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기록보존소 ‘북한인권백서’ 발간

함경북도 청진시 교외에서 작업 중인 주민들.
함경북도 청진시 교외에서 작업 중인 주민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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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발간된 '2013 북한인권백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북한인권백서는 한국 정부나 몇몇 민간단체에서 매년 발간하고 있는데요, 이번 백서는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장명화: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서 발간했습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지난 2003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는데요, 북한에서 발생한 여러 인권피해 사건을 조사하고 기록하고 증거물을 수집해서 관련 자료를 보관, 관리하고 있습니다. 통일 전후 과정에서 북한 피해자들에 대한 사실을 밝히고 피해자에게 보상도 하고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에도 활용하기 위해서 자료 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민간단체입니다.

양윤정: 독일도 통일 이전에 서독에 이와 비슷한 기관이 있었죠?

장명화: 네. 독일의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가 유사한 활동을 했습니다. 동독이 지난 1961년 베를린 장벽을 설치해 동-서 베를린의 자유로운 통행을 차단하자, 서독 정부는 기록보존소를 설립해, 동독의 정치 폭력과 인권 유린에 대한 처벌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잘츠기터 기록보존소는 독일 통일 때까지 약 4만 2천 건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기록해서 관할 지역의 형사당국에 인계하고 1992년 그 임무를 마친 바 있습니다.

양윤정: 이번 2013 북한인권백서의 주요 내용은 뭡니까?

장명화: 2000년대 이후 북한에서의 생명권과 생존권, 교육권 등이 1990년대보다 개선됐지만 존엄성과 자유권, 이주권, 표현의 권리 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3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전체 인권 피해 사건은 지난 해 조사 때보다 10% 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개인의 존엄과 자유권, 이주-주거권, 생명권과 관련한 사건의 발생 비율이 전체의 85%로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북한 주민의 자유권 침해 사건은 2000년대 들어 1만9천여 건으로 66%를 차지해 자유권 침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생존권은 1990년대에 76%로 대부분을 차지해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당시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주-주거권은 2000년대 들어 2천 여건, 69%로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정책이 강력하게 실시됐음을 보여줍니다.

양윤정: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 전체 사건의 원인 가운데, 가장 많은 인권 범죄는 뭡니까?

장명화: 국경관리 범죄입니다. 무려 40.6%를 차지합니다. 시기별 사건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1960~1990년 이전 까지는 주로 발생하는 범죄가 연좌죄나 형사범과 정치범이었던 반면, 1990년대 이후에는 국경관리범죄 발생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북한주민의 대규모 탈북과 강제 소환, 그리고 생계형 밀수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양윤정: 지리적으로 인권 유린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어딥니까?

장명화: 함경북도입니다. 이번 백서에서 45%로 나타났습니다. 식량난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권 침해 사건 발생 비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윤정: 인권 침해 사건은 주로 어디서 발생합니까?

장명화: 보위부와 안전부 구류시설, 피해자의 집, 정치범 수용소, 집결소, 단련대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사건의 절반은 구류시설과 구금시설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양윤정: 이번 백서의 특징은 뭡니까?

장명화: 2013 북한인권백서는 사건 4만6천여 건, 인물 2만6천여 명에 관한 피해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사건의 규모는 전년에 비해 10% 가량 늘었습니다. 인물 규모도 전년에 비해 거의 11%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기존에 발간된 내용은 물론 '2012 북한인권백서'가 발간된 이후인 2012년 8월부터 2013년 7월까지의 분석 자료도 담았습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측은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6천여 명의 증언을 토대로 올해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고,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정보가 각각 37%와 46%로 높은 비중을 차지해 신뢰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양윤정: 이번 백서에 증언을 한 탈북자 1명 당 대략 몇 번의 인권 유린 사건을 경험했습니까?

장명화: 한국으로의 입국연도가 명시된 사건 증언자 6014명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증언자 1인당 평균 7.1건의 사건이 보고됐습니다. 1980년대 입국 증언자 9.8건, 1990년대 9.6건, 2000년대 8.1건, 2010년 이후 6.2건으로 1980년대 이후 입국한 탈북자들의 인권침해 증언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북한에서 가장 많은 인권침해 보고 시기는 1990년대와 2000년대로 나타났습니다.

양윤정: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지난 2003년부터 활동했으니, 벌써 10년간의 자료가 축적된 셈인데요, 이 귀한 자료들이 통일전후 과정에서 북한의 인권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와 보호,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선별 조치를 취하는 용도로 잘 사용되기를 기대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한국의 김문수 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경기도 대표단이 최근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미국의 케이블 방송사인 CNN 본사를 방문하고, CNN 경영진을 만나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경기도는 주한미군의 90%가 있는 안보 핵심지역입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북한인권법 제정 등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와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온 김문수 지사는 분단도인 경기도의 수장으로서 면담 자리에서도 북한의 독재를 언급하며, 북한 인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CNN 측에 요청했습니다. 김 지사는 "북한 수용소의 현실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하다. 3대 세습 독재 하에서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과 인권 탄압에 신음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미국과 중국 등 국제 사회의 리더 국가들이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칠레의 인권범죄자들이 호화 교도소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는 가운데 수감자 1명이 교도소 폐쇄 소식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칠레 언론에 따르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에서 정보기관장을 지낸 예비역 장성 오들라니에르 메나가 최근 자택에서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올해 87살의 메나는 군 시설 안에 있는 코르디예라 교도소에 수용된 10명의 핵심 인권범죄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이 교도소는 테니스 코트,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수감자들은 주말마다 자택 방문이 허용되는 등 특혜를 누려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권범죄자들이 호화 교도소에서 지내왔다는 보도가 나오자 칠레 국민은 분노했고, 비난 여론이 들끓자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코르디예라 교도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