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직선제 원하는 홍콩 시민들

홍콩 민주화를 요국하는 시민들이 정부 청사 주변에 모여 있다.
홍콩 민주화를 요국하는 시민들이 정부 청사 주변에 모여 있다. (AFP PHOTO / DALE DE LA 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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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한 홍콩 시민들의 최근 시위를 들여다봅니다.

(렁춘잉) 홍콩은 중국과 동반성장해야 합니다. 중화민족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손을 맞잡아야합니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최근 국경절 65돌을 기념하는 중국 국기 게양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행사장 바깥의 국경절 시위에는 수십만 명의 시민과 대학생들이 밤늦게까지 동참해 '렁춘잉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도심으로 이어지는 지하철역 통로는 시위에 동참하려고 가족과 함께 나온 시민들의 행렬로 붐볐습니다. 아이와 함께한 부부, 유모차를 끄는 주부, 휠체어를 탄 노인들까지 몰려들었습니다.

대부분이 대학생이던 전날 시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시민들은 항의의 표시인 검은 옷과 희망과 단결의 상징인 노란 띠를 옷깃에 달았습니다. 홍콩 시민들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시민 1) 무슨 일이 벌어져도 감수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우리도 어른으로서 뭔가를 해야죠.

(시민 2) 국경절이지만, 우리는 불만이 많다는 점을 중국 정부에 꼭 전하고 싶습니다.

(시민 3) 홍콩 사람들은 한 나라, 두 체제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합니다.

일각에서는 1일 하루에만 50만 명 가까이 모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 지역 말고도 대표적 상업지구인 홍콩섬 북부 침사추이까지도 시위가 확산됐습니다. 시위대는 프랑스 혁명을 다룬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를 박수를 치며 불렀습니다.

(시위대 노랫소리)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이번 홍콩 시위는 일차적으로 차기 홍콩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안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인대는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2, 3명의 후보에게만 2017년 홍콩 행정장관선거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통선거 안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대해 홍콩 시민과 학생 약 1만 명이 도심 점거 시위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속사정은 중국 귀속 이후 17년 동안 쌓인 경제적 불만이 한꺼번에 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중국 본토인의 홍콩 부동산과 자본 시장 지배와 관련한 반중 감정이 격화됐다는 지적입니다.

중국 본토인과 손을 잡은 업자들은 보이지 않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며 부동산 분야 등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반면 기존 홍콩 시민들은 중국 본토의 인력과 자본이 유입되면서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생활이 더 나빠짐은 물론 일자리 찾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실제 홍콩의 지니계수를 보면 지난 2011년 0.53을 기록했습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 측정 지표로 낮은 수치는 평등한 소득 분배를, 반면에 높은 수치는 불평등한 소득 분배를 의미합니다. 홍콩의 0.53은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지난 1971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홍콩 시민 리인잉 씨의 말입니다.

(리인잉) 홍콩은 영국 아래 있을 때가 훨씬 잘 살았어요. 지금은 갈수록 문제에요. 우리는 날이 갈수록 정부에 불만만 생길 뿐입니다.

그럼에도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강경합니다. 또 검열이 강화되면서 중국 내 언론과 인터넷에선 홍콩 시위 사진과 소식 등은 차단돼 있습니다. 대신 중국 관영언론들은 홍콩 시위가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적 행위라며, 외부세력들의 사주를 받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바깥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홍콩에서 민주주의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도 민주주의를 믿는 모든 이가 홍콩 시민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말 '홍콩인들은 평화롭게 의사표현이 가능해야 한다'며 홍콩 행정 당국이 자제해 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독일에서 최근 수용소 인권 침해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독일 내 한 난민 수용소 경비원이 난민의 얼굴을 짓밟은 사진이 공개돼섭니다. 경찰은 사진 속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주정부와 총리실까지 나서 사과했습니다. 논란은 독일 쾰른 지역 방송국인 WDR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작됐습니다. 방송에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부르바흐의 한 난민 수용소에서 경비원이 난민의 얼굴을 한 발로 밟은 채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사진 속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경찰 조사 중, 수용소 경비원들에 범죄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분쟁 지역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한 난민들을 관리하는 수용소 경비원들을 고용하면서 범죄 행적 조사도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일은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2011년 이후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이민자들을 받아들였습니다. 독일에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입국한 해외 망명 신청자 수는 20만 명을 넘습니다.

-- 정치적 요인들에 좌우되는 노벨상에 반대하며 제정된 바른 생활상, 이른바 '대안노벨상'의 올해 수상자로 파키스탄 인권변호사 등이 선정됐습니다. 이 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바른생활재단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파키스탄의 여성 인권변호사 아스마 자한기르, 스리랑카의 인권운동가 바실 페르난도, 미국 환경운동가 빌 매키번 등 3명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바른생활상은 스웨덴의 자선사업가 야코브 폰 윅스쿨이 1980년 만들었으며, 수상자는 상금으로 개인당 50만 크로나, 미화로 약 7만 달러를 받습니다. 자한기르는 이슬람 극단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파키스탄에서 여성·아동 인권을 위해 싸워온 인물입니다. 지아 울 하크 군부독재정권 시절 이슬람화 정책에 항의하다 체포와 가택연금 등 시련을 겪었습니다. 페르난도는 스리랑카 군부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화운동가이며, 지금은 홍콩에서 베트남 난민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키번은 350.org라는 단체와 함께 풀뿌리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녹색 언론인'으로 유명하며 한국에도 여러 저서가 번역, 출간돼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