과 의료 서비스 제공을 약속했습니다. 올해 1월과 8월에 각각 미성년 병사 96명, 91명을 징집 해제한 바 있는 미얀마 군은 이로써 지난 2012년 이후 7번째로 소년병들을 귀가시켰습니다. 미얀마군은 지금까지 소년 병사 473명을 징집 해제했으며, 징집 규정을 어긴 장교 299명을 처벌했다고 밝혔습니다. 1948년 독립 후 지금까지 중앙 정부와 소수 민족 간에 산발적인 교전이 계속되는 미얀마는 반군뿐 아니라 정부군도 어린이들을 병사로 쓰거나 어린이들에게 군대에서 노동을 시키는 인권 유린을 지속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정부군은 유엔과 오랫동안 미성년 병사 징집 중단에 대해 논의하고 나서 지난 2012년 소년병 징집 중단과 제대 조치를 위한 행동계획에 서명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